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자체는 선도 아니며 악도 아닙니다. 돈의 사명은 사람에게 봉사하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생계를 위해 노력하고 힘쓰는 것은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 한 사람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돈이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버립니다. 반면 나눔은 우리를 물질의 노예로부터 해방시켜 줍니다. 재산이 많든 적든 간에 물질에 얽매여 사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이 있는 동네에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고물을 모으는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있습니다. 신세 한탄을 합니다. 이토록 힘들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재산세 낼 돈이 모자란다고 한숨을 쉽니다. 집을 몇 채나 가지고 계신 할머니입니다. 재산이 많아도 재산세 낼 돈이 모자랍니다. 물질의 노예가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을 떠나실 때 억울해서 어찌 눈을 감으실지 걱정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전(錢)의 전쟁’같은 돈의 무자비한 폭력을 겪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 사치스런 허영의 바람을 맨몸으로 맞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회의 복잡한 형식과 절차를 따라가지 못해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해서, 온 몸이 무방비 상태인 채 살아가는 벌거벗은 이들입니다. 게으르다는 핀잔을 받습니다. 가난한 것이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대접이 아니라 짐승대접을 받으며 버림받은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사람대접을 받고 싶어 합니다. 사회복지는 사람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사람대접을 해 주는 것입니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것을 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는 것입니다.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것은 사랑의 의무이기 전에 오히려 정의의 의무입니다. 사회복지란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인권의 회복입니다. 그래서 사회복지는 반드시 정의와 자비의 양면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사회복지에 정의가 없다면 도움을 받는 사람은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예속됩니다. 도움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거지가 되어버립니다.


마치 남에게 조그만 도움 주었다는 것으로도 자신을 과시하고, 으스대고, 생색을 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정의가 없는 사회복지는 가진 자들의 또 다른 오만이나 사람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폭력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복지는 오만하고 건방진 사람이 해서는 안 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겸손한 사람이 해야 합니다.


성경에서는 착한 일을 할 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따로 없는 나눔의 실천을 의미합니다. 나눔이란 겉보기에는 시혜나 동정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만 나눔은 한 사람이 가져야 할 정당한 몫을 되돌려 주는 것입니다. 아기 엄마가 밥그릇을 들고 아기를 쫓아다니면서 밥 한 술 더 먹게 하려고 애를 씁니다. 아기가 한 입 먹어주면 엄마가 참 좋아합니다. 여기에 어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차이가 있습니까?


아기 엄마가 아기에게 밥 한 술 더 먹이려고 애쓰는 그런 마음으로 사회복지를 하고 나눔을 실천해야 합니다. 밥 한 술이라도 더 먹이려고 아기를 쫓아다니는 엄마처럼, 마지못해 밥 한 술 더 먹어주는 아기처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하게 됩니다. 이런 것이 바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복지란 사회정의의 다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