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
 


 
작성일 : 07-01-03 18:51
우리 사이 길벗
 글쓴이 : 서영남
조회 : 8,163  
베품이 아닌 섬김으로


회원님,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기쁘게 맞이하셨는지요?
이번 [우리사이 길벗]은 소외된 사람들을 아기 예수님처럼 섬기는 서영남(베드로)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KBS 인간극장 '사랑이 꽃피는 국수집'과 책으로도 널리 알려진 서영남 회원님과 일터 민들레 국수집의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국수를 팔지 않는 국수집
동인천역에서 화도진 도서관쪽 언덕으로 올라가다보면 골목 안쪽 커다란 화도교회 앞에 소박한 작은 식당이 있습니다. 흰 바탕에 노란 글씨 간판이라 식당이름이 보일 듯 말듯한 민들레 국수집. 국수집 주인인 서영남 회원님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자, 2003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무료로 밥을 대접하는 민들레 국수집을 열었습니다. 평소 국수를 맛나게 삶으시는지라 자신있는 음식으로 대접하려고 했는데, 국수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겐 금새 배가 꺼지는 국수보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더 절실했습니다. 결국 한 달도 채 못되어 국수집을 밥집으로 영업변경했습니다. 그래도 이름을 민들레 밥집으로 바꾸지 않은 것은, 손님들에게 밥 대신 국수만 대접해도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
국수집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글귀입니다. 예수살이 공동체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인데, 예수살이 제자인 서영남 회원님은 이 삶을 말 그대로 살아가시는 분입니다. 민들레 국수집에서는 노숙자, 빈민, 노인, 장애인 등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아쉬운 모든 이들이 귀한 손님입니다. 밥을 대접하는 식당이지만 돈을 받고 팔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료 급식소냐구요? 서영남 회원님은 시간을 정해놓고 사람들을 줄세워 배급하는 무료 급식소가 싫어 식당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을 빼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누구나 몇 번이고 식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매일 다섯 종류 이상의 반찬과 밥과 따뜻한 국을 마련해 놓고, 손님들이 뷔페식으로 원하는 만큼 양껏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뷔페식으로 해도, 국수집의 손님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우아하게 밥과 반찬을 따로 덜지 않고 밥을 잔뜩 푸고, 그 위에 반찬을 이것저것 올려 놓으시는 경우가 많아 서영남 회원님은 마음이 아프시답니다. 무료 급식소에서는 양푼 대접 같은 곳에 밥과 반찬을 그냥 얹어주기 때문에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지요.! 국수집 손님들은 35인분 전기밥솥 밥이 15명 정도가 드시면 빌 정도로 밥만 많이 드신답니다. 밥 좀 그만 푸세요!하고 서영남 회원님이 야단을 치면 사람들은 금새 기가 죽는데, 밥은 그만 푸시고, 반찬을 더 많이 드세요. 밥만 먹으면 무슨 영양가가 있나요. 고기도 많이 드시고, 이것저것 골고루 드세요!라는 호통의 이유에 손님들은 그제야 마음이 풀어집니다. 맛은 신경쓰지 않고 그저 허기만 면하게 하는 무료 급식소가 되지 않기 위해, 서영남 회원님은 국수집을 열기 전에 먼저 요리학원에 등록해서 맛있게 요리하는 법부터 연습하셨다고 합니다. 서영남 회원님이 알려주신 요리비법 한 가지. 맛나게 미역국 끓이는 법. 간장붓고 양념할 때 까나리액젓을 살짝 넣어주면 맛이 기막히답니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민들레 국수집에는 매일 150명에서 300명 정도의 손님이 찾아오시는데, 요즘들어 손님이 점점 더 늘고 있다고 합니다. 5평 남짓한 공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시면 어떻게 식사를 하실까 싶어 줄을 서시는가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이곳은 절대로 줄을 서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요즘들어 서울역에서 노숙하시는 분들이 이곳까지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 규칙을 모르시고 줄을 섰다가 다른 분들이 먼저 식사를 하게 되면 속상하여 화를 내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절대로 줄의 순서에 따라 밥을 대접하지 않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의 식사 순서는 무조건 가장 많이 굶어 가장 많이 배고프신 분부터 입니다. 줄로 선다면 맨 뒤에 계신 분부터입니다. 노숙자나 빈민, 사회적 약자들은 모두 세상의 줄에서 가장 끝에 있는 이들, 줄서기 경쟁에 밀려 뒤로 쳐진 이들입니다. 이들을 섬기고자 하는 국수집에서 또다시 줄을 세워 앞의 사람부터 나누어준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서영남 회원님은 말씀하십니다.


너무도 선한 손님들

만약 누가 공짜로 무언가를 준다고 하면 하나를 받고도 또 하나 받을 수 없을까하고 저도 모르게 욕심이 들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국수집의 손님들은 그런 분들이 아주 드뭅니다. 한 번은 식사를 마친 손님에게 담배를 권하니, 하나 갖고 있다고 손사레를 치며 기어이 안받으셨습니다. 그분이 꺼내신 담배는 어디선가 주운 누군가가 버린 짧은 꽁초였습니다. 또 다른 손님은 오랫동안 굶어 기운이 없어보이시길래 하루에 2~3번도 좋으니 배고프면 언제든지 오시라고 했더니만, 자기가 2번 먹으면 다른 분들이 못 드신다고 절대로 한 번 이상 오지 않으신답니다. 뷔페식이라 마음껏 드셔도 되는데, 뒷사람 걱정에 자기 양 이상 욕심을 내지 않는 소박한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남의 것을 빼앗지도, 속일 줄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세상 경쟁에 밀려나 사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선한 분들입니다.
??물론 처음 국수집을 열었을 때는 손님들에게 멱살잡이도 몇 번 당하셨고, 난동을 부리는 이들도 자주 있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아주 사소한 이유때문이었는데, 예를 들면 생선을 두 토막 내서 드렸더니 꼬리쪽을 받은 분이 어두육미라는데 왜 꼬리를 주냐며 몹시 화를 낸 적도 있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도 한결같이 대하는 서영남 회원님 덕분인지 모두 변화되었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시비거는 사람이 없어 심심할 지경이라며 서영남 회원님은 웃으셨습니다.
얼마 전부터 국수집 한 켠에 용돈함을 만들어 필요한 분은 돈을 가져가시고, 나중에 돈이 생기면 넣어두라고 플라스틱 항아리를 놔 두었는데, 아직까지 이곳에서 돈을 가져가신 분은 한 두 분밖에 안 계신답니다. 그것도 천원 이상 가져가신 분도 없구요.


베풂이 아니라 섬김으로...

민들레 국수집이 여러 매체를 통해 소문이 나면서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가끔 봉사하러 오신 분들 중에 마치 자신이 베풀듯이 손님들을 대하는 분들이 있어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다고 하십니다. 국수집의 손님들은 누군가의 동정을 받기 위한 분이 아니라, 정성껏 모셔야 하는 VIP 손님들입니다. 따라서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생각보다, 섬김을 통해 자신도 기쁨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서영남 회원님은 말씀하십니다.
국수집에서는 이번 겨울에 김장을 500포기 담갔다고 합니다. 작년까지만해도 봉화에서 1500포기를 담가 토굴에 두고 가져다 먹곤 했는데, 올해는 그냥 국수집 앞 길에서 김장을 했답니다. 그런데 김장을 하기 위해 돈을 주고 산 것은 무밖에 없었습니다. 배추고 고춧가루고 온갖 양념이고 고마운 분들이 최고로 좋은 것들을 다 갖다 주셨기 때문입니다. 특히 동네분들이 참으로 고마운데 이번 김장에는 동네 부녀회원들이 다 버무려 주시고, 지나가던 어린 아이까지 쓰레기를 정리하여 옮겨놓고 갔다고 합니다. 빈민들을 돌보는 시설이 마을에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이곳 주민들은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작은 것도 나누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고마운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도 참 큰 행복이라고 서영남 회원님은 말씀하십니다. 입소문을 타 후원이 많아진 민들레 국수집에서는 그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고도, 매달 동네의 30~40가정에 쌀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하십니다.


민들레 국수집의 휴일, 재소자와 함께

민들레 국수집이 쉬는 목요일과 금요일은 그냥 휴식을 취하는 휴일이 아닙니다. 서영남 회원님이 민들레 국수집을 열기 전부터 하던 일, 재소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귀한 휴일입니다. 저희가 찾아간 날도 다음날 청송교도소에 가져가기 위에 가래떡을 잔뜩 뽑아놓으시고 말랑말랑한 떡을 간식으로 권하셨습니다. 난로를 켜는 겨울철만 되면 재소자들에게 가래떡은 최고의 간식이라고 합니다. 그냥 구워도 먹고, 라면에 썰어넣고 떡라면도 끓여먹고요.
서영만 회원님의 가족들은 모두 교정사목에 으뜸 일꾼들입니다. 부인 베로니카 자매님은 8명의 사형수, 무기수 등 장기수를 의동생으로 삼으셨답니다. 동인천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하느라 평소에는 편지밖에 주고받지 못하지만, 1년에 한 번 쉬는 여름휴가때는 전국의 동생들을 만나러 다니신답니다. 또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모니카도 사진을 전공했지만, 장래희망은 교정사목을 하고 싶다고 한다네요. 모니카는 아빠를 따라 가끔 재소자들을 만나러 가는데, 모니카가 방문하는 날이면 재소자들이 평소보다 더 설레이며 맞이한다고 합니다. 젊디젊은 예쁜 아가씨가 딸처럼 재소자들에게 살갑게 대하니 어느 누가 좋아하지 않겠어요. 얼굴도 곱지만 마음씨가 더 고운 모니카는 졸업 후 프리랜서를 하며 아빠의 국수집 일을 돕겠다고 했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가족입니다.


서영은 회원님은 사실 25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신 분입니다. 연구소 일꾼들이 서영남 회원님을 처음 만난 것도 수사님으로 지내시던 그때였습니다. 그래서 평소 부르던 수사님이라는 호칭이 저희에게 더 익숙합니다. 지금은 비록 수도공동체 생활을 하지 않으시지만 새로 꾸민 가정 베베 공동체 안에서 세상 속의 그리스도를 섬기는 수도의 삶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금도 수사님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가고 싶다는 서영남 수사님이시지만, 이미 세상 사람들은 수사님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어느 분이 후원을 하고 싶으신데, 아직도 민들레 국수집을 하고 계시냐는 확인부터 하셨습니다. 이제 겨우 4년밖에 안되었는데, 그럼 당연히 하죠~!라는 수사님의 시원스런 대답처럼, 2007년에도 민들레 국수집은 따뜻한 섬김의 밥상을 계속 차릴 것입니다.


* 민들레 국수집 홈페이지 : http://mindlele.com/

깨소금 09-09-23 18:40
 
'민들레 국수집'을 읽으면서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현재에 만족하고 일상에 감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나눔이 행복하다는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희망 09-07-21 19:35
 
민들레 국수집처럼 일상의 기쁨들을 많이 만들며 살고 싶습니다.
bravo 09-05-05 19:03
 
브라보!!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 국수집에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민들레 국수집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베토벤 08-10-09 18:17
 
감동! 또 감동으로 잘 읽었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을 응원합니다. 민들레 국수집 때문에 저도 행복합니다.
헬레나 07-01-06 07:12
 
우리 사이 길벗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