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전철역 근처인 화수동 골목길에 2003년 4월 1일에 민들레 국수집을 열었습니다.
작고 허름한 민들레 국수집에 허름한 옷차림의 배고픈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사람들이 민들레 국수집을 바라보는 눈길이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동네에 민들레 국수집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송현초등학교 2회 졸업을 하신 어르신 두 분이 많이 도와주십니다.
집주인이신 송세환 어르신께서는 이웃들이 민들레 국수집을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 하면 다독거려 주십니다. 세를 받으시면 절반이나 뚝 떼어서 쌀 사는데 보태라며 주십니다.
또 한 어르신은 용원 약방을 운영하십니다. 쌀이 모자랄까 걱정하시면서 자주 쌀을 보내주십니다.
우리 손님들에게 꼭 필요한 구충제와 응급 약품을 보내주십니다. 두 어르신께서 든든한 민들레 국수집의 버팀목이 되어주십니다. 두 어르신의 모범으로 민들레 국수집의 이웃들은 마음들이 참으로 넓습니다. 당신들이 드시기에도 모자랄 텐데도 밑반찬도 자주 가져다 줍니다. 그러면서도 생색을 내는 분이 한 분도 없습니다. 그저 좀 더 못 줘서 미안해 합니다. 화수시장에 나가면 착한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덤을 너무 많이 주셔서 물건 값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예쁜 민지와 예지가 우리 손님들이 좋아하는 닭튀김을 부모님이 담아주셨다면서 힘들게 들고 오기도 합니다.
국수집 옆의 쌀집 어르신도 많이 도와주십니다. 우리 손님들이 버린 휴지를 치워 주시면서도 얼굴 찡그리시는 법이 없습니다.
쌀도 가격을 깎아주시고 어려울 때는 외상으로도 주시면서 도와 주십니다.
민들레 국수집이 너무 비좁아서 김치를 담글 때에는 길거리에서 다듬고, 저리고, 버무립니다.
그러면 지나가시는 동네 분들이 거들어주십니다. 대략 보름마다 사오십 포기의 배추로 김치를 담습니다. '김포 채소 가게'에 가서 배추를 주문하면 가게 아저씨가 거의 원가로 재료들을 배달해 주십니다. 국수집 문 앞에 배추를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동네잔치가 시작됩니다.
지나가시던 보살 할머니께서 보시곤 옷을 갈아입고 커피를 한 주전자 타서 가져 오셔서 거들어 주십니다. 조금 후에 구멍가게를 하시는 지훈이 외할머니가 파도 다듬어 주시고 마늘도 다듬어 주십니다. 새마을 부녀회 회장님도 지나가시다가 보시고는 아주머니들을 몇 분 모셔 오셨습니다. 행주치마까지 챙겨 오셔서 거들어 주십니다. 그러면 어느새 먹음직스러운 김치가 담겨집니다.
석분 할머니와 경희 할머니와 성당 할머니는 민들레 국수집 앞을 피해 다니십니다. 할머니들이 지나가실 때쯤인 오후 네 시에는 제가 밖에 나와서 지키고 있어야 예쁜 할머니들 저녁식사를 대접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저녁을 드시려 경로식당에 가시는데 다른 골목길로 비껴가시기 때문입니다. 민들레 국수집에는 당신들보다 더 배고픈 사람들이 와서 먹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행복한 우리 동네는 이웃과 함께, 이웃과 더불어 살 때 이루어집니다.
혼자만 살려고 할 때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나만, 내 가족만, 내 동네만 하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욕심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듯이 이웃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것입니다. 고상하다는 핑계와 복잡하다는 등등의 핑계로 보잘것없는 이웃과 더불어 살기를 미루거나 피한다면 제 스스로 오늘의 낙원이고 인간의 자리인 행복한 동네를 떠나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사랑은 자기 자신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이 기준이 되는 생활 방식입니다. 사랑을 따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나라, 우리 동네는 보다 밝고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행복하시길 원하면 이웃을 사랑하십시오.
사랑하지 않는 이는 행복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행복은 내 스스로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일깨워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