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
 


 
작성일 : 08-03-05 11:17
불편하게 살기
 글쓴이 : 서영남
조회 : 10,753  
어딘가에서 퍼온 글입니다.
이일훈 선생과는 참 깊은 인연입니다.  자비의 침묵 수도원, 나루터 공동체, 비석 만들기, 그리고 세상에 나오지 못한 많은 건축들.  기차길옆 작은학교, 우수영 성당 등등.  민들레국수집을 수리할 때도 이일훈 선생의 도움이 컸습니다.  불편하게 살고 나누면서 살기.
건축가 이일훈의 작품과 철학

-한마디로 입담 좋기로 자자한 풍문대로 거의 3시간을 혼자서 진행해가면서 우리들 온 정신을 쏙 빼놓은 (?)참으로 유쾌한 시간이었다.

여기서 잠시 그가 쓴 건축이야기 모형속을 걷다라는 책에 써있는 소개글을 빌려와 건축가 이일훈에 대하여 간략히 알아본다.

1978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실무를 익히던 초창기엔 건축평론을 병행했다.
그는 무엇이든 만들고자 하는 호기심이 강해 브로치,비석,환경조형물등 공간과 조형에 관계된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즐겨 일한다.
채 나눔은 그가 주장하는 건축 설계 방법론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탄현채 작은 큰집 가가불이 등의 주거건축을 통해 채나눔을 구현한 바 있고,
사회성 짙은 기차길 옆 공부방도 그의 작업이다.  천주교의 자비의 침묵수도원 하늘 담은 성당과 불교의 도피안사 향적당 등의종교 건축물을 짓기도했다.
그의 작업은 분방한 상상력과 의미를 절제된 건축 어휘로 표현한다는 평을 듣는다.
서울시 건축상,크리악어워드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고,건축작품집 가가불이외 몇권의 공동저술이 있다.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대우교수를 지내기도 했으며 ,현재 건축스튜디오 후리를 꾸려나가고 있다.

-불편함이 너희를 구원하리라!...라는 타이틀이 무슨 사교집단의 메세지같은 근사한 문구가 됐다고 흐뭇해하면서 그의 통통튀는 발상의 전환이 우리의 흥미를 잡아끌기 시작했다.
건축이란 무엇인가? 또는 건축가란 누구인가?라는 정의가 많은 사람들에게 안내려져 있는 관계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다면서 얘길 꺼낸다.
건축한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그런다고한다....전세는 얼마냐?...모른다고 하면 너 건축하쟎니?...심지어 세금은 얼마냐?...집소개 좀 해라 등등...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들도 매일매일 집에서 나와 아침에 출근해서 상가에도 들리고 직장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약속장소에서 만남을 갖고 또 집으로 돌아와서 쉬고 하면서도 평소에 건축에 대해서 특별하게 관심을 가져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건축하면 흔히 여성잡지용 고급주택이라거나,관광거리인 고풍스러운 고궁의 옛 건물이라거나,돈 많은 중동의 사막 두바이에 세워져있다는 아찔한 칠성호텔이라거나,저 유명한 무슨 오페라하우스 건물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우리와는 좀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되고, 내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의 한 공간으로서 가깝게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너무나 익숙해져 당연한 것들에 대하여 아니 왜지?...과연 그러한가?라고 한번쯤 뒤틀어서 생각해본다는 것이 여간해서는 쉽지가 않은 것같다.

그가 생각하는 건축가의 정의는 모형속을 걷다에서 밝히고 있듯이 건축가들은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듯 기술적으로 집을 짓는 일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 사는 방식에 대해서도 몰두하고 사유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는 방식을 의문하고 제안하는 것이 건축가의 일이란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라고한 것처럼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대한 건축적인 접근방식에 다름 아닌 것이다.

■ 문학과지성사 건물...기존 건물의 땅 부지가 50평이어서 작은 평수를 가지고 필요공간을 확보하려니 층수를 높이는 방법 밖에 없는데 층수는 법적제한이 있어서 3층만을 더 올리기로했다고 한다...건축은 복잡한 여러 설계와 공정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법적인 제약조건들도 함께 고려해야하는 사회적인 영역에 속한다.이처럼 좁은 공간일수록 계단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지루하지 않게 높낮이도 다르게 색깔도 다르게 해보고...멀리 한강쪽 경치가 내려다보이는 옥상 장면을 보여 주었는데,철근구조물이 툭 튀어져 나와 있었다...공사중 현장에서 실수를 해서 설계도면보다 높이 철근을 박은 것인데,보기에 좋아서 안자르고 그냥 놔뒀더니만 근사한 설치작품이 만들어졌다고 ...작자미상?

■ 비케이메디텍 공장건물...연구직을 위한 사무실과 제조라인인 공장용 건물인데 발상이 참 상큼했다...사무실과 공장 안 중앙에다 나무와 풀이 심어져있는 정원을 배치한 것이다...직원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과 공장안에서 자연을 벗하며 근무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인데...기계들로 꽉 들어차서 삭막해지기 쉬운 공장 공간을 사시사철 푸르른 나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 기계적 효율성만이 생산성을 보장한다고 생각했던 근대산업주의적 인간개념을 건축적으로 한번 뒤집은 발상이어서 인상적이었다...지금도 직원들이 모두들 좋아한다고 한다...사는 사람들이 살면서 좋아라할 때 자신도 기분이 좋다고...

■ 건물이름이 생각 안나는데 그의 작업방식이 참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건물을 높혀서 재건축을 하려는데 주변 다른 건물과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그렇지 않으면 건축적 오만이 된다고...주변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이 새로 짓는 건물 때문에 깜짝놀라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따라서 구상을 하기 전에 주변 일대를 답사하면서 그 동네의 역사를 훑고 .분위기를 파악하고, 변화가능성까지도 고려해본다고 한다...책상머리에서 앉아서 이리저리 설계도면이나 그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그게 아닌게벼!

■ 자비의 침묵 수도원과 하늘 담은 성당,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등 카톨릭 건물;...종교와 예술은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이고 예술사는 종교사라고 하면서 종교건물에 많은 애정을 표시했다...카톨릭 신자도 아닌 자신이 종교 건물을 많이 짓게 되었다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형식적인 종교적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 '고한 것처럼 종교 그자체의 본질에 속하는 자유로움에 대하여 오랜동안 천착해온 다분히 종교적인 사람이었기에 적절히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었다...

수도원 옥상 기도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너무 감동이었다...남들은 위험하다고 난간을 만들자고하는데 그 정도 주의력도 없으면 어찌 수도사로서 자격이 있는거냐며 그냥 계단만 만들었다는데...아직까지 떨어진 사람 하나없고 중도에 그만 두는 사람없이 공부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신의 결정을 즐거워한다...담쟁이 덩쿨이 짙푸르게 계단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어쩜 그리도 미적으로도 탁월한지!...... 하늘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것자체가 하나의 기도가 될 것만같은 기가막힌 구조물이었다!

■ ;안성 도피안사 향적당...이번엔 불교 건축물이다...이 절도 예산은 적고 마음은 착한 절이었다고...착한 사람들과 비지니스해서 남긴 적이 없다고하면서...예전에 건축대금을 다 못준 한 선교사가 해남에서부터 세발낙지를 무려 200마리나 드럼통에 넣어가지고 서울까지 살려서 가져왔더란다.이 엄청난 선물에 감동해서 그만...감동에 말려들면 힘들어진다고...ㅋㅋ

도피안사의 경우에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단다...예산이 얼마냐?...그렇다면 재료를 싼 것으로 간다...콘크리트와 블럭으로...물론 적은 예산 때문이기도 했지만 건축가의 종교건물에 대한 생각은 또 남다름이 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맨날 절하면 기와와 단청만을 떠올린다면 되겠느냐고 하면서 이시대 가장 보편적인 건축 재료인 콘크리트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싸고도 자연스럽다는 것이다.또 불교의 기본이 늘 새로워지는 것인데 고여있는 것은 불교일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기도 했다. 전통적인 건축양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뭔가 불편해하는 불자들이 많은 판에 이런 획기적인 제안을 받아들인 도피안사의 결정도 보기드문 발상의 전환임이 분명하다.이렇게 의기투합된 결과 전혀 절답지 않은 절건물이 탄생하게 된 것인데...향적당에서 다들 가장 좋아하는 방이 '선방'이라고 한다....안에서 밖이 하나도 안보이고 자연광만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구조라는데...물론 환기는 잘 된다고한다...여기에도 또 한번의 그의 세심한??배려가 들어가 있다...창문을 온통 유리로 밖이 환하게 보이도록 만든 통창은 토목하는 사람이 만든 것이고,작은 창은 시인이 만든 것이란다.해석할 未知의 것이 남아 있어야 詩가 된다고...그럴듯하다... 참선 혹은 기도라는 것이 행위차원인 외부와 단절을 하고 존재차원인 자신의 내부로 향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종교적 개념을 건축적으로도 구현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곳이라야 참선이나 기도가 저절로 될 듯만싶다...외부도 어둠에 묻히고 급기야 내자신까지도 어둠에 묻혀 소멸되고...그리고 무엇이 남는가?.....無....그리고.........God.

■ 우리안의미래 연수원...그의 건축철학을 가장 잘 표현한 독특한 건축기법이'채나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여기서 '채'란 안채,사랑채할 때의 그 '채'인데...채나눔은 기본적으로 채와 채,방과 방을 나눠 외부와 내부가 떨어져있으면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채나눔은 우리 전통양식엔 내부만 있는 집이 거의 없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하는데...대개의 연수원 건물은 숙소,회의실,식당을 한 건물에 모아놓는다...편리함 때문이다...또한 현대 많은 건물들을 보면 필요한 기능들이 내부화 되어있다.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에도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비 한방울 안맞고 집에서 회사까지 갈 수가 있다...지하철 타고 가판대에서 신문사서 보고 지하식당에서 점심먹고 커피한잔 마시고 백화점에 들러 물건사고 등등....편리함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반대로 불편함을 말한다...밖에 살자고 말한다...채나눔 구조에서는 비라도 오는 날에는 이 채에서 다른 채로 가려면 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그 불편함이 자연과 사람에게 결과적으로 이롭다는 것이 건축가의 생각이다...

우리안의미래 연수원은 모두 10채인데 각기 조금씩 다르게 개성이 있다...여름채,겨울채...중정이 있는 채,겨울엔 구들장에서 올라온 온기로 채소를 키워먹을 수 있는 온실이 있는 채 등등...또한 그는 연수원 건물이 실험적으로 분자로라는 재활용 에너지를 사용하여 연료로 쓰는 친환경적 방식인 것에 보람을 갖고 작업을 하였다고 한다...그리고 주몽 분위기(?)가 나는 기술적으로 튼튼한 통나무 구조방식 때문에 나무의 내구력이 커져서 전통양식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현대적인 직선형 지붕이 가능하게 되었다고...그래서 2층 지붕에는 흙을 깔고 잔듸를 심어서 하늘정원을 얻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서구적 사유방식을 건축적이라고 말한다...뭔가 새로운 패러다임 혹은 새로운 주체를 계속해서 건물처럼 세워나간다는 의미에서일 것이다...반면에 동양적인 사유를 해체주의와 연결시켜서 비건축적이라고 말한다...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비유이다...그러나 건축가 이일훈의 건축 철학으로 들어오면 건축적 ,비건축적이라는 비교는 무색해진다...불편하게 살기...밖에서 살기....늘려살기....등 해체적인 부정의 요소들이 바로 긍정의 건축적 양식속에서 무리없이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 미공개작...지금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평안을 위해서 아직 세상에 미공개하고 있다는 어느 산자락에 위치한 주거건축물을 우리에게만 살짝 보여주었는데...이 또한 발상의 전환이었다...둔덕으로 되어있는 자연경관을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주택을 글씨 땅에 나무처럼 심은 것이다...땅속에 집이 있다!...물론 계단식 지형이라 아래서 보면 보통집이지만...자연적인 지형을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작업의 원칙이란다...여기에도 채나눔의 원리가 적용되어 채와 채 사이를 연결하는 빈공간에서 올려다 보이는 저 멀리 산풍경이 가히 진경산수화다...집주인은 자주 말한단다...이렇게 큰 자연을 자신의 집 정원으로 갖게 해줘서 고맙다고...

-더 많은 인상적인 작품들이 있었다...사진속 주변 허름한 모습들이 우울하다고 연거푸 말하던 기차길 옆 공부방...건물의 아래를 관통하여 동네사람들이 다 지나다닐 수 있게 아예 동네길로 만든 공동주택...건축주의 대단한 작심을 끌어내어 금싸라기같은 도심 땅 상가건물의 한가운데를 뚫어서 정원을 만든 건물 등등...

-마지막으로 그가 Gustave의 에펠탑 공사진행 시간대별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면서...자신은 이 사진을 탑의 골격이 점점 높아져가는 방향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꾸로 점점 낮아져가는 방향으로 바라본다고 하는 발상의 전환에서 그의 건축가로서 뿐만이 아닌 사유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관 전체를 단적으로 읽을 수가 있었다...^^

최현준 10-01-04 18:52
 
많이 가져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민들레 국수집은 오히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행복하다고 가르칩니다. 고맙습니다.
설레임 09-08-01 19:22
 
민들레 국수집 일상은 가슴을 찡하게 해주기 때문에 많이 배웁니다 ^_^늘 수고하시는 수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이일훈 선생님 잘 봤습니다.
스카이 09-03-06 19:11
 
민들레 국수집의 따뜻한 마음이 온 세상을 훈훈하게 해줍니다. 생생한 감동입니다 ^^
유동현 09-01-04 17:27
 
민들레 국수집 화이팅!! 이일훈 선생님 화이팅!! 서영남 선생님 화이팅!!
이은총 08-12-21 16:01
 
스스로 불편하게 살며 저에게 '나눔'의 기쁨을 깨우쳐주신 민들레 주방장님께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첫눈 08-11-18 19:29
 
감동으로 읽고 행복 충전하고 갑니다.참 좋네용~~
줌마렐 08-11-12 19:06
 
감동!!감동으로 잘 읽고 행복한 마음으로 갑니다.이일훈교수님과 존경하는 수사님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합니다^0^
자유인 08-10-15 14:48
 
민들레 국수집에서 싱싱한 과일 같은 행복을 꺼내 먹습니다.
家族 08-09-22 17:25
 
잘 읽었습니다. 이런 뜻깊은 내용인 줄 전혀 몰랐는데 제 마음에  좋은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샴페인 08-09-10 19:17
 
이일훈 선생님과 수사님!!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