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
 


 
작성일 : 07-01-17 19:28
1/17 외로워요~
 글쓴이 : 서영남
조회 : 14,589  

조금 늦었습니다 겨우 아홉 시 삼십 분에야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했습니다 밤새 민들레국수집이 있는 골목에서 큰 사고가 있었나봅니다. 보살할머니가 사시는 조그만 집 앞에 있던 전화선용 전봇대가 차에 들이박혀서 보살할머니 집을 덮쳤습니다만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무척 놀라셨을 것입니다 할머니께서 "부처님의 가피로 이만큼이나 되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리십니다 새벽 두시쯤 졸음운전을 하던 택배 아저씨가 그만 꽝! 했습니다 택배 운전하시는 분들이 정말 힘드십니다

서둘러 국솥에 불을 지피고 밥을 빨리하기 위해서 뜨거운 물을 담아서밥을 했는데도 시간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몇 분이 기다리시는데 이틀이나 식사를 못하신 분이 맨 나중에 오신 분이었습니다 먼저 식사하시게 했습니다 우리 손님들도 좋다고 하십니다.

손님 한 분이 밥을 많이 남겼습니다 몰래 버리다가 저에게 들켰습니다 참으로 알맞게 먹기 위한 양를 담기가 쉽지는 않는 일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마음과 몸이 따로 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곰국에 김치 그리고 시금치나물, 돼지불고기, 무생채, 햄과 소세지 볶음, 멸치볶음입니다 마지막에는 두 분이 라면을 드셨습니다

착하신 재화씨가 올해 처음으로 국수집에 오셨습니다 2,000원을 저에게 줍니다

양성욱님이 어제 찜질방에서 자고 깨끗하게 목욕도 하고 왔습니다 집에서 쓸 이불과 여분의 옷과 전기담요를 챙겨드렸습니다 내일과 모레는 민들레국수집이 쉬니까 쌀도 조금 나눠드렸습니다.

용식씨는 55년생입니다 10여년 전에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습니다 월 11만원짜리 월세를 사십니다 전동스쿠터(척추 장애인들이 타는)가 외부와 연결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충전 밧데리가 오래되어서 충전이 되질 않습니다 며칠 째 식사하러 못오셨습니다 오늘 다른 분에게 부탁해서 그릇을 가지고 음식을 가지러 왔습니다 제가 용식씨 집에 다녀왔습니다 아! 놀랐습니다

"용식씨, 뭐가 제일 힘들어요"

"외로움이요."

외로움이 제일 힘이 든다고 합니다 전동 스쿠터의 밧데리를 교체하려면 출장비 포함해서 12만원이 필요한데 용식씨 수입이라고는 기초생활 지원비 월 5만원 정도가 전부입니다 방세 11만원과 전기세와 전화료를 내고나면 거의 없습니다 내일 제가 우선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매달 조금씩 갚으라고요.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유일한 끈이 전동 스쿠터인 용식씨입니다

찬희와 찬희 할머니가 울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찬희네 집에 반찬을 날라드릴 예정입니다 아이를 울렸으니 .. 속 상합니다.


헬레나 07-01-17 20:27
 
외로워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찬희가 우니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