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에서 노숙자를 돕는 봉사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대성씨'의 삶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세상에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책으로 발간되는 일이 마냥 쑥스럽기만한 주인공은 동구 화수동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민들레 국수집'에서 일을 돕고 있는 박대성(53·사진) 씨.

민들레 국수집의 첫 식구이기도 한 그는 연평도에서 태어나 할머니를 어머니인줄 알고 자랐다. 돈을 벌기위해 그가 집을 나선 것은 14살, 거리를 헤매는 동안 지냈던 노역살이는 어린 그에게 희망보다는 포기와 좌절감을 가르쳤다.

하나 뿐인 혈육이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는 마음 둘 곳조차 찾지 못해 방황하다 동인천역 주변에서 생활하는 노숙자가 됐다.

술은 대성 씨에게는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술에 취해있지 않을 때는 죽어야겠다는 생각만 맴돌았다.

그는 "질긴 목숨이었는지 죽는 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03년, 주린 배를 움켜지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간 민들레 국수집은 그의 삶 전체를 바꿔났다.

대성 씨는 "쓸모없는 사람 취급만 당하고 사람들이 피하기만 한 알코올중독 노숙자를 민들레 국수집에서는 문을 활짝 열어주며 밥을 차려줬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을 밥 한 공기를 비운 뒤 그는 용기를 내 민들레 국수집을 꾸려가고 있는 서영남 대표에게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두사람은 가족이 됐고, 대성 씨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이 됐다.

이런 그의 삶이 다음달 책으로 발간된다.

(재)성바오로딸수도회가 운영하는 성바오로출판사에서 기구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음집 형태로 묶어내는 책 안에 대성 씨의 이야기도 담겨지는 것.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 절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봤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더 잘 안다.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용기를 내 마음을 열고 그 손을 잡아야 한다는 걸 내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어 대성 씨는 "먹고 자고 일할 수 있는 지금 난 아무것도 바랄게 없을 만큼 행복하다. 그래서 발간될 책의 인세는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지정기부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그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몇 배로 보람있고 행복할 것 같다"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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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영기자 (블로그)cubs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