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친형처럼 좋아하는 형이 있습니다. 장점이 만은 분인데, 특히 자녀들 생일이 되면, 꼭 가난한 사람을 찾아서 도와주곤 했습니다. 자기 나름의 생일상을 차리는 것이었지요. 생일상을 차려 자기들끼리 아구아구 먹어대는 것보다 얼마나 멋지든지. 그 분이 올해는 누구를, 어느 곳을 도왔으면 좋겠는지 저에게 자문을 구할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알아봐주곤 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좋은 걸 그 분 혼자만 하라는 법 있나요. 그래서 수입이야 그 분에 비해서 몇분의 1도 안되는 나이지만, 한번 내 수준에 맞게 따라해봤지요. 물론 그 전에 북한동포돕기 등에 기부를 한 적은 있지만, 아이의 생일을 맞아서 아이 이름으로 기부를 하니 기분이 다르더군요.
두해 전. 가톨릭 수녀와 개신교 언님, 불교 비구니 스님, 원불교 여자 교무 등? 여성수도자들의 모임인 삼소회가 지구상의 최빈국인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을 위한 염소보내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 북동부에 있는 에티오피아는 영아사망률 세계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입니다. 힘들게 살아난 어린이들도 굶기를 밥 먹듯 합니다. 인구 40%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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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안고 좋아하는 에티오피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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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여자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상당수가 열다섯살도 못되어 성적 학대를 받고, ‘준비 안 된 출산모’가 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에티오피아의 소녀 가정에 염소를 한 마리씩만 있다면 젖을 짜서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먹일 수 있고, 또 새끼를 낳아 학비의 밑천으로 삼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염소 한마리값이 2만원. 딸의 이름으로 염소 10마리를 보탰습니다. 02-723-2996. 계좌 우체국 100362-01-003471. 대신 딸에겐 그 사실을 알리고‘네게 쓸 돈을 줄인다’고 했는데, 오히려 아주 좋아했습니다. 저도 10마리의 염소가 자라 내 아이 또래 에티오피아 아이들이 굶주리지않고 꿈을 키워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없었지요. 만족도 1천%.
그래서 내친김에 작년엔 청전 스님과 함께 히말라야 오지 라다크를 여행하면서 20여명의 어린이들이 있는 오지 학교에?딸의 이름으로?소 한마리를 사주었지요. 그 곳에서 소 한마리만 있으면 20명의 아이들이 매일 우유를 짜서 영양실조에서 벗어나 공부를 할 수 있다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어 보였습니다. 청전 스님이 매년 라다크에 다니며, 마을마다 소를 사준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지만, 기분만은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히말라야에서 돌아와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설산에서 배고파 울던 또래 아이를 생각하며 뿌듯해하던 제 딸의 행복한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이 제 생일입니다. 음력으로 12월 17일.
? 생일이 되면, 저를 낳아 주신 부모님 뿐 아니라 지금까지 함께 해주고, 길러주고, 보살펴준 이 세상 모든 분들에게 보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한몸 챙기기 급급하게 살다가 또 생일이랍시고, 더 차려놓고 먹고 마시기엔 찔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한 때는 ‘내가 왜 태어났을까’라며 삶을 원망하고 저주하며 생일이면 더욱 더 비탄에 잠긴 적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본다면? 지구상에서? 한국에서 태어나 이 정도 먹고사는 것만 해도 ‘선택 받은 소수임’에 틀림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혼자 받는 생일상 비용을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사랑의 생일상’을 차리고, 선친의 기일에도 제사상 대신 제사비용으로 ‘나눔의 제사상’을 차릴 작정을 했습니다.
예전 제가 사는 시골에선 선친의 생일이나 조부모님의 제사 때는 늘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러 함께 나누었지요. 그 때만 해도 먹거리도 충분하지 못한 시절, 생일이나 제사를 가난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축제로 삼은 듯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노숙인들을 브이아이피로 모시고 살아가는 인천 민들레국수집과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울산 울주의 정토사관자재회, 그리고 분쟁과 재난 지역에 학교를 짓고 교육센터를 짓고, 지뢰 제거 등에 헌신해온 개신교단체 개척자들 등 3곳에 ‘사랑의 생일상’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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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상차림 수준에 맞게 10만원씩을 보냈습니다. 여유가 없는 분이라면? 1만원씩이라도 동참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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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물질 뿐 아니라 마음이 부자인 분이라면 언젠가 마음을 내 김인숙 글라라 수녀님이 마자렐로 센터에 외로운 소녀들이 꿈을 키우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를 집을 지어주거나, 능행 스님이 울산시 울주에서 아무런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말기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병동을 지어주는 멋진 분들도 나오지 않을까란 꿈을 꾸어봅니다.?
마자렐로 센터( 전화 02-832-5796,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601-617154.
오늘 ‘사랑의 생일상’을 보낸 곳은 다음 세곳입니다.??????
? 민들레 국수집: 401-807 인천 동구 화수동 266-1?
?????????? 홈페이지 mindlele.com, 전화 032-764-8444 핸드폰 017-722-0349
?????????? 농협 147-02-264772 서영남
? 정토사관자재회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양동리 138-1
????? 홈페이지 www.jungtoh.com, 전화 052-264-1007
??????????? 국민은행 713701-01-140932
??????????? 농협 401131-51-075952
?? 개척자들 경기 양평군 양서면 증동리 78
??????? 홈페이지? wcfgw.nayana.kr, 전화 031-771-5072, 010-3060-5367.
?????????? 비소득공제용 국민은행 822401-04-032475
?????????? 소득공제용 국민은행 093401-04-124532
????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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