민들레국수집 여름휴가는 세상에서 가장 서늘한 교도소에 갇혀 있는 형제들을 찾아보는 일입니다. 세상에서 버려진 사람들이지만 안타깝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보잘 것 없는 일이지만 그나마 작은 희망이라도 그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베로니카와 함께 몇 시간을 운전해서 교도소를 찾아갑니다. 10분이거나 조금 긴 13분 정도 면회를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먼 길을 다시 돌아옵니다. 그렇게 감옥에 갇혀 있는 형제들을 찾아보면서 여름휴가를 보냈습니다.

아래 글은 그저께 받은 편지입니다. 마르코 형제는 경북북부 1교도소 자매상담에서 만났습니다. 십여년 전입니다. 쉰 초반에 13년의 징역을 받고 청송에서 힘든 징역을 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영치금도 없아 힘든 징역살이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모범적으로 살다가 상주교도소를 거쳐 서울 남부교도소로 이송을 와서 한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징역을 살고 있습니다.

+. 찬미 예수님

대표님, 베로니카님!

고맙고 또 감사합니다.

모니카님께도 안부 인사드립니다.

지난 여름에도 귀한 발걸음을 해 주셨는데 올해도 저 같은 죄인을 위해 시간 내어주신 베베모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다녀가신 다음 날 두 가지 선물을 더 받았습니다. 하나는 접견물이고요. 또 하나는 영치금이었습니다. 영치금은 함께 생활하는 이들과 잘 나누어 쓰겠습니다. 넣어주신 접견물은 저희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스무 명과 잘 나누어 먹었습니다. 보통 접견물을 수령하는 장소가 작업장이다보니 대개의 경우 접견물을 받으면 작업장 내에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나누어 먹습니다. 저희 공장은 한 팀이 다섯 명에서 여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통은 2팀 인원들과 나눠먹죠. 그런데 이번에 제 경우는 평소 접견이 없었던터라 특별한 접견물이었습니다. 마침 접견물 중에 과일(사과 2개, 복숭아 2개)이 있어서 네 개 팀에 한 봉지씩 과일을 나누고, 또 나머지 과자, 커피, 빵 등 접견물도 적당히 팀 별로 나누어 분배했습니다. 덕분에 스무 명 정도 인원이 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대표님 얘기 “민들레국수집” 얘기도 했죠. 그랬더니 “정말 좋으신 분들이네요.” “대단하신 분들이군요.” “예전에 인간극장 나오신 분이잖아요. 훌륭한 분이죠.” 그러면서 좋은 얘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순간 저도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느낌이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행복한 순간,,, 저 개인적으로는 네 명 몫으로 스무 명이 나누었으니 어쨌거나 다섯 배 장사를 한 셈이잖아요.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죠. 먹는 양이 문제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먹었다는 게 중요하죠.

마침 엊그제는 천주교 교정사목위원회에서 폭염 잘 견디라고 특별 간식으로 아이스크림 설레임을 전 수용자 및 직원들에게 돌려 잘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래저래 천주교인인 저로서는 기분 좋고 가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접견 때 두 분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그때 말씀하셨듯 내년 5~6월에 제가 가석방 혜택 받고 나가서 저 때문에 오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가지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베베모님을 뵙고 나면 뭔가 위로 받고 치유 받는 느낌이 참 많이 듭니다. 덕분에 앞으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기도 하고요. 그래서 늘 감사합니다.

편지를 쓰다보니 폭염의 열기로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런 날씨에도 쉼없이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을 위해 땀흘리시는 베베모님의 살신성인 봉사에 숙연함이 느껴집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무탈하시길 빕니다.

주님과 성모님의 은총이 베베모님과 많은 봉사자님들 그리고 후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늘 함께 하시길...

베베모님! 감사합니다.

2024년 8월 10일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최 마르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