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간판과 달리 국수는 없다. 또 다들 공짜로 식사를 한다.

사실 이곳은 노숙자 등 가난한 이웃을 대상으로 무료로 급식하는 '사랑의 식당'이다. 식당 주인은 서영남 씨(54). 그는 25년간 수도원에서 수사 생활을 하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식당을 열기 위해 요리학원도 다녔다고 한다.

기자가 찾은 지난달 28일 민들레국수집 앞에는 큰 고무 대야가 놓여 있었다. 대야에는 소머리뼈가 가득 담겨 있었다. 서씨는 "2003년 4월 1일 개업했으니 이제 곧 개업 4주년인데 손님들에게 조금 특별한 걸 대접하고 싶네요"라며 "사골은 비싸서 그나마 국물이 뽀얗게 잘 우러나오는 소머리뼈를 준비했다"고 말한다.

민들레국수집은 개업 당시에는 잔치국수를 제공했다. 그래서 이름도 국수집이다. 하지만 손님들이 허기가 가시지 않는다고 해서 밥으로 메뉴를 바꿨다고 한다. "손님들이 모두 영양상태가 좋아져서 국수를 원할 때까지 식당을 계속 하려고요. 그래서 이름은 그냥 그대로 국수집으로 두고 있어요."이곳은 다른 무료 급식소와 달리 반찬이 풍성하다. 기본적인 밑반찬도 대여섯가지는 된다. 이날 반찬은 오징어젓갈, 짠지, 무채, 잡채, 김치 등이었다. 식당 한쪽에서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고 반대쪽에서는 자원봉사자가 연방 명태살로 전을 부치고 있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왔다는 자원봉사자 김소희 씨(53)는 "다른 무료 급식 봉사하는 곳도 다녀봤지만 우선 여기는 분위기가 밝다"며 "가정집처럼 반찬도 정성껏 해주시고 손님들도 다들 차분히 맛있게 식사하고 가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 벽에 걸려 있는 화이트보드가 눈에 띈다. VIP 명단과 김남주 시인의 '사랑'이라는 시가 적혀 있다. VIP 명단은 서씨가 이름은 물론 식성까지 알고 있는 단골 손님들의 이름이다.

지난 4년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묻자 서씨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고기 좀 잘 먹여야 하는데…. 손님들에게 반찬 중에 뭐가 제일 맛있느냐고 물으면 다들 고기라고 해요."식당은 일주일 중 목요일과 금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 서씨의 본업 때문. 그의 본업은 전국에 있는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재소자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다. 소위 교정사목이다. 이 일은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민들레국수집에는 한 달에 3000명 이상이 다녀간다.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서씨는 "사실 넉넉하게 손님들에게 베풀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처음 식당 문을 열 때부터 운영원칙이 있었어요. 정부지원금, 부자들의 생색내는 돈은 절대 받지 않는다는 거죠. 그 대신 큰 후원자가 있고 우렁각시처럼 조용히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큰 후원자는 바로 그의 아내다. 나이 50이 넘어서 결혼한 그에게 아내는 동인천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며 수익금 대부분을 식당 운영을 위해 내놓는다. 서씨는 "돈은 권력이에요. 가급적 안 받아야 하는데"라며 멋쩍어했다.

[인천 = 김철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