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목) 참으로 오랜만에 쉽니다 추석 때문에 한 동안 쉴 틈이 없었습니다 슬슬 짜증이 날 뻔 했습니다.

어제 화수시장을 둘러보다가 가지를 말리는 것을 보고 손뼉을 쳤습니다 우리도 가지를 말리면 좋겠다 싶어서 한 상자에 얼마나 하는지 물어보았더니 한 상자에 사천 원이라고 합니다 열 상자를 주문해 놓았습니다.

느즈막하게 민들레국수집에 갔습니다 가지 열 상자를 풀어놓으니 꽤 많습니다 네 가닥으로 길게 갈라서 빨래줄에 널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옆집 지희 외할머니가 거들어주러 오셨습니다 가지를 가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희 외할머니는 서른 둘에 청상과부가 되어서 네 자녀를 삯바느질을 하면서 키웠답니다 지금도 삯바느질을 하고 있고요 처음 국수집을 시작할 때 동네 사람들이 국수집 못하게 막으려고 했던 비밀이야기도 해 줍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새 가지 손질을 다 했습니다.

이발소에 가서 시원하게 이발을 하고 집에 와서 맛있는 저녁을 만들었습니다 우거지 된장국을 끓이고, 고등어를 조리고 강아지 민들레와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9월 19일(금)

아침에 식구 모두와 우거지 된장국에 아침을 먹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예진이네 방 계약서 사본이 필요하다고 해서 국수집으로 갔습니다 김유철 선생께서 귀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동사무소에 계약서를 가져다 드리고 만수동 복자 유치원을 다녀왔습니다 유 데레사 수녀님께서 무농약으로 키운 배추를 주셨습니다 내일 김치 담그려고 했는데 아주 잘되었습니다.

배추를 내려놓고 있는데 경수가 밥을 먹으러 왔습니다 경수는 스물 셋인데 어릴 때 고아원을 탈출해서 지금껏 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자다가 배가 고파서 왔다고 합니다 라면을 두 개를 끓였습니다 식은 밥도 한 공기 내어놓았습니다 라면 국물까지 깨끗하게 먹었습니다 담배를 주었더니 고마우면서도 고맙다는 표현을 할 줄 모릅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도록 했습니다.

내일 동윤 씨 방세 내는 날인데 가 봤더니 며칠 전에 선물해 준 라면만 끓여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방세는 준비되었는지 물었더니 머리만 글적입니다 사출 공장이 있으면 일해보겠다고 합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네 달째 방세 십만 원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혜영 씨가 과자를 사서 갑니다 겨우 아기들 먹는 과자 두 개를 샀습니다 천원어치쯤 됩니다 슈퍼에 데리고 가서 먹고싶은 것 더 고르라고 하니까 사탕 한 봉지와 건빵 한 봉지를 고릅니다 오빠가 좋아하는것을 물었더니 담배라고 합니다 담배도 한 갑샀습니다 생수도 한병 샀습니다 아기처럼 좋아서 뛰어갑니다 돈이 없어서 오빠가 담배도 못 피우고 있다고 합니다 혜영 씨는 밥도 할 줄 압니다 계란 프라이도 할 줄 압니다

만수동 사시는 고마운 자매님이 달걀 열 판과 식용유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쉬었습니다

내일은 김치를 담아야겠습니다 배추 50포기를 주문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