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넘게 무료 급식소 운영..석류장 수상자로 선정

(인천=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 "얼떨떨합니다. 세상엔 더 훌륭한 사람이 많은데 저같은 사람이 훈장을 받게 되다니..."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선행해온 공로로 국민 훈장 '석류장'을 받게 된 서영남(57)씨는 29일 이같은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 수도원 수사 출신인 서씨는 2003년부터 인천의 대표 달동네인 동구 화수동에서 무료 급식소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다.

?? 이곳의 주요 고객은 노숙자나 인근 쪽방에 사는 사람들이다. 무료로 운영되는 식당의 손님이지만 서씨는 이들을 'VIP'라고 부르며 소외되거나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 덕분에 1일 300~500여명의 손님이 눈치보지 않고 원하는 만큼의 식사를 하고 돌아간다.

?? 국수집이 문을 연 지 만 8년 2개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3평이 채 안 되던 비좁은 식당도 2008년 말 확장해 이제는 18평으로 넓어졌다. 6명이 앉으면 꽉 차던 좌석도 24석으로 늘어났다.

??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은 최근 몇년 사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밀려드는 손님이 버겁기도 하련만, 서씨는 더 많은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 했다.

?? "사람은 사랑을 하면 수고를 모르는 법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 힘들 리가 없지요. 부유한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식사를 더 하라고 하면 자신보다 배고픈 사람에게 양보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어찌 감동적이지 않겠어요"
나눔이 나눔을 부른 것일까. 수많은 사람의 후원이 이어지면서 국수집 '부설기관'들도 잇따라 설립됐다.

?? 2008년 4월에는 달동네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민들레 꿈'이 문을 열었고, 2009년 7월엔 노숙자들을 위한 전국 최초의 문화공간 '민들레희망지원센터'가 설립됐다. 지난해 2월에는 달동네 어린이를 위한 무료 식당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도 문을 열었다.

?? 수년간 꾸준히 나눔의 크기를 키워온 서씨는 그러나 '다음의 계획'은 일부러 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 "계획이 너무 커져 버리면 기존의 손님들이 안 좋아하실까봐 그렇습니다. 매월 400만~600만원에 이르는 월세를 비롯해 경제적 부담은 커졌지만 내일의 일을 미리 걱정하거나 앞서 계획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야 사는 맛도 있지요"
훈장을 받는다는 소식에 자신의 기쁨보다도 남을 도울 방법이 없나 궁리하는 서씨.

?? "국수집을 운영하지 않는 날엔 전국 교도소에 교정 사목을 하러 다니는데 수감자들의 부탁을 받아 법무부 장관 앞으로 이들의 가석방 허락 등을 바라는 탄원서를 대신 써주기도 합니다. 훈장을 받은 경력이 이들의 탄원 활동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까요"
행정안전부는 2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추천 포상 수상자로 서씨를 포함해 24명을 선정했으며 다음달 중순 훈·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 in@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