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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지저분한 행색으로 구걸하거나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경기도 수원역 앞 노숙인이 변하고 있다.
매일 샤워시설을 찾는가 하면 의욕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노숙인 보호시설을 활용하거나 지역사회 도움으로 나름의 생활방식을 터득하며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스스로 깬 결과다.
예년보다 빨리 추위가 찾아온 18일 오전 수원역 앞.
수년간 전국을 떠돌다 올여름 수원역에 터를 잡은 김모(40·여)씨는 매일 저녁 역 앞에 마련된 노숙인보호시설 `꿈터'의 샤워시설에서 몸을 씻는다.
꿈터 문이 닫힌 날이면 찜질방도 이용한다.
돈을 쓰면서까지 찜질방을 이용하는 이유를 묻자 김씨는 "습관이 됐다"고 답했다.
그는 인천에서 자주 찾던 무료배식소 '민들레국수집'이 청결하지 않은 사람에겐 밥을 제공하지 않자 그때부터 습관적으로 청결한 몸을 유지하게 됐다고 했다.
꿈터에서도 잠자리에 들기 전 손과 발은 닦아야 한다.
"처음엔 시켜서 한 건데 이젠 저도 좋고 주변 사람에게 피해도 가지 않아 매일 씻으려고 노력해요"
노숙생활 12년차 박종열(43)씨의 목에는 휴대전화가 걸려 있다. 구형 중고품이지만 직접 번 돈으로 장만한 `보물 1호'다.
노숙인 간 다툼이 발생하거나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바로 경찰이나 119에 신고한다고 했다.
"매달 딱 기본요금만 사용해요. 통화량은 적지만 비상시에 대비한 거죠. 노숙을 해도 있을 건 있어야죠"
하는 일 없이 시간 보내는 대신 일을 직접 찾아나서는 노숙인도 늘었다.
철도경찰대 수원센터 사무실에는 한 달에 2~3명꼴로 일자리 상담을 하려는 노숙인이 찾는다.
철도경찰대 안성진 주무관은 "예전에는 노숙인 민원을 해결하거나 그들을 밖으로 내보내는게 주 업무였는데 3~4년 전부터는 일자리를 연결해 주는 일도 한다"며 " 요즘 역사에서 구걸하는 노숙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경기도 자활 지원사업에 참여한 노숙인 가운데 5명은 거리생활을 접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환됐다.
4명은 강원 양구에서 밭농사를 짓고 있고 26명은 도가 마련한 임대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자활을 꿈꾸는 노숙자가 비록 도가 파악한 전체 노숙인수(9월 기준 347명)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변화가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복지정책 담당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노숙인들은 스스로에 대한 인식은 물론 삶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자기만의 삶을 설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내면 변화를 꾀하는 인문학 강좌, 전문 상담, 끊임없는 관심 등으로 계기를 마련해 주면 노숙인도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