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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2-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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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서영남
 조회 : 9,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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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코파이 다섯 개와 비타 500 두 병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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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의 행복을 퍼주는 민들레국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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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겨울철이면 민들레국수집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납니다. 요즘은 멀리 서울에서도 밥 한 그릇 드시러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처음 오시는 분들은 접시에 밥과 반찬을 담는 것을 보면 알아볼 수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처음 오시는 분들의 식사량은 정말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열흘 정도 꾸준히 찾아오셔서 식사를 하시면 거의 모든 분들이 알맞게, 그리고 품위 있게 식사를 하십니다.
“무엇이 제일 맛있었나요?”
“고기요!”
맛있게 식사를 마친 우리 손님들 거의가 곧바로 하시는 대답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나눔과 함께’에서 나눠주는 돼지고기 덕택에 한 주간에 한 번쯤은 우리 손님들이 원하시는 만큼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돼지 불고기를 낼 수 있으니 참 행복합니다. 김치는 치아가 부실해서 못 드신다며 엄살을 떨던 분들도 고기만큼은 많이 드실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인천시에 따르면 2006년도 기준으로 인천에는 노숙자가 70명 정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동인천역과 주안역 그리고 동암역과 부평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는 35명을 수용하는 노숙인 쉼터가 한 곳이 있고, 500명 정원의 부랑인 수용시설이 한 곳이 있기 때문에 노숙자 수용은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부터는 경로 식당을 찾아다니며 끼니를 때우던 분들도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이용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나 봅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오시지 않던 분들이 갑자기 많이 늘었습니다.
겨울비가 내립니다. 비를 맞으면서 민들레국수집의 손님 한 분이 오고 있습니다. 신발을 봅니다. 손님의 신발이이 다 헤어져 너덜거립니다. 겨울인데도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입니다. 발이 다 젖었을 것입니다. 식사를 차려드리고 서둘러 이층으로 올라가서 헌 신발을 찾아보았지만 슬리퍼가 하나 있을 뿐입니다. 양말 두 켤레와 함께 슬리퍼를 신도록 했습니다. 추운 겨울인데 따끈한 국이나마 한 그릇 더 드렸습니다.
고마운 분들이 쌀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월급의 끝자리를 모아 쌀을 보내주신 현대제철 노동조합, 대전에서도, 또 이름을 밝히지 않으신 분도, 멀리 부평에서 차를 몰고 가져오신 분도 계십니다. 민들레국수집이 어느새 쌀 부자가 되었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드시고도 남는 쌀을 나눠드려야 할 어려운 집을 챙겨보니 스물 두 집이나 됩니다.
오늘은 스무 포대(20킬로 들이)가 필요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의 봉사자이신 아가다 자매님과 베드로 형제님이 쌀을 나눠드리는 힘든 일을 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오늘 흐뭇한 일이 있었습니다. 용산역에서 노숙하시는 분인데 오늘 처음 오신 젊은 분입니다. “밥이 정말 맛있었다”면서 초코파이를 다섯 개나 선물로 주고 갔습니다.
일흔 셋이신 떡할머니가 요즘은 일거리가 없나봅니다. 며칠 전에는 과일 행상을 하셨는데 사흘 장사를 하고 계산을 해 보니 1,500원을 벌었답니다. 하루 겨우 500원을 번 셈입니다. 밥을 드시는데 참 맛있게 드십니다. 어떤 때는 중풍으로 제대로 걷기 어려운 동생을 부축해서 오시기도 합니다. 비타 500 두 병을 살짝 놓고 가십니다. 가슴이 찡합니다. 어찌 이렇게도 착하실까??
* 필자는 25년간의 종교적 생활을 접고 환속해 인천 동구 화수동의 노숙자 무료급식소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시민단체인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대표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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