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을 성직자로 살아왔다. 22살 나이에 종신서원을 하고 수사의 길에 들어선 후 평생을 신념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던 서영남 씨가 어느 날 스스로 그 길을 버리고 세상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 “그때 저는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장기수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오래 머물다 보니 오히려 저에게서 임무를 거둬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그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같이 살고 싶다고요.”
????????? 그렇게 수도원을 나왔을 때 그의 나이가 마흔일곱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부인 베로니카를 만났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만 담고 세상에 뛰어든 그에게 부인과 딸이 생긴 것이다. 결혼 후 가진 돈을 다 털어 국수집을 열었다. 아내가 벌어오는 돈은 물론 생활비까지, 국수집 운영을 위해 사용되었다. 그야말로 실천하는 ‘무소유의 삶’이다.
????????? 이렇게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배고픈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세 식구는 지금도 매주 목요일, 금요일이면 교도소를 찾아가 장기수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수도원을 그리워하고, 다시 태어나면 또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말하는 서영남 씨는, 그래서 여전히 모든 이들에게 ‘우리 수사님’으로 불리고 있다.

????????? 오전 열 시에 문을 열어 오후 다섯 시면 영업이 끝나는 민들레국수집은 쉴 틈 없이 사람이 붐빈다. 서울, 인천권은 물론, 먼 지방에서도 국수집을 찾는 노숙자들이 많다. 그런데도 국수집 안은 쾌적하다. 밥과 몇 가지의 반찬통이 가지런히 놓인 급식대는 뷔페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문을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은 조용히 줄을 서서 차례대로 밥과 반찬을 담는다.
????????? “먹을 만큼만 담고, 모자라면 또 담아가서 먹으면 돼.”
????????? 다정하게 국을 담아주며 서영남 씨가 한마디 거들자 밥을 담던 이가 슬그머니 손을 멈추고 이미 그득한 쟁반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이곳은 한 사람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먹고 싶을 때까지 음식을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그러니 한 번에 양껏 가져올 필요가 없다. 그릇만큼 적당히 담아 먹은 후, 모자라면 또다시 담아 오면 되는 것이다. 이 작은 규칙 하나가 노숙자들에게 가져온 변화는 예상보다 컸다.
????????? “길거리에 죽 늘어서서 찬바람에 몸을 떨다가, 그렇게 받은 밥을 눈앞에 두고도 또 한참을 기도해야 하는 그런 급식소는 싫습니다. 전 여기 이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제 식구라고 생각하지요. 식구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 나와 똑같이, 내 식구처럼 대한다는 원칙은 비단 나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영남 씨는 노숙자들의 행동에 있어서도 그와 같기를 바란다. 공공장소에서는 질서를 지키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붐비는 시간에는 가장 배고프고 약한 사람을 먼저 먹도록 하고, 함께 생활하는 남을 위해 깨끗이 몸을 씻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일깨워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배려 덕분에 국수집은 여느 급식소와는 다른 쾌적함과 포근함이 있다.

????????? 민들레국수집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어쩌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국수집에 국수가 없기 때문. 밥과 반찬을 둘러보던 기자가 이 말을 건네자 서 씨는 빙그레 웃는다.
????????? “여기가 2003년 4월 1일, 만우절에 처음 문을 열었어요. 거짓말처럼 그렇게 시작해보자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이름이 국수집인데 그것도 거짓말이 돼버렸네요.”
????????? 처음 시작한 국수는 노숙자들의 허기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사람이 일곱 그릇, 여덟 그릇을 먹어도 금방 배가 고프다고 하니, 결국 고민 끝에 돈이 더 들더라도 밥과 반찬으로 메뉴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그랬더니 하루 500명 이상 국수집을 찾아오기도 한다.
????????? 국수집에서 100여 미터 정도 걸어가면 2층으로 된 낡은 건물이 나온다. 딸 모니카 씨가 근방 아이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공부방이다. 자신의 선행에 대해서는 그저 담담하게 봉사라고조차 생각하지 않는다던 그였지만, 딸에 대해서만은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인가보다. 공부방을 둘러보는 그의 얼굴에 흐뭇한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 식사를 마친 노숙자들은 수줍게 인사를 던지고 식당을 나선다. 문밖까지 나가 사람들을 배웅하던 서영남 씨가 몇몇 이들을 따로 불러 조용히 질문을 한다. 혹시라도 챙겨줘야 할 생필품이 있을까 해서다. 안 그래도 식당 문 옆에는 건넛집 할머니 댁에 보낼 라면 한 박스가 따로 챙겨져 있다. 이가 다 빠진 할머니는 라면국수 외에는 씹어 삼킬 수 없는 상황이라 이렇게 잊지 않고 때마다 라면을 보내드려야 한다고.
????????? 자원봉사나 개인적인 기부 외에는 일체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않는 민들레국수집은 그래서 그 운영에 있어서도 오히려 문제가 없다고 한다.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식당을 찾는 모든 이를 배부르게 하겠다는 마음만으로 국수집을 꾸려나가니 어려울 것도, 고민할 것도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문 앞에서 한참을 서영남 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노숙자 한 명이 아쉬운 걸음을 뗀다. 언덕길을 내려 서 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몇 번이나 뒤를 돌아 인사를 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 한동안 못 찾아오시냐고 묻자 바로 내일도 올 거라는 답이 돌아온다.
????????? “그런데도 자꾸 돌아보게 돼요. 요즘 이런 곳이 어디 있습니까. 계속 이렇게 확인하지 않으면 거짓말처럼 갑자기 내일 없어질 것 같아서 그러는 거예요.”
????????? 동인천 주택가, 그곳에는 거짓말처럼 따뜻한 국수집이 있다. 배고픈 이들 누구라도 가족처럼 한 끼를 함께할 수 있는 곳, 민들레국수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