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천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씨

부랑자들의 뒤집어진 모자위에는 동전 몇 푼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 사람들은 따듯한 말 한마디조차 쉬이 건네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 그들에게 쉬이 나눔의 손길을 뻗지 않는다. 어찌 보면 ‘삭막하다’할 정도다. 이런 와중에서도 ‘나눔’이라는 가치를 꿋꿋이 지켜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민들레 국수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서영남씨다.

남을 위해 일하면 힘들지 않아

“제대로 살려면 가난한 사람과 살아라”는 서영남씨가 6년 동안 국수집을 운영하면서 가슴깊이 간직해온 말이다. 가난한 사람과 같이 살아야만 제대로 살 수 있다니.. 무슨 의미일까? 이에 그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한 덕분에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됐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3년째 금연 중인데도 불구하고 늘 담배를 지니고 다닌다. 식사를 하고 나온 노숙자들에게 담배를 나누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들 중 많은 사람은 “피우다 남은 꽁초를 가지고 있다”면서 받지 않으려 한단다. 굳이 새 담배를 주겠다는데도 말이다. 이유를 묻자니 꽁초도 없는 다른 이에게 나누어 주라는 것이다. 또 식사를 두 번 세 번 와서 먹으라고 해도 자신보다 더 배고픈 사람이 와야 한다며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그는 “함께 나누면 행복이 선물로 주어진다”며 “힘들어도 남을 도와주면 보람이라는 행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을 위해 일하는 건 힘들지만 이렇게 남을 위해 일하는 건 힘들지 않다”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나눔은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하지 않는 날에도 멈추지 않는다. 그 나눔이 이어지는 장소는 바로 교도소. 그는 “말 재주는 없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의 가족은 여름휴가 10일도 교도소로 가서 나눔을 실천한다.

나눔의 삶에서 그의 우선순위는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항상 나눔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그는 “사람들은 삶을 지겨워한다. 모두 pc방이나 공원에서 멀뚱히 앉아 시간 죽이기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시간이나 나눔과 같은 귀한 것은 안귀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안 귀한 보석 같은 것은 귀하게 생각한다”며 한탄했다.

나눔이 낳은 나눔

서영남씨의 부인은 동인천 지하에서 자그마한 옷가게를 한다. 남편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		?

그는 옷가게에서 나오는 수익 중 일부를 매번 후원한다. 서씨는 “엄마가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듯, 아내는 나를 후원 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했다는 그의 딸도 후원에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다. 항상 월급을 받을 때마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10%를 ‘민들레 국수집’에 후원해 줬다고 한다. 그런 딸이 기특하고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갈수록 일에만 열을 올리는 딸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국수집 개점 5주년이 됐을 때 돈이 없어서 공부할 곳이 없는 불쌍한 아이들을 위한 무료 공부방을 딸과 함께 만들었다. 현재는 딸이 일을 그만두고 운영을 맡고 있다고 한다. 가족 모두가 나누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민들레 국수집’에 후원하는 사람들은 이름도 안 밝히고 계속 후원을 한다. 돈 뿐만이 아니다. 쌀, 반찬 등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후원자들 중 한분인 용자할머니는 매번 소주를 두고 가신다. “모두들 잔득 가져다 놓고도 조금이라 미안하다며 부끄러워 한다”고 그는 말했다.

“막노동으로 10만원 벌어서 5만원을 주려는 후원자도 있었다”며 서씨는 거절했지만 한사코 주려고 해 결국 3만원만 받았다고 한다. 이에 그는 “부자들은 진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이처럼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은 진짜 불쌍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진심으로 나눔을 실천한다”고 말했다.

식탁 한 개로 시작했던 국수집은 손님이 너무 늘어나다 보니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됐다. 주인 할아버지가 자신의 사무소를 내주지 않았으면 포화상태에 이르고 말았을 것이다. 옆집 쌀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세를 얻어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나눔’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는 공간이 허락한다면 국수집을 조금 축소하더라도 노숙자를 위한 옷 나눔터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에게 나눔이란 사랑이다. 인정 넘치는 삶을 위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정의롭지 않은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최선의 것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우리 대학생에게 이르는 말이 있다. ‘공부해서 남 주자’가 그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공부해서 남에게 주지 않으면 독만 된다”고 말한다. 또 그는 “청춘을 월급에 팔아먹지 마라”, “욕심 많은 사람의 수족이 되지 말라”고 말한다.?
?

?????????????????????????????????????????????????????????????????????????????????????????????????????????????????????????????? 글 박현선 수습기자 vitaminhs@
??????????????????????????????????????????????????????????????????????????????????????????????????????????????????????????????? 사진 조국인 기자 paqweyoo@

?

사랑이 머무는 곳 민들레 국수집 국수집을 운영하는 서영남씨의 신조는 ‘소유로부터의 자유’다. 말 그대로 ‘무소유’를 의미한다. 이런 그의 생각은 ‘민들레’라는 국수집의 이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민들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는 사랑스런 잡초다. 민들레 국수집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민들레처럼 됐으면 하는 것이 그의 작은 바람이다. 그런 까닭에 민들레 국수집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음식을 나누어 준다. 모든 음식이 무료인 것이다. 이에 돈이 모자라 한 끼 식사조차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 모두 민들레국수집을 찾는다. 그러나 ‘무료’라는 것은 민들레 국수집이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수입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원’이라는 것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그 후원이라는 것도 일반적인 복지시설들의 후원 형식과 달라 눈길을 끈다. 민들레 국수집은 정부, 기업, 부자들에게는 후원받지 않는다. ‘기부’라는 가치가 자칫 ‘사회적 명성’을 쌓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는 것을 우려하는 까닭이다. 인터넷에 있는 계좌번호로 비공식적인 후원을 받거나, 물품과 같은 경우에는 직접 전달받는다. 인천광역시 동구 화수동에 위치한 ‘민들레 국수집’은 목, 금요일을 제외하곤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오픈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