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모든 밥상에 놓은 게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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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찬란하게 빨래줄에 걸려 있구나
한국산 범패 소리가 너도밤나무 숲을
멱감기는 골짜기쯤에서 우리는
너도밤나무 잎사귀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둥그런 밥상 앞에 둘러 앉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 옆에
김치, 들깻잎, 오이무침이 아직 푸르다
멀고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왕새우 요리가
붉은 빛을 내며 접시 위에 엎드려 있다
아이야 너는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쌀밥보다 먼저 왕새우 요리에 손이 가고
밥 대신 햄버거, 숭늉 대신 코카콜라를 찾는구나
왕새우 요리가 밥상 위에 올려지기까지
주부들이 흘린 땀방울과
이 쌀밥 한 접시에 서려 있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곡절은 몰라도 되는구나
되도록 녹말은 조금만
단백질은 많이많이 섭취하는 아이야
네 웃음소리를 스스로 낮추련?
밥은 모든 밥상에 놓인 게 아니란다.
네가 햄버거를 선택하고
왕새우 요리를 즐기기까지 이 흰
쌀밥은 애초부터 공평하지 않았구나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밥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란다
네가 밥을 함께 나눌 친구를 갖지 못했다면
누군가는 지금 밥그릇이 비어 있단다
네가 함께 웃을 친구를 아직 갖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지금 울고 있는 거란다
이 밥그릇 속에 이 밥 한 그릇 속에
이 세상 모든 슬픔의 비밀이 들어 있단다
우리가 밥상 앞에 겸손히 고개 숙이는 것은
배부름보다 먼저 이 세상 절반의
밥그릇이 비어 있기 때문이란다
하늘은 어디서나 푸르구나 그러나
밥은 모든 밥상에 놓인 게 아니란다
네 웃음소리를 스스로 낮추련?
- 고정희 유고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창비, 1992)
2003년 4월 1일에 아주 조그만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습니다. 겨우 여섯 명이 간이의자에 앉으면 꽉 차는 작은 국수집이었습니다. 밥 한 그릇이 아니라 겨우 국수 한 그릇이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을 흉내 내고 싶었습니다.
2005년에는 작은 민들레국수집에 배고픈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오셨습니다. 보다 못하신 송세환 어르신께서 당신의 조그만 사무실을 그냥 내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열 명의 손님들이 앉아서 식사하실 수 있도록 조금 더 키웠습니다.
2008년 12월에 MBC 사회봉사대상 본상을 받았습니다. 상금 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 귀한 돈으로 민들레국수집 옆집인 쌀가게를 월세로 얻었습니다. 18평이나 되는 커다란 공간이었습니다.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을 여섯 개나 놓았습니다. 이제는 배고픈 손님들이 삼백 명, 사백 명이 와도 걱정 없겠다 싶었습니다. 우리 VIP 손님들도 그때부터 밖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2010년 2월 달에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을 열었습니다. 식당 크기는 겨우 12평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예쁜 하얀 식탁으로 꾸몄습니다. 동네아이들이면 누구나 방과 후에는 밥집에 들러 간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엄마가 아직 직장에서 오지 않은 아이들에게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게 합니다. 요즘은 거의 100여명의 넘는 아이들이 찾아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연지 9년째인 2012년인 올해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어르신들이 끊임없이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십니다. 전에는 어르신들이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면 경로식당에도 갈 수 없는 노숙하시는 분들이 식사하실 수 있도록 양보해 달라고 하시면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양보해 주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하소연을 합니다. 밥 먹을 곳이 없다고 합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참으로 딱합니다. 거주지가 경로식당과 다르면 이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경로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어르신들도 한 곳의 식당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로식당이 쉬는 날은 어쩔 수 없이 굶으셔야 합니다. 거의 300여 명의 어르신을 면담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있는 동구에 거주하시는 어르신이 약 120여명입니다. 나머지 180여명은 남구와 중구, 서구, 북구, 부평구, 남동구, 연수구에서 오시고 일부는 서울과 부천에서 오시는 어르신입니다. 어느 한 분에게도 차마 오시지 말라고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찾아오시는 어르신들 모두에게 밥 한 그릇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노숙하시는 VIP 손님들과 어르신들이 몰려오면서 민들레국수집은 쌀이 떨어질 뻔 아슬아슬 하기도 했습니다. 손님들이 밖에서 애타게 자리 하나 나기만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은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이제 민들레국수집이 내년 2013년 4월 1일이면 10주년이 됩니다. 십년 전에 민들레국수집을 열 때처럼 이번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을 하나 더 열었으면 합니다.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국수와 국밥을 대접하면 참 좋겠습니다. 삶은 달걀도 항상 바구니에 듬뿍 담아서 어르신들이 드시게 하고 싶습니다. 좀 더 어르신들 입맛에 맞게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의 민들레국수집 옆에 어르신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을 열면 아이들, 어른들, 어르신들을 위한 식당을 골고루 갖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세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꿈입니다. 월세로 얻으려면 보증금이 조금 필요합니다. 그리고 구조 변경을 하는 데도 조금 필요하고, 식탁과 집기도 필요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소박하고 예쁜 어르신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을 열고 싶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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