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집에 새식구 한 명이 늘었습니다 이번에는 택시에 실어올 수 있는 짐이 있는 민들레 식구입니다 이불과 전기장판을 챙겨드리고 라면과 세수비누와 수건 등등을 준비해드렸습니다 설날 전에 들어오기로 했었는데 설을 지내서 들어오기로 다시 바꿨습니다.

2월 15일 목요일

쉬는 날이지만 명절 전이라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국수집 청소도 조금 하고, 쌀이 딱 두 포대가 남았습니다 약간 불안해서쌀도 시간 내어서 찾아오고 안심하고 있는데 어떤점잖으신 신사분이 찾아오셨습니다외환은행 신포지점장이라고 하십니다 쌀을 열 두 포대나 선물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동네 마을부녀회장님께 어려운 분 몇 분이 있다는 말씀을 듣고 쌀을나눠드렸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고마우신 청운교회 성도님들께서 후원금을 주셨습니다 꾸준히 도와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우리 손님들 설빔을 할 수 있도록 고마운 분이 옷을 모아서 보내주셨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설 전날 나눠드리면 참 좋겠습니다.

청송 교도소에 내일 갈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떡도 해 놓고, 돼지 족발도 충분히 준비해서 차에 실어놓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2월 16일 금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집을 나서니 새벽 4시 25분입니다 대성씨와 함께 청송으로 향했습니다

오전에는 청송 2교도소의 형제들을 만나고 진보로 나와서청송교도소에 가져 갈 모자란 음식들을 준비해 놓고 맛있는 추어탕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청송교도소로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음식이 많다면서 보안과에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실갱이를 하다가 일찍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주 속 상했습니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이 한 번도 막힌 적이 없습니다 거의 새벽에 인천에서 청송으로 가는 시간 정도로도 청송에서 인천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2월 17일 토

설 전날입니다 착한 분들이 많은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의 VIP이신 재화씨가 선물 하나 가져오셨습니다 참기름 선물 꾸러미입니다.

우리 손님들께 떡국을 대접해 드릴 수 있도록 사골과 소고기 그리고 떡국 또 만두까지 챙겨주신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손님들은 떡국보다는 이팝에 고깃국을 훨씬 더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떡국을 드시라고 하면 안색이 변하거든요 그런데 떡국을 드시고 모자라시면 밥도 드셔요 그러면 좋아하십니다.

분명 날개가 있을 것 같은 민성님께서 라면과 사발면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설날 우리 손님들이 드실 수 있도록 라면 또는 사발면을 세 개씩 나눠드렸습니다 라면을 끓여드실 수 있는 분께는 라면을 드리고, 라면마저도 끓여드실 수 없는 분들께는 컵라면(사발면)을 세 개씩 드렸습니다

제발 더운 물도 못 얻어서 컵라면도 드시지 못하면 안돼요! 편의점이나 수퍼에 가서 제발 죄송합니다만 뜨거운 물 좀 달라고 부탁하세요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연안성당 신부님께서도 귀한 선물을 해 주셨고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정육점에 가서 국거리용 쇠고기를 구입해서 몇 곳의 집에 나눠드렸습니다 떡국과 반찬과 함께요

민들레국수집 문을 닫고 베로니카와 함께 설날 우리 민들레 식구들 드실 음식을 마련하러 이마트에 갔습니다 내일 점심은 민들레 식구들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2월 18일 설날

거의 2년만에 옥련동 민들레 식구인 선호씨가 처음으로 일을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나흘이나 했답니다 하루 5만원씩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귀한 돈으로 한라봉 1상자를 선물로 사 왔습니다.

민들레 식구들과 함께 세배를 나누고 베로니카가 마련해 주신 세뱃돈을 나눠드렸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점심을 맘껏 먹었습니다

2월 19일 월

설날 겨우 컵라면으로 배고픔을 면했을 우리 손님 생각에 서둘러 민들레 국수집에 도착하니 여덟 시 반입니다 어제 우리 민들레 식구들이 맘껏 드시고도 남은 나물이며 잡채 그리고 고기도 남김없이 챙겨왔습니다 열 시에 문을 여는데도 불구하고 문 열기 한 시간 전에 손님들이 힘이 다 빠진 모습으로 옵니다 문여는 시간인 오전 10시 전에 서른 분이나 식사를 하셨습니다컵라면 나눠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굶을 뻔 했다고 합니다 교회에 가서 떡국을 얻어 드셨다는 분은 그나마 행복한 편입니다 국민 소득 2만달러가 된다는 세상에...

이슬왕자님이 또넘어졌는지 얼굴이 엉망이 되어서 나타났습니다 설 전날 시장에서 아가다 자매님을 뵈었는데 용돈을 주셔서 술을 다 먹어버렸더니 골목길이 일어섰다고 합니다

명절 다음날인데도 불구하고 한 가족이찾아오셨습니다 명절 준비로 피곤할텐데도 말입니다 큰아들은 고1 작은 아들은 중1입니다 두 아들은 설거지를 하고 학생들 어머니는 동태전을 부쳐주시고, 아빠는 서빙을 해 주시고.. 아주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포를 뜬 동태 10킬로를 부쳤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너무 너무 잘 드십니다 제발 다른 사람도 드시도록 절제하기--- 그런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2월 20일 화

교도소 문제로 짜증이 잔뜩 난 날입니다 괜히 우리 손님들이 저에게 혼날까 걱정을 하면서 겨우 하루 버텼습니다

오늘도 반찬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행과 소세지 전을 부쳤고요 비엔나 소세지는 고추장으로 볶아 놓았고요 봄동으로 겉저리를 잔뜩 만들어 놓았습니다 청포묵 두 판으로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청포묵을 알맞게 썰어서 끓는 물에 데치고, 쇠고기는 잘게 다져서 양념해서 볶아 놓고, 당근은 채 썰어 볶아놓고, 잘게 부스러뜨린 김가루와 함께 갖은 양념을 해서 무쳐놓으면 얼마나 맛있는지요! 그런데 우리 손님들이 이 음식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한분 한 분에게 청포묵은 녹두로 만드는데 쇠고기 다져서 맛있게 무친 것이고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달래가면서 드시게 해야 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내일은 뼈를 푹 고은 육수에 김치 송송 썰고 콩나물넣고 국을 끓이든, 아니면 얼큰하게 김치찌개를 할까 고민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