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한 그릇］사랑으로 하는 일...

가난한 이웃들과 더불어 산다는 것,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사실 작은 일들입니다. 저는 작은 일들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아주 작은 저의 하루를 정성스레 살아가려고 애쓸 뿐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의 문을 열기 한 시간 전쯤 국수집에 도착합니다. 쌀을 씻어 밥을 하고, 국을 끓일 준비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식탁을 깨끗하게 닦아놓고 반찬을 손님들이 기분 좋게 드실 수 있도록 차려놓습니다.

그다음은 국의 간을 맞춰놓습니다. 그런 다음 불은 끄고 맛있게 끓여진 큰 솥의 국을 작은 국통에 옮겨 담아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래야 우리 손님들이 항상 따뜻하고 맛있는 국을 드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틈틈이 밖을 살펴봅니다. 혹시 우리 손님들이 오시지 않았는지 봐야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의 VIP 손님들은 너무나 겸손해서 당당하게 들어오는 것을 꺼려합니다.

때때로 문을 여는 시간이 이삼십 분 남았는데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아침을 못 드신 분들이기 때문에 먼저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상을 차려드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민들레국수집의 하루는 오후 다섯 시에 끝이 납니다. 그런데 다섯 시가 넘어서 뛰어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간단하게라도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해드립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그냥 떠나시게 한다면 다음날까지 굶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개는 오후 여섯 시쯤 되어야 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고마운 봉사자가 계신 날에는 김치도 담그고,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을 특별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봉사자가 없는 날에는 혼자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VIP 손님들이 거들어줍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는 손님들이 직접 자신의 밥과 반찬을 접시에 담아서 자유롭게 드십니다. 두세 번 더 드셔도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잔반은 거의 남기지 않습니다.

국은 항상 작은 국통에서 끓고 있어서 조금 위험합니다. 그래서 손님이 원하시는 만큼 담아드립니다. 몇 분의 손님들께는 식사를 차려드립니다.

제주 할머니와 어린왕자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용식씨와 술에 취한 사람들은 따로 보살펴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작은 일들로 민들레국수집의 바쁜 하루가 지나갑니다.

몸은 노곤하지만 마음은 평화롭습니다. 사랑으로 하는 일은 희생도 아니고 고통도 아닙니다. 단지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서영남/민들레국수집 운영자〉
http://news.empas.com/show.tsp/cp_kh/soc00/20060501n0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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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yworld.nate.com/sye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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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국수집은 미국의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을 흉내내고 싶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은 배고픈 사람이면 누구든지 오셔서 식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나이, 성별, 종교 등등을 따지지 않습니다.?

댓가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나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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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국수집은 토, 일, 월, 화, 수요일 일주일에 닷새 동안 문을 엽니다.?

문을 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언제든지 오셔서 식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조금 일찍이거나 늦더라도 제가 국수집에 있는 동안에는 시간이 지났더라도 간단한 요기는 하실 수 있게 해 드립니다.

밥과 국?그리고 준비된 반찬을 자유롭게 드실 수 있습니다.?

간단한 뷔페식 상차림입니다.?

몇 번을 드셔도 괜찮습니다.? ?

남기시지만 않는다면 참 좋겠습니다.?

하루에 두 번 세 번 오셔도 괜찮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에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도 요일과 시간은 제한이 없습니다.?

참고하실 것은 국수집이 너무 비좁아서 한꺼번에 많은 분들이 일하실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봉사하신 데 대한 물질적인 댓가는 전혀 없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에서는 동정보다는 사랑을 하실 줄 아는 분을 대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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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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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국수집'(인천의 노숙자 무료 급식소)?이야기는?감동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국수집을 운영하는 서영남 수사님을 일컬어 '날개 없는 천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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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의심형인 나는 과연 tv에 비치는 그의 모습이 몸으로 체현된 진실일까 의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tv 속의 수사님의 모습이 그의 삶 속에서 일관되게 체현돼 온 진실이라면 날개 없는 천사일 뿐 아니라, 예수의 현현이라고까지 말해도 과언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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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밤새도록?민들레 국수집과 서영남 수사에 관한 모든 인터넷 정보를 뒤져서 그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았던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민들레 국수집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분(아래 사진의 맨 왼쪽)의?블러그도 알게 되었는데, 그만 그 일기들을 읽다가 그야말로 뿅~하고 감전이 오는 몇가지 대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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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gt; 왼쪽부터 글쓴이, 모름, 정근씨(빨간옷), 서영남 수사님, 대성씨

????????????????? 정근씨와 대성씨는 인간극장에 주인공 격으로 등장한 노숙자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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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씨는 행방불명 중이다.

오늘 수사님이 확인 바에 따르면 어제 아침에 만취가 되어서 일터로 나왔더란다. 같이 일하는 환갑이 넘은 아주머니가 술에 취해 일을 못하니 재활후견센터로 가 보라고 했는데 그 길로 행방불명이다.

아마 자신이 잘못한것에 대해 질책을 받을까 미리 두려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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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육년이라는 세월동안 수사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칭찬보다는 박대와 멸시를 받는것이 많았을 정근씨는 자신이 실수를 하면 덜컥 무서움부터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정근씨의 가출을 함께 마음아파해주고 있다.

아침 일찍 정근씨의 근황을 묻는 전화가 걸려올 정도이니 그 분들의 걱정이 어떤 것일지 생각하면 덩달아 미안함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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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정근씨 문제를 수사님앞에서 입밖에 내었다가 꾸지람을 들었다.

왜 정근씨를 자유스럽게 살도록 놔두지않고 지나친 관심을 느끼게 해서?정근씨를 마음 무겁게 만드느냐는 요지였다.

몇 년만에 돈을 만졌으니 술도 마시고 싶고, 다방에도 가고싶고. 폼도 잡아보고 싶은것이 인지상정인데 그렇게 이제 겨우 두 번째의 실패인데 왜 그렇게 안달이냐는 투이다.

하긴 대성씨가 일곱번을 가출했었으니 그에 비하면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 된다.

- 2005년 3월 9일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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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정근씨는 취해 있더니 오늘 아침에도 술 냄새를 풍긴다.

한 마디 잔 소리를 해 주고 싶어 입이 들썩인다. 하지만 잔소리는 정근씨를 움츠러 들게 할 것이다.

차라리 잔소리라고 생각해 준다면 더 없이 발전된 모습일 것이다. 아마 정근씨는 잔소리가 겁을 주는 위협으로 들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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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 깜냥엔 약이 될 법한 이야기도 조심스러워 못 할 때가 대 부분이다.

아침에 대성씨와 나는 아침준비로 손이 바빠 정근씨에게 꽁치를 튀기는 일을 맡겼다.

어제의 만취에 대한 미안함일까?. 잠시 돌아다보니 그래도 잘 해보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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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근씨가 식당문을 열 무렵에 대성씨에게 못 하겠다더니 어느 순간 스리슬쩍 사라져 버렸다.

오늘이 일요일이니 쉬는 날이다.

그래서 어디 산책이라도 갔다가 언제나 그랬듯이 땅거미 스며들듯 또 그렇게 소리없이 문을 들어서리라 생각했는데 점심시간이 되어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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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성씨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수사님이 십삼원이 든 통장을 돌려주었단다.

아뿔사!.나는 달려가 수사님에게 왜 그러셨느냐고 물어보았다.수사님의 대답이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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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돈은 정근씨것이니 주었단다.

누가 정근씨의 돈인줄 모른단 말인가, 내가 이렇게 놀라는것은 정근씨에게는 돈이 독이 된다는 사실때문이다.

일을 시작한 뒤로 용돈을 대성씨에게 맡겨놓고 차비며 담배값을 타다 쓰도록 했다.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곧바로 그것은 술값이 된다.

그런 정근씨에게 십삼원이라니!,큰 항아리에 소주를 가득 붓고 그 속으로 잠수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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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것을 아는데 어찌 수사님이라고 모르실까.

그러면서도 그 돈을 준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금보다 더 깊은 나락에 있을 때는 우리가 현재의 위치까지 보살핌으로 이끌어 올릴 수는 있지만 정근씨가 자립해서 살기 위해서는 언제까지 우리가 보호할 수는 없는것이다.

어미새가 새끼에게 비행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서 밀어낸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 수사님은 어미새가 되고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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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돈을 아껴쓰고 술을 절제하지 않는한, 우리가 인위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된다는 틀 안으로 정근씨를 구겨넣는것은 어쩌면 우리의 오만이요, 착각인지도 모를 일이다.

돈 십삼원을 받아든 정근씨가 다시 술독에 빠진다면 그것은 아직 정근씨가 새롭게 살고자하는 의지가 없다는것이 된다. 아직 때가 이르지 않은 것이다. 스스로 일어서려 하지 않는 한 아무리 일으켜 세워도 일어설 수 없는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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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 안 나가고, 이번 달에 입금될 월급까지 다 쓰고 난뒤에 돈이 떨어지면 계면쩍은 웃음을 흘리며 또 다시 나타날것이다. 수사님은 돈을 주면서 벌써 언젠가가 될지 모르는 &quot;그 날&quot;을 기다릴 생각을 하고 계신것이다.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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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님의?사랑은 인내 그 자체이다. 상대가 어떤 짓을 할지라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서 있어주는 분이다. 수사님은 말씀하신다. &quot;죽기전에는 변하겠지요&quot;.

그래도 나는 내일 정근씨가 아무일 없듯이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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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처음에 그런 수사님이 얼마나 답답 그 자체였는지 모른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것이다.

그런 기다림과 사랑이라면 한 사람이 아니라 열사람도 구제할 수 있다고.....

허나 지금은 그런 수사님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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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선택할 줄 알아야되고,또 그렇게 하는것이 정근씨의 인격을 존중해 주는것이라고 생각하는 수사님이시다. 나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내가 흉내 낼수 없는 한계점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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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떤 자매님이 오셔서 설겆이도 해 주시며 자신이 입양한 아이의 문제에 대해 수사님과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당이 끝나고 함께 칼국수집에 가서 두 분이 하시는 대화중에 수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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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품어 안으려 하면 안된다고, 사랑은 상대를 자유롭게 해주는것이라고, 어느 싯 구절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어쩌면 삼류에세이나 어느 시 구절에서 흔히 봄직한 그 말인데평생을 말과 다름없이 실천하고 행동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진행형인 수사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마음에 꽂히는 깊이가 달랐다.

-2005년 3월 6일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