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여름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침에 반소매 티를 입었습니다 겨울 옷으로 몹시 힘든 우리 손님들을 위해서 옷나눔을 시작했습니다 옥련동 민들레 식구인 선호씨와 종석씨가 옷나눔을 도와주기 위해서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한 분이 세 가지 정도는 가져가실 수 있도록 해 드렸습니다.

5월 일(목) 맑음

매년 오월 첫 목요일에는 서울 구치소 면회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베로니카 가게가 쉬는 날이기도 합니다 베로니카와 함께 서울 구치소에서 십여년이 넘도록 사형수로 살고 있는 프란치스코 형제를 면회하러 가는 날입니다 선물 해 줄 속옷들과 수건 등등 베로니카께서 많이도 준비했습니다 면회 신청을 해 놓고 영치금을 넣고 거의 한 시간이나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십분 정도 면회를 했습니다 면회실에는 교도관이 옆에 지키고 있고, 두꺼운 유리로 막혀 있고, 대화는 마이크를 통해서 합니다 좁은 면회실에는 면회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표시하는 스톱워치가 사정없이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형제는 매년마다 보는 데 볼 때마다 얼굴이 맑아지고 있습니다 수정의 트라피스트 수녀님들의 맑은 빛 나는 얼굴을 보는 듯 합니다 다시 내년을 기약하고 면회실 문을 나왔습니다.

오후에 민들레 식구들과 옥련동 민들레 텃밭에서 고추와 상추 그리고 호박 모종을 심기로 했습니다 화원에서 필요한 모종을 사서 옥련동 민들레의 집으로 갔습니다 새 식구가 된 한규원과 종석씨 그리고 선호씨와 오늘 농사를 거들어 줄 성욱씨가 와 있었습니다 방 구경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살고 있어서 보기 좋았습니다.

민들레 식구들을 차에 모시고 집 근처 식당으로 갔습니다 삼겹살에 참이슬 실컷 대접을 했습니다 참 잘 먹습니다

5월 4일(금) 맑음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청송 갈 준비를 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해가 얼마나 일찍 뜨는지 원주쯤 가니까 밝아졌습니다

청송교도소에서 오전 자매상담을 했습니다 교도소는 특이합니다 감호자와 재소자가 함께 저와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감호법이 없어졌는데도 감호자가 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입니다 오늘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을 보게되었습니다.

1954년생 거제 출신이고요 유아세례를 받았고 세례명은 루수라고 합니다 14살부터 소년 교도소를 시작으로 삼청 교육대에서 죽을 고생도 했다고 합니다 지금껏 징역을 산 햇수가 2년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저와 동갑인데도 저보다 15년이나 20년은 더 늙어보이는 할아버지입니다 현재 감호를 살고 있는데 감호자가 출소하려면 심사를 받고 나올 수 있는데 끝까지 심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나가고 싶어서 나가지는 않겠다고 합니다 억지로 내 보낸다면 나가지만 곧바로 다시 들어와서 교도소에서 살 것이라고 합니다 삼청교육대 시절도 보냈는데 거기 비하면 요즘 징역은 지낼만하다고 합니다 돼지고기만 먹지 않습니다 꿈에 돼지가 나타나서 돼지가 싫다고 합니다 마침 햄버거를 마련해서 들어갔는데 햄버거에 든 소세지가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기에 먹지 않았습니다 대신 양갱을 몇 개 더 드렸습니다 자매상담 모임에서 징역살면서 처음 나와 본 것이라고 합니다 교도소 안에서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청송교도소 자매상담 모임을 끝내고 청송2교도소 모임을 준비해야하고, 또 소꼽친구인 준식 부부와 만나 점심도 나눠야 하고 그래서 진보로 나왔습니다소꼽친구는 포항에 삽니다 포항에서 청송교도소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면 올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합니다 맛있는 추어탕으로 점심을 하고 생전 처음으로 교도소 구경을 해 보는 친구 부부와 함께 청송 2교도소에 들어갔습니다 청송 2교도소는 초중구금 교도소입니다 먼저 한 분씩 독방에 있는 재소자를 만난 후 소집단으로 일반 재소자 모임을 했습니다 모든 모임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참 따뜻합니다.

다음 번에 또 만나기로 하고 친구는 포항으로, 저는 인천으로 헤어졌습니다.

5월 5일(토)

원식씨가 모친과 함께 왔습니다 쌀이 조금 남았다고 합니다 0킬로들이 한 포 드렸습니다 원식씨는 월요일부터 출근을 하게 됩니다 차비를 벌기 위해서 어제는 막노동을 하고 왔다고 합니다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지훈이는 어린이 집을 다니는 예쁜 남자아이입니다 민들레국수집 옆 조그만 가게를 하는 외할머니 댁에서 삽니다 인사를 어찌나 잘하는지요 바나나를 한 손 선물하면서 할머니들께 나눠드리게 했습니다 아주 잘 나눕니다 지훈이 손을 잡고 화도진 축제를 하는 공원으로 가서 천원짜리 햄버거를 사 주었습니다 어찌나 행복해 하는지요^^

5월 6일(일) 맑음

오후에 인천사회복지 보건연대 김명희 국장의 결혼식이 있어서 주례를 서기 위해 부평에 갔습니다 옥련동 식구들이 빈 자리를 메꿔주기 위해서 오전에 왔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돌아오니 고마운 승민이네 가족이 다녀갔습니다 아기들 정말 보고싶었는데..

민들레식구인 종석씨는 자칭 소식가입니다 그런데 아주 많이 드십니다 민들레식구들과 함께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사리는 무제한 추가되고요 추가되는 사리는 공짜입니다 오래 전에 박정환이라는 친구가 세숫대야 냉면을 먹으면서 추가로 사리 세 개를 더 먹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고 했더니 추가로 다섯 개 더 먹은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일제시대 때 배고픈 가난한 사람들이 맛보다는 양을 더 좋아할 때 화평동 냉면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5월 7일(월) 맑음

옷나눔을 하고요 연안부두 자매님들께서 보내주신 맛있는 자반 고등어를 밀가루 살짝 입혀서 노릇노릇 굽고 있습니다 짜지 않고 어찌나 맛있는지요 하루 온 종일 고등어 굽고 있습니다 손님들도 참 잘 드십니다 어떤 여자 손님은 밥을 세 번이나 드셨습니다 고등어는 여덟 조각을 드셨고요 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 용산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는 손님입니다.

코카 스파니엘 우리 "민들레"가 귀엽다고 던져주는 해물전을 먹고는 아픈 모양입니다 설사하고 토하고 힘이 없습니다 주사 맞고 약 타오고.. 비슬비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