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배고픈 손님들은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온종일 밥하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고 설거지를 합니다 말없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봉사하시는 자원봉사자 분들이 고마운 분들입니다 아무런 대가도 없습니다 손님들에게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싱글벙글거립니다

요즘은 물가가 너무 올랐습니다 달걀값도 오르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값도 오르고, 채소도 너무 올랐습니다 고추가루와 마늘 등 양념류도 비쌉니다 추석 전에 김치를 담아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추석 지나서 배추값이 좀 떨어지면 김치를 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수집에 있는 김치가 추석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손님들은 입이 커졌습니다 맛있는 고기 반찬이 계속 나오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처음 온 손님이 푸른 풀밭이라고 불평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고마운 분들이 끊임없이 맛있는 반찬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오늘은 밥, 닭백숙(반 마리), 배추김치, 근대나물, 고추장아찌, 김무침, 콩나물, 어묵조림, 계란 프라이입니다 후식은 초코 우유입니다

닭고기를 드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짠합니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먹는지 닭뼈가 깔끔합니다 물로헹궈놓은 것처럼 깨끗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한지 이제 9년째입니다 처음에는 배고픈 우리 손님들께 국수라도 대접하면 제 마음이 편하려나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조금만 도와드리면 살 수 있는 분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푼돈을 아껴서 몇십 만원이라도 모으면 민들레 식구를 한 분씩 모셨습니다 단칸방 하나 얻어서 한 분씩 노숙을 그만하고 살 수 있도록 조금 도와드렸습니다 이제는 주변에 민들레 식구들이 서른 명이 넘습니다 어제도 한 분이 민들레 식구가 되었습니다 또 두 명의 손님들이 민들레 식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민들레 꿈 공부방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공부방 아이들이 두 셋 뿐이었습니다 어느새 4년째입니다 공부방 아이들이 열 일곱 명이나 됩니다 그리고 동네 아이들을 위한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을 열었습니다 곧이어 "민들레 책들레" 어린이 도서관도 열었습니다 밥집에는 방과 후에 아이들이 간식을 먹으러 옵니다 또 책을 보러 오는 아이들도 점점 늘어납니다 백 명이 넘는 아이들 천국이 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꿈처럼 민들레희망지원센터를 열었습니다 벌써 회원이 900명이 넘었습니다 하루 센터 이용하시는 분이 백 명이 넘습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발표하는 분들이 삼십명이 넘습니다 작은 도서관같은 분위기입니다 날씨가 험하거나 손님들이 아플 때면 찜질방 표도 나눠드립니다

지난 해에 꿈처럼 또 민들레 진료소를 열었습니다 조순구 교수님과 여러 선생님들과 의료진 분들이 지극정성으로 손님들을 돌봐주십니다 이제 일주년이 되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진료소를 엽니다 손님들이 백여명 정도 오셔서 치료받으시고 약도 받습니다 어디가 아프시냐고 물어보면 온 몸이 죽을 듯 아프다고 하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우리 손님들은 치아가 많이 상하셨습니다 이제 치과도 개설되었습니다 치과의자도 멋지게 설치되었습니다 참 희한합니다

올해초에 민들레 가게를 열었습니다 손님들이 필요한 옷들을 쇼핑하면서 참 기분 좋다고 합니다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손님들이 옷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배낭, 신발, 허리띠, 모자들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공원에서 자고 일오났더니 배낭이 사라져버렸다면서 배낭을 구하려는 분, 신발이 너덜거리는 분, 빨간 노끈으로 허리띠 대용으로 쓰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급한대로 운동화를 사다가 손님들께 드렸더니 소문이 나버렸습니다 신발 구하러 오는 분들이 너무 많이 오십니다 게다가 안전화까기 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처음으로 눈망울이 선한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옷을 모았습니다 커다란 열 상자의 짐을 꾸려서화물로 필리핀에서 아이들을 돌보시는 까리따스 수녀님께 보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여름옷을 모아서 보내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어쩌다보니 일이 너무커져버렸습니다돈도 많이 듭니다 그런데 희한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을 후원해주셔도 연말정산 때 필요한 후원금 영수증도 발급해 드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도와주시는 분이 끊이질 않으십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도 못 드리는데도 이 모든 것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참 많은 분들이 끊임없이 도와주십니다 고맙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희망이라곤 찾아볼 길이 없었던 우리 손님들이 한 분 한 분 살아나는기적을 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은인들 덕분입니다 알게 모르게 도와주시는 고마운 은인들께 고맙습니다! 인사올립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