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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5-1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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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서영남
 조회 : 14,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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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봉사 19 - 사랑의 밥집 ‘인천 민들레 국수집’의 봉사 현장 |
| 실천하는 봉사 ? - 사랑의 밥집 ‘인천 민들레 국수집’의 봉사 현장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나앉은 사람, 태어날 때부터 버려져 고아원을 전전하다 나온 사람, 또는 가난에 찌들어 삶의 마직막 비상구를 택한 사람. 거리의 노숙인들이 가진 과거는 다양하나 배고픔에 시달리는 그들의 현실은 동일하다. 노숙인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서 대두된 지금, 노숙인들에게 매주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며 그들의 삶의 희망을 되찾아 주려 애쓰고 있는 인천의 ‘민들레 국수집’을 찾았다. <편집자 주>
‘민들레 국수집’의 하루
‘민들레 국수집’엔 줄서기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삶의 줄서기에 상처받아
거리로 나온 이들,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데
그마저 줄을 세우면
이들의 상처가 덧나기 때문이다
국수가 없는 ‘민들레 국수집’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밥심’에
의지해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문 연지 5년째,
이곳을 찾는 발길이 없어
문을 닫게 되는 날
그날이 오면 우리 사회에도
볕이 들 테다.
‘민들레 국수집’은 지난 2003년 4월 1일 수사 출신의 서영남(54) 씨가 노숙인이나 생활이 어려워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자 문을 연 ‘사랑의 밥집’이다. 올해로 인천광역시 동구 화수동에 자리 잡은 지 5년째에 접어든 민들레 국수집은 매주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5일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식사를 제공하며, 배고픈 사람은 누구나 찾아와 눈치 보지 않고 얼마든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식사는 자율배식으로 이뤄지며, 손님들은 줄을 서지 않고 자리가 비면 그때그때 한 사람씩 들어가 식사를 한다. 경쟁에서 밀려나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줄 서기는 또 하나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이 점이 민들레 국수집과 기존의 무료 제공 급식소들의 차이점이다.
매일 서울, 인천 등 여러 지역으로부터 1백50명∼3백 명 정도가 민들레 국수집을 찾고 있으며, 그 봉사정신을 잇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2005년에는 서울과 부산에 민들레 국수집 2호와 3호가 문을 열기도 했다.
지난 28일 오전 9시 반. 취재기자는 전철을 타고 1시간 반 정도를 달려 목적지인 동인천역에 도착했다. 민들레 국수집의 위치가 표시된 약도에 의지해 길을 따라 걸은 지 20분여. 큰길에서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온 한 골목길의 초입에서 민들레 국수집 맞은편에 있다는 교회의 안내판을 발견했다. 약간 경사진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자 길을 제대로 찾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한눈에 봐도 민들레 국수집의 손님인 듯한 사람들이 같은 길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남루해 보이는 행색을 한 그들의 얼굴에는 어떤 기대감 같은 것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은 잠시 후 맛볼 민들레 국수집에서의 아침식사에 대한 기대감이었을까? 어쩌면 따뜻한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 5분쯤 길을 걸으니 ‘민들레 국수집’ 간판이 보였다.
9시 55분. 아직 영업 개시를 5분 남긴 때였지만 민들레 국수집에는 이미 손님 한 명이 들어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제 막 개시한 참이라 그런지 민들레 국수집도 여느 집들처럼 주말 아침 특유의 고요함에 쌓여 있었으나, 10분쯤 지나자 하나둘 손님들이 모여들어 금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때마침 밖으로 나오는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영남 씨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반갑게 취재기자를 맞아 줬다. 그러고 나서는 취재기자를 불러 꽤나 묵직한 쌀 포대 하나를 건넸다. 갑작스레 짐꾼(?)이 된 취재기자는 서영남 씨를 따라 민들레 국수집 근처의 한 작은 집으로 향했다. 걸음을 옮기며 서영남 씨에게 쌀 포대의 사연을 들었다.
“연변에서 건너 온 모녀가 저 집에서 살고 있어요. 어려운 형편에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쌀을 드리려고 합니다.”
서 씨는 이렇게 매달 3, 40포씩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보내 주고 있다고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모녀가 집에 없어서 열심히 들고 간 쌀을 고스란히 가지고 돌아와야 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한가한 때를 이용해 서 씨에게 민들레 국수집에 대한 얘기를 듣기로 했다. 우선 민들레 국수집을 찾는 사람들에 대해 물어 봤다.
“배고프고, 가난하고, 집도 없고 그런 사람들이죠. 근데 사람들을 보면 모두 안전화를 신고 있죠? 저걸 안 신으면 요즘엔 막노동도 일을 안 줘요. 그래서 안전화 말곤 딴 신발을 못 신어요. (하지만) 일하려고 해도 거의 일들을 못 하고 있죠.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입니다.”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서 씨는 “고기를 많이 못 먹여 드리는 게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그 많은 반찬들 중에 손님들이 고기를 제일 좋아한단다. 여유가 없어 손님들이 고기를 양껏 먹게 해 줄 수 없을 때는 아쉽다고. 이러한 손님들의 고기 선호는 국수집이면서 국수를 말지 않는(?) 민들레 국수집의 모순과 관계가 없지 않다.
“우리 손님들은 국수하고 죽을 안 먹으려고 해요. 이가 다 빠진 분에게 전복죽을 권해도 죽은 안 먹는대요. 밥 먹는대요. 국수도 내가 좋아하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겠지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국수를 좋아하는 손님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민들레 국수집) 시작하자마자 밥집으로 바꿨죠. 그래도 국수집이라고 버티는 건 언젠가 손님들이 별식으로 국수를 찾을 때가 오길 바라서예요.” |
12시 반쯤 식탁에 둘러앉은 봉사자들은 몇 개월 전에 온 청년부터 민들레 국수집 초기부터 함께 해 온 60대 할머니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은 마치 한 가족처럼 즐거워 보인다.
“민들레 국수집 자원봉사자 분들은 그냥 오고 싶은 때 와서 할 수 있는 만큼 일 하고 돌아갑니다. 민들레 국수집은 거의 하루 종일 여니까 그렇게 오래들 있으실 수도 없고, 강요에 하는 봉사는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진짜 봉사가 아니니까요.”
민들레 국수집 봉사자들 중에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어린 초등학생도 있고 중,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들도 홀로 또는 두, 세 명씩 무리를 지어 봉사하러 온단다. 대부분 요리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설거지나 재료손질을 돕는다.
이날 점심식사에는 민들레 국수집의 든든한 지원군 송재환(75) 옹도 함께 했다. 화수동 토박이인 송 옹은 민들레 국수집 초기에 마을 주민들의 반발 속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1평 조금 더 됐던 민들레 국수집이 지금처럼 2배나 넓어진 것도, 식재 창고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송 옹의 덕분이다. 오히려 송 옹은 자신을 한 식구처럼 대해주는 서 씨와 민들레 국수집 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민들레 국수집의 오후가 시작되고 손님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졌다. 민들레 국수집의 손님들은 긴 줄을 서지 않는다. 다만 오고 싶을 때 와서 자리가 비면 거기에 앉아 밥을 먹으면 그만이다. 그저 집에서 밥을 먹는 것처럼 편하게 있다 가면 된다. 배불리 한 끼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잘 먹고 갑니다’라고 인사하며 다시 자신들의 삶으로 돌아간다.
서 씨는 “봉사란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흔히 봉사를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돕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짜 봉사죠.”
인천우체국에 근무하는 집배원 최신호(50) 씨는 2년 전부터 일주일 용돈 2만 원을 쪼개 매주 월요일 달걀 두 판씩을 사서 민들레 국수집에 보내는 것으로 작지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최신호 씨는 “뭔가 돕고는 싶은데 가진 게 없어서 주머니에 들어 있던 점심 값으로 달걀을 사서 가져다 놨죠. 그 후로 매주 달걀 두 판씩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라면서, “나눔이란 실은 별 것 아니더라고요”라며 나눔은 어렵지 않은 일임을 강조했다.
민들레 국수집은 올해에도 변함없이 그 문을 활짝 열고 손님들을 맞을 것이며, 손님들 또한 어김없이 민들레 국수집을 찾을 것이다. 마음의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자들이 있는 한 민들레 국수집은 어렵고 배고픈 이들의 휴식처로 남아 있을 것이며, 상처 입은 그들의 희망도 다시 자라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봉석 기자
radenian@dankook.ac.kr
이제 막 문을 열어 한산한 민들레 국수집. |
| 2007-05-01? | | 신봉석 기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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