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의 첫손님이자 민들레의 집의 첫식구인 대성씨와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으면서 물어보았습니다 이년 동안이나 노숙을 하다가 따뜻한 방에서 새이불 펴고 잠을 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물어보았습니다 대성씨가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그냥 누워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예요 몇날 며칠이고 그대로 누워있고 싶어요.

월 16일 (금요일)

얼갈이 배추를 데쳐서 된장국을 끓이면 참 맛있겠다 싶어서 베로니카 가게에 모셔다드리고 민들레국수집에 갔습니다 뼈를 푹 고아서그 육수로 얼갈이 배추 된장국을 끓이기 위해 먼저 뼈를 고았습니다 그런 다음에 얼갈이 배추 스무 단을 샀습니다 너무 무거워서 차로 실어다 주셨습니다 배추를 다듬어서 끓는 물에 데쳤습니다

연희동 할머니께서 쌀 두 포와 달걀을 열 다섯 판이나 가져오셨습니다 꾸준히 도와주고 계십니다 마트에서달걀 열 판을 샀는데 주인이 다섯 판을 덤으로 주셨다고 합니다.

예쁜 소은이 아기와 함께 엄마가 찾아오셨습니다 달걀 두 판을 들고 다섯 아니면 여섯 살 아기가 저금한 돈이라면서 봉투에 담아 선물해주셨습니다 예쁜 엄마와 예쁜 아기의 마음이 너무 예쁩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내일 우리 손님들이 좋아하실 얼갈이 배추 된장국을 준비해 놓고 베로니카 가게에 들러 예쁜 분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월 17일 (토요일)

용자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틀니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혼자서 외롭게 사시는 용자할머니의 틀니는 기능을 상실하신지 오래입니다 아예 빼 버렸습니다 전복죽이나 쇠고기 죽을 쒀 드리겠다고해도 죽은 죽어도 싫다고 하십니다 계란 프라이를 두 개 해드렸더니 어찌나 잘 드시는지요 할머니께 계란 한 판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명란 자매님이 아프셨습니다 핼쓱해서 더 예뻐진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돼지고기 듬뿍 넣고 김치찌게를 끓였습니다 아파도 힘이 있어서 아파야 덜 아픈 법입니다 남편이신 동렬씨가 선물 잔뜩 들고 찾아오셨습니다

굳세어라 금순아^^

동현씨(28세) 어머니의 이름이 금숙씨입니다 이름이 금순이었다면 참 멋있었겠다 싶습니다 굳세어라 금순아!

거의 2년 넘게 노숙을 했습니다 약을 밥처럼 드십니다 마침 MBC 피디 선생님이 소재를 찾으시기에동현씨가족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동현씨와 어머니께도 혹시 텔레비전에 출연해도 문제가 없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십니다 오늘부터 쵤영을 시작했습니다 본래 내일인 일요일에 민들레국수집 근처로 이사오기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촬영을 위해 이삼일 미루기로 했습니다.

한마음회에서 동현씨 집에 필요한 중고 텔레비전을 가져오셨고 또 후원금도 주셨고요 고마운 데레사 자매님이 아드님과 함께 찾아오셨습니다 일해서 번 돈의 10%라시며 봉투를 주시고 가셨습니다

그저께 아가다 자매님께서 어려운 분들 쌀을 나눠주시다가 더 어려운 가정이 있다십니다 다섯 포 더 나눠드렸습니다 달걀도 조금씩 나눠드리도록 했습니다.

월 18일 (일요일)

오늘은 십정동 성당에 가서 강의를 해야하기에 옥련동 민들레의 집 식구들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선호씨와 종석씨가 일찍 왔습니다

올 가을에 화촉을 밝힐 예쁜 처녀와 잘 생긴 총각이 봉사하러 왔습니다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어쩜 이리도 마음씨가 예쁠수 있는지요!

옥련동 민들레의 집의 종석씨는 추어탕은 무서워서 못 먹는다고 합니다 한번도 먹어본 적도 없는데도 추어탕은 못 먹는다고 합니다 옥련동에 텔레비전과 반찬을 날라주기 위해 선호씨와 갔습니다 짐 내려주고 선호씨와 함께 추어탕을 먹었습니다 종석씨는 왜 추어탕을 안 먹는다고 할까요

월 19일 (월요일)

손님들은 무지무지하게 많이들 오시고.. 식사도 무지무지하게 잘들 드시고.. 많이 오셨던 봉사자 분들은 한 분도 오시질 않고.. 눈코틀 새 없이 신나는 날이었습니다.

변함없으신최신호 우체국 집배원 아저씨는 계란 두 판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며칠 동안은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고 합니다 우편 배달을 하다가 전에 사고가 나서 어깨에 철심을 박았다()고 합니다 그것을 다시 갈아 끼우는치료를 받아야했기 때문이라십니다.

내일 금숙씨가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모레 이사오기로 했고요 부랴부랴 단칸방 구하러 다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내일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주민등록 과태료는 십만원이나 한답니다 보증금도 마련해야 하는데...

월 20일 (화요일)

희한하게 기적처럼 금숙씨 가족의 방을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등록도 할 수 있었습니다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도 했습니다

지난 달에 새로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된 창환씨가 방세를 마련하려고 애썼는데 이만원이 모자란다고 합니다 칼을 가는 일을 하는데.. 그토록 열심히일해도 한달 동안 십만원 벌기가 이토록 힘이 듭니다 이만원 보태드렸습니다.

시각장애인인 재석씨 가족을 위해 쌀 1포 보내드렸고요 찬희네엔 라면 한 상자 보내드리고 그랬습니다 저녁에는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에서 주최하는 월례강좌에 참석했습니다 임준 교수님의 의료법 개정에 대하여 강의가 있었습니다

월 21일 (수요일)

비가 옵니다 노숙하는 우리 손님들은 눈보다는 비를 싫어합니다 비나 눈이 오면 참으로 산다는 것이 힘들다는 걸 체험합니다.

금숙씨네 이사를 했습니다 가방 하나가 이삿짐 전부입니다 하기야 노숙하면서 짐이 많으면 그것도 고통입니다 모든 것을 새로 장만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MBC 팀에서 인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도움을 요청해서 중고 냉장고와 세탁기 그리고 가스렌지를 마련해주셨습니다 한마음회에서 마련해준 텔레비전과 제가 그 동안 챙겨둔 살림살이들 나눠드리고요 마지막으로 전기밥솥과 이불이 두채 모자랍니다 베로니카께서 새이불 두 채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전기밥솥은 7만원짜리인데 5만원에 샀습니다 쌀도 한 포 가져다드리고 김치도 한통 가져다드리고 간장 등등 우선 주무시고 식사하실 수 있도록 해 드렸습니다.

예쁜 민들레국수집 봉사자 잔치를 벌였습니다 전영애자매님, 이명란자매님, 김민성자매님, 안영춘자매님 그리고 저와 베로니카 노총각 피디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베로니카님도 가게 문을 닫고 동참해주셨습니다 기분 아주 좋습니다 맥주 한 잔!

월 22일 (목요일)

혈압약이 떨어져서 혈압 체크하고요 140에 80 한달치 약을 타 왔습니다 점심 때 정육점에서 재호씨와 대성씨와 함께 짜장면과 짬뽕 시켜서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