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가 14,)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제자는 자기가 하는 일이 없습니다나는 그저 그분 손에 쥐어진 몽당연필일 뿐입니다 마더 데레사께서도당신은 하느님 손에 쥐어진 도구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도구인 주제에 감히 일이 힘들고 두렵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은 교만하기 때문입니다일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이고 나는 다만 도구로 쓰여짐에 감사하는 것이 제자가 할 도리입니다

비가 끊임없이 내립니다

발이 아파서 치료를 했습니다 그런데 운동화에 물이 샙니다양말을 신고 비닐봉투를 신고 운동화를신고 국수집에 오셨습니다 새신발을 드리니아기처럼 좋아합니다.

민들레가게에서 손님들께 옷을 선물해 드립니다 바지 하나 달라는 분께 바지만드려서 될 일이 아닙니다 허리 띠가 없어서 노끈으로 맨 분도 많아서 허리띠도 선물해드립니다 또 신발을 제대로 신은 분들도 참 드뭅니다 노숙을 하기에 걷기를 많이 합니다 밑창이 닳을대로 닳았습니다 터진 곳은 청 테이프를 붙인 분도 있습니다 고무줄로 묶은 분도 계십니다 신발을 선물해드렸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너도 나도 신발을 달라는 분이 몰려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분께만 드리겠다고 했는데 모두가 꼭 필요한 분들이니 대략난감입니다 운동화는 한 컬레에 적어도 만오천 원에서 이만 원 정도는 줘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날은 열 다섯 컬레나 선물해 드린 날도 있습니다

한여름인데 겨울 잠바를 입고 오신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는 것 같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는 장마철에는 새로운 손님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막노동을 하면서 고시원이나 쪽방에 사는 분들입니다 며칠을 굶으면서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국수집에 들어섭니다 어색해서 어쩔 줄 모릅니다 안타깝습니다.

고민이 생겼습니다 민들레진료소에는 치아 때문에 찾아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고맙게도 치과 의사 선생님께서 자원봉사를 해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치과용 의자도 필요합니다 중고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고마운 분께서 치과용 의자도 후원해주시겠다고 합니다 행복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젠 치과 의자를 어디에 설치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설치하려면 너무 공간을 많이 차지해 버려서 요즘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데 손님들을 위한 공간을 줄일 수도 없습니다 대략난감입니다 하지만 행복한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