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남 수사, 민들레국수집 5년째 운영
노숙자등 소외받는 이웃에 사랑 베풀어

정순학 기자 / 25년 동안 수도자의 길을 걷다 가난한 이들과 살고픈 간절한 염원으로 환속해 지금은 평신도로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낮은 사람들의 벗과 형제로 밥을 퍼주고 행복을 나누는 서영남(55·베드로·사진) 수사를 찾아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인천 동구 화수동에 위치한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면서 노숙자 등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웃음과 사랑을 나누는 서영남 수사님이야말로 진정한 세상의 빛이 아닐까 싶다.
2003년 4월1일 문을 연 민들레국수집은 비록 협소한 공간이지만 5번째 돌을 맞은 시간만큼 식구들도 많이 늘어 지금은 하루에 200~300명이 찾고 있다.
의지할 곳 없는 노숙자들의 어깨가 되어주고 의자가 되어주는 민들레 아저씨, 국수집을 쉬는 날이면 전국의 교도소를 돌며 제소자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고 그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방황하는 그들에게 의지가 되어주고 정착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민들레 아저씨, 평화롭고 잔잔한 미소가 흐르는 그 모습이 바로 천사의 모습이 아닐런지….
필자는 대화를 나누는 내내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고 죄스럽고 송구스러웠다.
그는 5년 전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민들레국수집 문을 열 수 있었던 그 날 꿈처럼 벅찬 기억을 잊을 수 없으며, 또 지금까지 말없이 뒤에서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부인 베로니카와 딸 모니카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봉사의 길을 걸어오며 어렵고 힘든 적이 없었나는 필자의 질문에 봉사라는 말 자체를 부정하는 서영남 수사, 지구촌 모두가 가족이고 자신을 찾아오는 모두가 형제, 자매인데 나누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며 편안하게 대답했다.
공자가 ‘남을 자기처럼 대하라’는 가르침의 핵심처럼 남을 남이라 할 수 없으며 부모와 형제, 자매의 마음으로 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우리는 모두 가족이란다.
민들레국수집을 찾는 손님들이 모두 그의 식구이기에 사소한 것 하나 하나 세심하게 챙겨주는 말과 손놀림이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형처럼 부드럽고 정이 넘쳐나는 듯 느낌으로 다가왔다.
푸짐한 밥상에 아픈 곳을 만져주고 회충약까지 챙겨 먹이는 그를 보며 이기적이고 각박한 현대사회를 밝히는 촛불 같은 존재 거룩한 ‘성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4월1일 민들레국수집 5번째 생일에 또 하나의 작고 아름다운 공간 민들레 공부방의 문을 열었다.
민들레국수집이 노숙자의 배를 채워주고 곳이라면 민들레공부방은 정말 어렵고 갈 곳 없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사랑의 공간이 될 것이다.
그의 가장 풍성한 노후대책이 민들레국수집과 민들레공부방의 식구이며 그들과 함께 숨 쉬고 그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노후를 그리고 싶다는 소박하고 거룩한 삶에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민들레국수집은 정부의 지원금을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오직 자력으로 사랑의 힘으로 식구들을 먹이고 보살피고 있다.
나누면 나눌수록 샘솟는 화수분처럼 후원자들의 사랑과 응원이 넘쳐나 베드로 수사와 베로니카, 모니카와 더불어 정말 힘없고 소외받는 가족들과 함께 아름답고 멋진 풍경화를 그려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