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
 


 
작성일 : 13-03-30 06:23
한겨레신문 3월 27일자
 글쓴이 : 서영남
조회 : 15,086  
등록 : 2013.03.27 20:22수정 : 2013.03.27 20:22
민들레옷가게에서 서영남 대표와 아내 베로니카, 딸 모니카가 함께했다.

나눔 실천하는 인천 ‘민들레타운’
가톨릭 수사 출신인 서영남 대표
10년 전 300만원으로 국숫집 열어
노숙인·홀몸노인에 무료식사 제공

부인은 돈 받지 않고 옷 챙겨주고
딸은 공부방 운영하며 아이들 교육
‘무소유 삶’ 민들레 홀씨처럼 번져
노숙인 10여명 정착…마을봉사자로

내가 직장을 잃고 가족들에게조차 버림을 받아 거리를 방황하게 됐을 때, 누군가가 나를 최상의 손님이나 가족으로 받아준다면? 배가 고프면 언제든 맛있는 제육볶음과 국수를 주고, 따뜻한 방에서 씻고 낮잠을 잘 수 있게 해 준다면 어떨까.
꿈속에서나 가당할 법한 일이 현실로 이뤄진 곳이 있다. 수도권전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인천시 동구 화수동 일대 ‘민들레 타운’이다. 수도권에서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인 이곳을 부활절을 앞둔 지난 25일 찾았다.
민들레국수집은 이 달동네 골목 네거리에 있다. 국숫집에선 노숙인 10여명이 식판에 하얀 쌀밥과 제육볶음을 양껏 담아 식사를 하고있다. 그 옆에 최근 문을 연 ‘어르신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에선 홀몸노인들이 맛있는 국수를 먹는다. 가톨릭 수사 출신인 서영남(60) 대표가 10년 전 문을 연 민들레국수집에는 목·금 이틀을 빼고 토~수요일 매주 5일간 하루 400~500명이 찾아와 무료로 식사를 하고 간다. 뭔가 쫓기는 듯하거나 겸연쩍게 식판을 내밀거나 고개를 숙이며 밥을 먹는 표정이 아니다. 스스럼없이 식판을 내밀고 자유롭게 식사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안식이 느껴진다. 이곳엔 간혹 정부의 고위층이나 각계 지도자들도 후원이나 봉사를 위해 얼굴을 내밀지만, 서 대표는 그들이 아닌 노숙인들을 ‘브이아이피(VIP) 손님’이라고 칭한다. 걸인에게 던져주는 빵 한 덩이와 브이아이피에게 대접하는 밥의 온기가 같을 수 없다.
국숫집에서 배를 채운 노숙인들 중 몇몇은 인근 민들레가게로 가서 서 대표의 부인 베로니카에게 필요한 옷을 요청한다. 베로니카는 노숙인이 요청한 점퍼뿐 아니라 팬티와 양말까지 챙겨 넣어준다. 민들레가게는 ‘돈을 받지 않은 채 퍼주기만 하는 유일한 가게’다. 이곳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선 매일 오후 50여명의 노숙인이 찾아와 책을 읽고 독후감 발표회를 연다. 이들이 독후감을 발표하면 3천원씩을 챙겨주는 것도 베로니카의 몫이다.
민들레국수집 인근에서 운영중인 민들레공부방엔 학교를 마친 동네 아이들 10여명이 들어와 방금 만든 떡볶이를 먹으며 재잘댄다. 공부방은 베로니카의 딸 모니카가 운영한다.
서 대표가 25년간의 수도원 생활을 접고 나와 전재산 300만원을 털어 민들레국수집을 차려놓고 운영 걱정에 노심초사할 때 베로니카·모니카 모녀는 오갈 데 없던 그를 한 식구로 받아들였다. 이 모녀에게 서 대표는 여느 가장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자기 손에 들어온 모든 것을 가족 대신 나눔과 봉사를 위해 쓰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얼마 전 독지가가 2억원 상당의 ‘희망센터 건물’을 기부하자 이 건물조차 곧바로 인천대교구에 헌납한 무소유자다.
아내 베로니카는 그런 가장을 타박하기는커녕 이제 동인천역 지하상가 옷가게에서 번 돈을 몽땅 민들레국수집에 털어놓는 최고의 후원자가 됐다.
서 대표는 27일엔 포스코청암상(봉사부문)을 수상해 상금 2억원을 받았다. 그중 1억원은 며칠 전 ‘어르신들을 위한 국수집’을 여는 데 썼고, 남은 1억원은 필리핀 마닐라의 쓰레기산 파야타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먹이고 돌보며 공부시켜 줄 파야타스공부방을 여는 데 쓸 계획이다. ‘아빠’의 사랑 바이러스에 엄마 못지않게 깊게 감염된 모니카는 벌써 파야타스행을 자원했다.
행복한 것은 세 식구만이 아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오가다가 이 동네에 정착하고 싶어한 노숙인들에게 방을 얻어주어 ‘민들레’ 식구가 된 노숙인들이 10명이 넘는다. 얼마 전까지만도 거리를 배회하던 노숙인들이 국숫집과 공부방, 희망센터 운영봉사자들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깜짝 놀란다.
이들이 얼마나 평화로운 미소로 또다른 노숙인들을 정성스럽게 섬기는지는 보지 않고는 믿기 어렵다. 이 국숫집에서 봉사하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몸과 마음이 안정을 되찾았는데도, 이 무소유 공동체의 사랑에 취한 이들이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게 민들레공동체의 걱정이라면 걱정일 뿐이다.
민들레국수집에 봉사하러 온 이들도 ‘민들레’의 사랑에 흠뻑 젖기는 마찬가지다. 개신교 장로인 김정택(72)씨는 매일 민들레국수집으로 나와 봉사하면서도 월 10만원씩을 내놓는다. 이 마을 주민인 박영임(61)씨는 수술한 아픈 다리를 끌고 와서도 공부방에 매일처럼 나와 동네 아이들을 거둔다. 박씨는 “이렇게 돕다 보면 아픈 것도 다 잊어버린다”며 수줍게 웃는다. 국숫집에서 봉사하던 나정애(58)씨는 이날 국숫집의 도시가스 설치비 70만원을 내놓았다. 나씨는 “이제 통장 잔고가 3만원밖에 안 남았다”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머금는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서 대표의 이런 ‘무소유 사랑’은 탐욕의 광풍이 멈춘 무풍지대 공동체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 달동네는 가난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니라 나누지 않아서 불행하고, 나눔이 받는 자보다 주는 자를 얼마나 더 치유케 하고 행복하게 하는지를 말해주는 ‘삶의 학교’다.
‘민들레’의 홀씨는 지금도 날아 메마른 가슴에 사랑의 불씨를 옮겨놓아 부활시키고 있다. ‘민들레국수집’은 창립 10돌을 맞아 새달 2일 오전 11시 가톨릭 인천대교구장 최기산 주교가 집전하는 미사를 열고, 브이아이피 손님들과 갈비탕을 나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휴심정(well.hani.co.kr)에 전문

김재훈모세 13-05-06 21:54
 
우리의 이기적인 삶을 뉘우치며 `이웃사랑`의 바다에 무조건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민들레타운 11년 풍경이 감동입니다.
가난한 이웃들이 희망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요즘 민들레공동체가 빛납니다.
민들레수사님이 세상의등불입니다.
박형중비오 13-05-04 08:03
 
가정의달 5월
민들레수사님과 베로니카님 모니카님의 삶속에서 끝없는 희망을 봅니다.
세상을 놀라게 하고 사람들은 깨우치면서 공감을 얻고있습니다.
민들레공동체 11년을 보면 사랑의 의미를 봅니다.
이향요안나 13-05-02 11:30
 
어지려운 세상을 못마땅하게 여기곤 했는데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는
민들레수사님과 베로니카님과 모니카님의 헌신하는 삶을 보면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민들레공동체 11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최창례모세 13-04-30 23:40
 
나는 민들레국수집 홀씨하나 책이 국어사전만큼 널리
퍼져 읽힐 것아라고 확신합니다.곧 민들레0국수집 풍경은
사랑의 열쇠 이기 때문입니다.
민들레수사님 베로니카님 모니카님의 환한 미소에서 희망을 봅니다.
성가정 최고!!
가진주 13-04-29 16:55
 
늦었지만 민들레 공동체 10주년을 축하합니다.
사랑을 모르는 이웃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일깨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헌신하는 서영남대표님,천사 베로니카님, 모니카님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최성국 13-04-22 16:24
 
민들레타운 11주년 풍경이 감동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열게 된 것도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 한 그릇보다
사람대접이 먼저라는 말씀이 가슴에 남습니다.
가난한 이웃과 더불어 사시는 서영남대표님과 천사 베로니카님,모니카님의 삶이 아름답습니다.
빛납니다.
도이진 13-04-16 11:24
 
감동적인 휴먼스토리...서영남선생님과 베로니카님이 만들어 나가는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마음과 나눔은 우리사회를 보다 살맛 나게 해주는 이야기에요^^!!
민들레국수집 10주년을 축하드려요.
안미옥 13-04-15 11:00
 
"유기적인 조직,유기적인 공동체~"
"서로 돕고 나누는 느슨한 공동체~"
더러 더러 느끼고 살아가는 삶에 익숙한데 느슨하다는 단어가 마음에 와 박힙니다.
앞으로도 계속 걸어가시는 길 좀더 따뜻한 눈길로 응원 하겠습니다.
보리고개 13-04-12 17:57
 
학교 뛰뜰에 노오란 개나리가 한아름 피었습니다. 민들레 국수집 10주년이 되었다니 아름답습니다. 제 안에서 답답하고 지쳐갈때 민들레 국수집 안에서 늘 행복을 찾습니다^^
우설린 13-04-09 13:06
 
민들레 국수집은 지상에서 천국의 모습입니다^^
민들레 국수집에서 공동체 생활을 배우고 나눔의 기쁨도 느끼고 너무 좋네요~
민들레 공동체와 함께하는 모든분들이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민들레국수집 10주년을 축하합니다.
송창섭 13-04-08 13:24
 
노숙인이셨분들이 이제는 다른 분들을
도와주고 계시다니 정말 기적같은 일입니다.
세분은 날개없는 천사가 틀림없는거 같아요^^
유홍기바오로 13-04-03 18:00
 
민들레 국수집 10주년 감동입니다!
평화방송에서 보고 감사인사 드리기위해 부랴부랴 달려왔습니다.
참사랑을 배웠습니다.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과 고민을 자신의 것인양 함께 공감하고 나누려고 하는 서영남 대표님의
따뜻한 마음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대표님만큼 뜨거운 가슴을 가진 부인 베로니카님과 딸 모니카님의 헌신에도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최영민 13-04-03 12:50
 
세분의 모습이 정말 다정하고 행복해 보이시네요.
온 가족이 모두 다른 사람들을위해 헌신하고 사신다니
날개없는 천사분들이 여기 모두 모여계셨네요.
이하나 13-04-02 16:23
 
무소유...
소유하지 않는다(?)
민들레 국수집에서 '무소유'의 의미를 감동적이면서도 분명하게 설명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나눔으로 살아가는 서영남 선생님과 베로니카님, 모니카님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인정받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민들레 국수집 10주년을 축하합니다~
오영민요셉 13-04-02 16:21
 
오늘 민들레국수집 개원 10주년을 맞아 어르신분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을 개원하고
최기산보니파시오 주교님의 주례로 축복식을 갖게 되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서영남대표님의 실천하는 삶이 세상의 빛!!
장윤희 13-04-02 11:10
 
정말 민들레타운에 없는 곳이 없군요^^
두분이 지난 10년동안 얼마나 헌신적으로
사셨는지 글을 읽으며 마음이 짠해 옵니다.
10주년 축하드립니다.
길혜영 13-04-01 16:55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제 삶 안에서도 큰 숙제로 다가오던 문제들이 민들레 국수집을 통해 시원하게 해결되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든든한 가족이 되어주시는 서영남 선생님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고, 내일 민들레 국수집 10주년 축복식 잘 끝내시기를 기도합니다^^
비록 참석하진 못하지만 마음으로 열심히 축하박수 보내겠습니다.
이승연 13-04-01 13:41
 
세분의환한 미소가 정말 아름다우세요.
서영남선생님의 "무소유사랑"에 가슴이
따듯해 옵니다.
10주년 축하드려요
한다연 13-04-01 09:37
 
서영남 대표님을 보면 꼭 산타클로스를 보는 듯 합니다.
서대표님과 부인 베로니카님, 딸 모니카님의 티없이 맑은 미소를 보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함을 느꼈습니다. 민들레 공동체는 너무 아름다운 곳입니다!
민들레국수집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