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음 날에 민들레국수집 문을 열었습니다.
손님들이 이른 시간인데도 밖에서 서성입니다. 어떤 분들은 국수집 앞에 앉아서 밥 먹을 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께서 많이 찾아오셨습니다. 추석 연휴라서 봉사자가 없을까봐 걱정이 되어섭니다. 고등학교 일학년인 가타리나는 어머니와 함께 왔습니다. 용돈 절약해서 모은 것이라며 봉투를 수줍게 내밉니다. 봉투에는 오만 원이나 들어있었습니다. 파주에서 가족이 오셨습니다. 아홉 살, 여섯 살, 두 살 아이와 함께 오셨습니다. 참 보기 좋습니다. 엄마는 아이들 보살피고 아빠는 설거지를 참 열심히 하셨습니다. 참 좋은 가족입니다. 또 고마운 분이 오셨습니다. 자전거를 국수집에 선물해 주셨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신지 금일봉도 전해 주셨습니다. 또 요안나 자매님은 책을 마흔 권이나 들고 설거지 도와주시러 오셨습니다.. 또 잡채를 해서 가져오신 자매님도 계십니다. 또 고마운 분은 달걀을 열 판이나 내려놓고 가셨습니다.
추석 다음날인데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들께서 많이 오셨습니다.
노숙을 하는 vip 손님들은 추석이 싫다고 합니다. 겨우 라면 하나 끓여먹었고, 김밥 한 줄로 하루를 때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추석에는 민들레 식구들과 출소해서 지내는 형제들 몇이 집으로 왔습니다.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손님 대접하느라 집에 있는 모든 그릇이 총동원되었는데도 그릇이 모자랐습니다. 내년 설 명절 전에 그릇도 더 마련해 놓고 상도 하나 더 마련해야 될 듯 싶습니다.
민들레 식구 한 명이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노숙생활 십여년 동안에 험한 음식을 먹어도 식중독 한 번 걸리지 않았었는데 버리긴 아까워서 남은 음식 먹었더니 화장실에서 떠나지를 못하고 고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약국 약으로 버티다가 10월 2일에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서야 몸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살 것 같다는 표정입니다.
어제는 민들레 꿈 공부방 아이들이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햄버거를 먹고 행복해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국수집을 좀 이른 시간에 왔습니다. 오전 여덟 시 쯤입니다. 동인천 역 근처에 서성이는 민들레국수집 손님 한 명을 봤습니다. 나이 마흔 여섯입니다. 고아원에서 살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가정생활이 행복하지 않습니다. 다 버리고 동인천 근처에서 술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며칠 동안 술을 참고 몸을 추스려서 막노동을 나가서 일을 합니다. 돈 몇 만 원 벌어오면 거리의 술친구들과 소주 먹느라 또 세월을 보냅니다.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합니다. 자기도 잘 살아보고 싶다고 합니다. 어쩔 줄 모르고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인생입니다.
민들레 식구 한 명이 또 술에서 헤어나질 못합니다. 병원에 입원을 시키려고 해도 본인이 한사코 거절을 합니다. 아마 입원해서 첫 보름 견디는 것이 악몽같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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