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
 


 
작성일 : 06-10-28 18:58
2005. 08. 10
 글쓴이 : 서영남
조회 : 7,573  
200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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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퍼주는 그 남자네 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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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동구 화수동에 자리잡은 민들레 국수집은 작지만 특별한 가게다.

3평도 채 안되는 공간에 주방과 식탁의 경계도 없는,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가게지만 하루에 100명이 넘는 손님들이 와서 식사를 한다.

손님은 노숙자와 빈민들이다.

가정이 풍비박산 나서 술에 절어 사는 사람, 병이 깊어도 병원에 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죽기만 기다리는 사람, 빌라 옆에 버려진 옷장에서 여섯 달이나 잠을 자며 지낸 사람, 구석진 곳에서 노숙하다 쓰러져 열흘이 지난 후에야 간신이 몸을 추스려 일어난 사람…. 그들은 민들레 국수집에서 공짜로 양껏 먹고 든든하게 발걸음을 돌린다.

이곳 주방장은 서영남 수사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25년 동안의 수사생활을 마치고 환속한 그는 배고픔에 시달리는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가게 문을 열었다.

책은 이처럼 무료식당을 만들어 세상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 밥을 퍼주는 수사와 그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다시금 삶의 희망을 키워 나가는 빈민과 노숙자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옷 몇 벌과 책 몇 권이 전부인 가난한 수사와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버텨내는 노숙자들이지만 이들은 나눔과 섬김이라는 값진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서영남 수사는 새 손님이 올 때마다 화이트보드에 이름을 적고 입맛을 기억해 둔다. 이가 없어 씹지 못하는 할머니에게는 계란 프라이 같이 부드러운 반찬을 준비하고 알코올 중독으로 속이 상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국을 대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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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고프고 헐벗고 누울 곳 없는 외로운 손님들의 모습에서 예수님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그분들이 찾아와주는 것이 그저 고맙고, 우리 손님들에게 이웃들의 온정과 사랑이 담긴 식사를 나눌 수 있도록 나를 도구로 사용해주시는 하느님께 진정 감사할 따름"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래서 그가 가장 행복할 때는 손님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은 후 만족해 하는 표정을 볼 때다.

손님들도 서로 나누기는 마찬가지다. 주머니를 털어 손에 쥔 200원으로 풋고추 몇 개를 사서 다른 손님들과 사이좋게 나눠 먹고, 밀린 가스비 내는데 보태라며 손수레도 없이 종일 고물을 주워 판 돈 몇 천원을 선뜻 내놓는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내가 가진 것이 없는데 어떻게 나누느냐고. 하지만 꼭 여유가 있어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눔은 소유의 정도가 아니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의 정도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 수사는 "약간 모자란 듯 조금 불편하게 살아야 더 재미있고 멋있는 것 같다 "고 말한다. 조금 부족한 상태에서 손님들 대접을 해야 정성스러운 마음, 잘 해드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쌓아 두면 안되거든요. 인생도 나그네 길이고 노숙자나 마찬가지인데 짐이 많으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가난하고 소외되고 힘든 이웃을 하느님이 보내준 귀한 존재로 섬기고 대접하는 서영남 수사. 민들레 홀씨 하나가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듯, 그의 값진 삶은 세상 곳곳에 아름다운 사랑의 꽃을 피워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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