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
 


 
작성일 : 07-01-08 16:31
1/8 밥이 떨어져서^^
 글쓴이 : 서영남
조회 : 14,744  

어찌나 손님들이 많이들 오셨는지 밥솥의 밥이 떨어졌습니다 한솥에는 아직 밥이 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급히 여섯 컵의 쌀을 씻어서 뜨거운 물을 붓고 취사버튼을 눌렀습니다 밥이 될 동안 좀 쉴 수 있습니다

1월 4일(목)

서울 명동에 있는 평화방송 라디오에 가서 프로그램 녹음을 했습니다 1월 말까기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0분에서 50분 사이쯤에 105.메가 헤르츠로 방송이 됩니다 처음 한 번 출연하기로 하고 라디오 방송국에 갔다가 여섯 번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할 말이 많아진 셈입니다 벌써 민들레국수집도 햇수로 다섯 해가됩니다.

명동 나들이를 한 다음에 집에 와서 차를 가지고 내일 청송 형제들에게 선물해 드릴 가래떡을 찾으러 갔습니다 겨울철 교도소에서의 최고의 별미는 가래떡입니다 공장 연탄난로에서 구워먹을 수도 있고요 별미로 라면을 끓일 때썰어서 떡라면을 해서 드실 수 있는 최고의 떡이기 때문입니다.

베로니카님과 모니카와 저녁 외식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1월 5일(금)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이송길님과 함께 4시 0분에 청송을 향해 출발했습니다7시쯤 안동에 도착해서 해장국을 먹었습니다 지금껏 아침은 진보못미쳐 가랫재 휴게소에서 먹었는데 얼마 전부터 모든 음식들이 아주 짜게 나옵니다 어쩔 수 없이 아침식사할 수 있는 장소를 바꾸었습니다

오전 8시에 진보에 도착해서 청송 교도소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나서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터미널 옆의 동아서점에 들러서 커피 한 잔 얻어먹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동아서점 아주머니는 전에는 터미널 옆에서 노점에서 과일을 파셨습니다 병든 남편 돌보시면서 병든 시어머니까지 그리고 아이들 공부시키느라 참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 분이셨습니다

청송 교도소에서 열 다섯 명의 형제들과 자매상담을 하고 다음 달에 또 만나기로 하고 나와서 형제들 영치금을 조금씩 넣어드리고, 청송교도소로 가서 박용기 꼴베 형제님 면회를 했습니다 지난 날에는 2점이 모자라서 1급 모범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1월 10일자로 17년만에 1급 모범수가 된다고 합니다 참으로 긴 세월이었습니다 1금이 되면 푸른색 수의에서 누런색 수의로 바뀝니다.

알콜 치료를 위해 참사랑병원에 입원해 있는 주헌씨가 오늘 밤 10시 안으로 퇴원을 해야합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6개월을 초과해서 입원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입니다 예천 들리는 계획을 포기하고 곧바로 인천으로 최대한 빨리 돌아왔습니다 동인천역에 이송길님을 내려드리고 주헌씨가 입을 내의와 겉옷 그리고 신발을 베로니카님이 준비해 주셔서그것을 가지고 급히 참사랑 병원으로 가서 주헌씨 퇴원수속을 밟았습니다 의료급여 1종이어서 6개월간의 입원 치료비 5,698,120원이 나왔지만 주헌씨가 낸 돈은 한푼도 없습니다 정부에서 대신 내어준 것입니다.

저녁 7시쯤 주헌씨 집에 도착했습니다 전기 온돌의 스위치를 올리고 새로 도배한 방을 보여드렸습니다 이부자리도 새것으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따뜻히 지내고 내일 아침에 식사하러 올라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헌씨의 127만여원이 예금되어 있는 저금통장(생활보호 대상자용)과 주민등록증과 복지카드가 든 지갑을 전해드렸습니다

1월 6일(토)

주헌씨가 식사하러 올라오질 않습니다 술을 드시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제 술을 먹는다면 거의 실명될 뿐인데.. 설마...

오말구 형제도 오셨고, 맛있는 만두 선물을 해 주셨던 안지명님도 오셨고요 맛있는 반찬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우리 손님들도 참 많이도 오셨습니다 막노동 일거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찾아오지 않으시는 손님들도 서서히 늘기 시작하십니다 추운 겨울이면 가난한 이들이 정말 힘겹습니다.

인간극장에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국수집이 나갈 무렵 민들레 식구였던 상영씨가 머리 글적이면서 들어옵니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밥을 먹으러 다시 올 수 있는지 가슴이 짠 합니다 우리를 가슴아프게 하고선 도망갔던 친구거든요 오늘 밤에는 어디서 잘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돈이 한푼도 없어서 길에서 자야할 것 같다고 합니다 오천원을 빌려줄테니 언제 갚을 거냐니까 내일 돈을 받아서 갚는다고 합니다 똑 속을텐데.. 그래도 오천원을 주면서 한데 자지 말라고 했습니다 내일 돈이 안되어도 좋으니 밥은 먹으러 와야한다고 했습니다.

오후 4시쯤 베로니카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주헌씨가 술에 잔뜩 취해서 베로니카님의 옷가게와 와서 5만원만 빌려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입니다 여섯 달 전에 돈 5만원 빌려준 어떤 할머니가 돈 갚아라면서 자기 저금통장을 뺏어갔다는 것입니다 주헌씨를 국수집으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마무리를 하고 주헌씨를 기다리고 있은데 주헌씨가 비틀거리면서 찾아왔습니다 5만원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하니까 어제 저녁에 소주를 사다가 집에서 마셨는데 양이 차지 않아서 저금통장을 들고 송림동 현대극장 근처에 있는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는데 술값이 없어서 통장을 맡겼다는 것입니다 주헌씨와 함께 택시를 타고 그 술집으로 갔습니다 유흥주점 부원이라는 술집인데 할머니와 나이 많은 접대부가 있는 빨간 전등의 술집입니다 어제 밤부터 술을 세 상이나 마셨다고 합니다 한 상에 5만원인데 한 상은 다른 사람이 내었고, 두 상 값을 내어야 통장을 돌려줄 수 있다고 합니다 십만원을 술집 할머니께 주니 저금통장을 돌려줍니다 주헌씨를 우선 자리에 앉혀 놓고 주헌씨 앞에 저금통장과 주헌씨 방열쇠를 놓았습니다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방열쇠를 가지고 통장은 나에게 맡기던가, 통장을 가지고 집에서 떠나던가 선택하라니까 한 순간의 주저도 하지 않고 통장을 집어들고는 뛰쳐나갑니다 그리곤 곧바로 구멍가게로 가더니 소주 한 병을 사서 나팔을 불어버립니다.

혼자서 민들레 국수집에 와서 마무리를 하고, 주헌씨가 있던 집으로 가 보았더니 방에는 빈 소주 병만 뒹굴고 있습니다 여섯달 입원치료를 하고 나온날 그날로 술을 마셔버렸습니다 휴...

1월 7일(일)

오전에는 조금 한가했습니다 혼자서 국수집 준비를 하고 반찬 차리고 했습니다 좀 바빠지려고 할 때 아가다 자매님께서 오셔서 한 시름을 놓았습니다 이슬왕자님은 어제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전 중에 나타났는데 상태가 영 좋지 않습니다 천원만 하더니 들고 집에 갔나봅니다.

주헌씨가 어찌되었나 싶어서 이곳저곳 찾아다녔습니다 골목길에 찬바람 부는 곳에 비스듬히 앉아서 자고 있습니다 깨워서 국수집으로 왔습니다 밥을 타려드려도 반쯤 먹다 맙니다 술때문에 밥이 먹히지 않나봅니다 작은 담요 한장과 털장갑과 양말 두꺼운 것 두 컬레를 드렸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으니 통장 나에게 맡기고 들어오라고 해도 담요를 받아들고 생각해 보겠다고하면서 떠나갔습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의 선호에게 빨리 국수집에 나와서 도와달라고 전화했습니다 연수성당에 가서 쌀을 얻어와야하기 때문입니다 연수성당에서 맛있는 쌀 20킬로짜리 열 포나 선물받았습니다.

여섯 살 승현이와 네살 승민이 가족이 좋은 선물과 후원금을 가지고 찾아오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아기들이 어찌나 잘 생겼는지...

저녁에는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호프도 한잔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1월 8일 (월)

오늘은 엄청 바쁜날일 것 같습니다 잡뼈를 푹 고은 국에 대파 송송 썬 것을 푸짐히 넣어서 드리면 우리 손님들이 밥에 말아서 아주 맛있게 드십니다.

오늘은 돼지불고기가 주 메뉴입니다 20킬로를 고추장 양념해서 맛있게 재워 놓았습니다 어찌나 잘 드시는지 오후 시에 다 떨어졌습니다 급히 오징어 불고기를 했습니다 오징어 한 상자를 매운 볶음으로 했는데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어제 저녁에 주헌씨가 베로니카님의 옷가게에 와서 주민등록증과 복지카드를 잊어버렸다면서 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아침 국수집 문을 열자마자 주헌씨가 웬 사람 하나와 같이 찾아왔습니다 저금통장의 비밀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 분실신고를 하고 주민등록증으로 쓸 서류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그것을 가지고 은행에 가서 비밀번호를 바꾸고 돈을 찾으면 된다고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함꼐 온 사람은 누구냐니까 어제 돈 만원을 빌린 사람이라고 합니다

오전 두 시간 동안에 밥을 다섯 번 했습니다 5인분용 밥솥이 우리 손님들을 따라가지 못해서 몇 분씩 끝어졌습니다 오후에는 아예 취사버튼을 눌러 놓은 밥솥에김이 오를 생각도 하지 않는데 한쪽 밥솥의 밥이 떨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손님들이 삼십여분 동안은 밥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노숙하는 우리 손님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어느 지역에 맛있는 음식을 하는데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 두 세 시간걸려서라도 찾아와서 줄서서 음식을 사 드시는 것처럼 민들레 국수집이 노숙하시는 분들에게 그런식당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서울역, 청량리역, 용산역, 영등포역, 을지로역 등등에서 한 두시간 거렬서 겨우 한 그릇 드시러 오시는데 푸대접할 수도없고요...

인천 송도 국제성당에서 주일학교 아이들이 한푼두푼 아껴 모은 돈으로 우리 손님들이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쇠뼈를 푸짐하게 마련해 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태준씨와 옥련동 식구들 종석씨와 선호씨가 놀러왔다가 설거지 잘 도와주고 있습니다 끝나면 챠이나 타운에 가서 짜장면 대접을 해야겠습니다.

가장 반가운 소식^^

소프라노 이윤아님이 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날짜를연기하고 1월 19일 청송교도소 자매상담에 저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형제들 복이 터졌습니다 1월 19일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 1월 10일 밤 10시 5분 EBS에서 "똘레랑스" 프로그램에 민들레국수집이 마지막쯤에 나올 것입니다 또 1월 한달 동안은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0-50분쯤 사이에 105. 메가헤르쯔 평화방송 라디오 방송이 있습니다.


헬레나 07-01-09 18:29
 
이곳에 들어오면 지금 제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세계 같아요. 천사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평화스러워질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