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
 


 
작성일 : 07-01-17 01:04
1/16 돌아오다^^
 글쓴이 : 서영남
조회 : 14,324  

1월 1일 토요일

가난한 사람에게 겨울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계절입니다 막노동을 해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힘든 세월입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가을철에는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질 않아서 이젠 살만해져서 다행이겠거니 했는데 일거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민들레국수집을 다시 찾아옵니다 김치 하나만 있어도 집에서 먹는 밥이 훨씬 낫습니다

아침에 국을 끓이고 반찬을 차려놓고 시계를 보니 9시 0분입니다 느긋하게 차나 한 잔 해야지 생각하면서 문 밖을 살펴봤는데 벌써 몇 분이 오고 있습니다 차 마시는 것을 미루고 손님들이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목요일과 금요일에 꽤나 힘들었을 것입니다 요즘은 주변의 경로식당에서 65세 이하는 문전박대를 하기 때문입니다 낮 12시까지 거의 100여명이나 식사를 했습니다 마르꼬 형제님이 설거지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박보나 수녀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너무 너무 낯이 익습니다 그런데 알 수 없습니다 당황했습니다 보나수녀님이 예쁜 처녀일 때 보았기 때문에 낯이 익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수녀님께서 어찌나 정성스럽게 설거지하시고 반찬 만드시고 우리 손님들 맞이하시는지 보는 저의 기분이 참 좋습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오늘은봉사자들이 많이 오셔서 민들레국수집이 잔치집입니다 이송길님, 오재영 마르꼬 형제님, 안진경님, 예쁜 자매님, 보나 수녀님, 아가다 자매님과 바울라 자매님, 오후에는 안지명님이 오셨습니다

겨울입니다 손님들이 일거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식사하러 오시는 분이 늘어갑니다 좁디좁은 민들레 국수집에 앉을 자리라고는 여섯 개에서 열개 사이인데요(손님이 너무 많이 오셔서 반찬을많이 만들어야 하는 경우에는 손님이 앉을 자리가 겨우 여섯 개로 줄어듭니다 반찬만들 자리로 한 식탁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문 여는 시간은 7시간뿐이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백 분이 넘게 식사를 하십니다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삼년 째 아드님과 찾아오시는 분이 계십니다 헌옷 두 상자 정성스럽게 모아 오셨고요 맛있는 쌀도 40킬로, 그리고 한 해 동안 저금통에다 모아서 통째로 가져오셨습니다.

오늘은 안드레아 형제가 와서 전등 수리를 해 주었고요 또 찬바람이 부는 유리창에 스티로플 판으로 예쁘게 막아주기도 했습니다.

아가다 자매님께서 생활이 어려운 가정 스물 댓 곳에 쌀을 나눠드리는 작업을 기쁘게 해 주셨습니다.

김주헌씨가 오늘 민들레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드레 동안 고생 꽤나 한 모양입니다 간단히 요기하게 하고 집에 들어가서 푹 쉬도록 했습니다 앞으로 저금통장은 제가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1월 14일 일요일

윤종원 기장님께서 올해 처음으로 오셨습니다 소세지와 햄을 달걀물에 묻혀서 전을 만들었습니다 아주 잘 만드십니다.

오늘은 선지 우거지 된장국에 김치, 깍두기, 유채나물(유채꽃나물), 미역줄기볶음,햄 소세지 전, 순대를대접했습니다.

이슬왕자님을 베로니카께서 목욕탕에 보내셨나봅니다 저도 곧바로 이슬왕자님을 이발소에 보내서 이발하도록 했더니 깔끔해졌습니다.

주헌씨가 오늘은 식사를 제대로 합니다

1월 15일 월요일

오늘은 곰국, 돼지불고기, 무생채, 미역줄기볶음, 총각김치, 유채나물이고요 후식은 요구르트입니다.

우리 손님들이 민들레국수집이 요즘 손님이 많아서 어려운 모양이라고 수근거립니다 고기가 안나오고 풀밭이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월요일은 서울지역에 식사를 나누는 곳이 거의 없어서 이곳으로 많이들 오십니다198명이 오늘 식사를 하셨습니다 이 숫자에는 두 번 드신 분은 두 명으로 표시된 숫자입니다.

중학교 2학년 류성은 아가다가 어찌나 손님들시중을 잘 드는지요! 아가다의 꿈이 커서 수녀님이 되는 것이랍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우체부 집배원이신 최신호님이 달걀 두 판을 선물해 주시는 날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달걀 두 판을 내려놓고 떠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하루를 마치고 민들레 식구들(김선호, 김종석, 김정근, 안태준과 전영애자매님과 저는)과 순대국을 먹으러 갔습니다참 잘 드십니다.

1월 16일 화요일

오늘 아침은 베로니카의 생일입니다 맛있는 국수를 아침에 만들었습니다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축하노래를 부르고 시원한 냉국수로 생일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조금 늦게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부리나케 아침을 준비했습니다

쇠뼈를 푹 고은 곰국에 파 송송 썰어서 넣어드리면 우리 손님들이 소금으로 간을 맞춰 참 맛있게 드십니다 순무김치와 배추김치 그리고 멸치볶음과 시금치 나물, 김치전을 대접해드렸습니다.

전에 민들레식구였던양성욱이 식사하러 왔습니다 마침 일손이 모자라서 설거지를 부탁했습니다 요즘은 밤에는 잠을 아예 잘 수 없다고 합니다 돌아다니면서 추위를 피하다가 낮에 도서관에 가서 앉아서 책보는 척하면서 잠을 잔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도와달라고 합니다 오늘은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서 깨끗하게 씻고 내일 민들레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세 번째 아니면 네 번째 돌아옴입니다.

아가다 자매님과 전영애자매님이 새우 송송 썰어넣고, 김치 송송 썰어서 김치전을 어찌나 맛있게 부치시는지 우리 손님들이 참 잘 드십니다


헬레나 07-01-17 20:24
 
당장은 못가보지만 상반기에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 먹어봅니다.
수사님은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시네요.
서영남 07-01-17 19:10
 
엘리야님^^  설거지를 잘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엘리야 07-01-17 12:53
 
저두 설거지는 잘하는데..담에 가서 설거지라도 도와드려야
겠어요..^^  음식을 잘 못해서 가봐야 민패만 끼쳐드릴것 같아
못가봤어요..조만간 한번 찾아뵐께요~ 수사님 홧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