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동생에게서 메일이 왔다. 그 내용을 조금만 옮겨보겠다.
"인간극장에 나온 서영남의 삶과 그 분신인 민들레 국수집 이야기를 한번 봐봐. 그의 삶은 눈물 흘리지 않고는 보지 못할 만큼 어떤 감동이 있네. 간디가 말한 참다운 것은 선한 것이고 선한 것은 아름답다고 하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삶인 것 같아. 사람이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감정의 최고조에서 드러나는 것이 눈물이 아닐까 한다면 이 사람의 삶은 정말 참된 삶이 아닐까 싶어."
이 메일을 보고 동생이 소개해 준 민들레 국수집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는 "하느님의 대사들"이라는 피터 모건의 글이 쓰여 있었다.
　
곤궁에 빠져있으면서 구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곤궁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좋은 일을 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현대 사회는 거지를 게으름뱅이나 비렁뱅이라고 부르며 발가락의 때처럼 여긴다.
　
그러나 예전에 그리스의 사람들은 곤궁한 사람을 하느님의 대사라고 불렀다.
　
당신들이 게으름뱅이나 비렁뱅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사실은 하느님의 대사들이다.
하느님의 대사로서 당신들은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음식과 옷과 안식처를 받아야 한다.
　
곤궁한 사람들을 '하느님의 대사들'이라고 보는 위의 관점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실은 당연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토요일에 산들이랑 진안공공도서관에 가서 "식코"라는 DVD를 빌려서 보았다. 그곳에는 미국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미국 의료 정책과 의료 보험 시스템이 캐나다나 프랑스, 쿠바, 영국에서는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제도라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곤궁한 사람들에게 곤궁하지 않는 사람들이 음식과 옷과 안식처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
아픈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하고,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배고픈 사람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너무도 당연한 일을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가난과 병듦과 배고픔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부자와 권력자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해도 일반 서민들조차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왜일까?

나 또한 서민이다. 나는 물질적으로 가난하다. 또 일 년 단위로 근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럼 나는 이런 나의 존재에 맞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나의 의식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이것이 어디에서 나온 생각인가? 이것이 진실인가, 사실인가 하고. 왜냐하면 나의 의식에는 내가 원하지도 않고 내가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주입된 것들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이나 주장은 우리가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성찰해서 주체적으로 형성된 것은 많지 않다. 이 사회를 지배하는 세력이 요구하는 의식이 학교 교육이나 사회화 과정에서, 미디어를 통해서 지금도 쉴새 없이 주입되고 있지 않은가?

마이클 무어의 '식코'를 보면서 나는 산들이와 같이 분노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통쾌해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다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절감한다. 자식을 고등학교나 대학에 보내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유치원부터 대학, 대학원까지 전혀 돈을 들이지 않고 다니는 나라가 있지 않은가! 아파서 병원에 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다.

아프면 돈과 전혀 상관없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치료 받아야 하는 것이 더 당연한 것이다. 집이 없으면 평생 남의 집에서 살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다. 국가에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것이 더 당연할 수도 있다. 하여 이 사회는 나에게 늘 깨어 있을 것을 요구한다.

깨어있지 않으면, 나의 의식을 성찰하지 않으면 정직하지 않고 진실되지 않고 정의롭지 않고 상식적이지 않는 것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나의 의식에 슬그머니 들어와 굳건히 자리 잡으려고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