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화)에는 무슨 국을 끓일까 고민 고민하다가 국을 끓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돼지불고기를 듬뿍 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국을 끓이지 못한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아침에 다른 일이 생긴 바람에 국수집 도착이 늦었습니다 부지런히 쌀을 씻고, 반찬을 차려 놓으니 손님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국을 끓일 시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혼자서 설거지를 하는데 국그릇이 없으니 설거지가 한결 간단했습니다.

성탄카드를 보내기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설거지하고 손님 접대하고 신났는데 느즈막하게 이슬왕자님이 왔습니다 아주 반가웠습니다 설거지 맡기고 성탄카드 마무리 작업을 했습니다.

현대제철 노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의 월급봉투 끝자리를 떼어서 쌀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힘들게 번 돈을 내어서 만든 쌀입니까! 사랑의 쌀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고맙게도 민들레국수집에도 서른 세포(20킬로 들이)나 선물해 주셨습니다 또 삼산농협 직원분들이 조금씩 모은 돈으로 쌀을 일곱 포(20킬로 들이)나 선물해 주셨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이 쌀 부자가 되었습니다 선물 받은 마흔 포의 쌀 중에서 서른 포를 어려운 분들에게 나눠드릴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슬왕자님께서 조금씩 이슬을 드시다가 그만 혀가 꼬부라졌습니다 조금 일찍 떠났습니다 다섯 시에 서울역에서 지내시는 우리 손님이 여성 노숙인 한 분을 모시고왔습니다 아마 작업()을 하나봅니다 늦었지만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해 드렸습니다 덕택에 내일 국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콩나물 한 상자(4킬로)를 사서 깨끗하게 씻어서 내일 아침에 국을 끓일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습니다.

매달 20일에 기초생활 수급권자에게 그 달의 생계비가 통장으로 입금이 됩니다 그것에 목메는 분들에게는 오늘이 가장 힘든 날입니다 "사랑나눔통"에 들어있는 돈이 전부 대출이 되어버렸습니다 착하신 봉사자 한 분이 오셔서 긴급 수혈을 했습니다 사랑나눔통에 있는 글을 읽어보시고 만원을 넣어주셨습니다.

꼭 필요하신 분은 이천원 한도 내에서 돈을 꺼내가시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시면 다시 넣어주십시오. 우리 손님들이 400원을 꺼내가시기도 하고요 천원 한 장 가져가시기도 하고요 2천원을 가져가시기도 합니다

12월 20일(수)

아침 7시 40분에 국군방송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늘은 일찍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혈압조절하는 약이 떨어져서 틈을 내어서 병원을 다녀와야하기 때문입니다 밥을 하고 또 콩나물 국을 끓이고 반찬을 차려놓고 급히 병원에 가서 혈압을 재었습니다 90에 10입니다 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타고, 석유 한 통을 사서 국수집으로 돌아오니 문 열기 전인 아홉 시 오십 분입니다 우리 손님들께 맛있는 콩나물 국을 대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명란 자매님이 오셔서 햄과 소세지 전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나물집에 어묵을 사러 갔다가 청포묵과 두부와 순두부를 많이 선물받아왔습니다 하루 온종일 명란 자매님은 두부 부치고 전 붙이고 청포묵 썰어서 반찬만들 준비를 하고 엄청 바빴습니다.

오늘 점심은 칼국수를 만들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만들었습니다 쇠고기를 참기름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썰어 놓은 감자를 넣고 끓이다가 칼국수는 찬물에 한 번 헹궈서 넣습니다 그리고 버섯과 양파와 파와 풋고추를 듬뿍 넣고 6분 정도 끓입니다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서 줄알을 치고 간을 맞춰 놓았습니다 제가 두 그릇이나 먹었습니다 국수 솜씨는 아직도 건재합니다 우리 손님들도 참 맛있게 드셨습니다.

오후에 만순씨가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면서 고맙다고 이슬 두 병을 봉지에 넣어서 가져오셨습니다 그리고 사랑 나눔통 에 천원짜리 다섯 장이나 넣어주셨습니다 만순씨는 나눔통에서 돈을 꺼내가지도 않으셨는데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