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
 


 
작성일 : 15-04-11 10:58
개별적이고도 인격적으로 나누기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9,106  

개별적이고 인격적으로 나누기

아이들에게는 제가 할아버지인데도 불구하고 ‘엔젤 피터’ 또는 ‘꾸야 피터’라고 아이들이 부릅니다.  멀리서부터 달려와서 축복을 청합니다.  앙증맞은 손을 내밀어 제 손을 잡아 자기 이마에 댑니다.  비타민 사탕 하나에 좋아 어쩔 줄 모릅니다.    

밥 한 공기와 반찬 한 가지뿐인데도 우리 아이들은 밥을 참 잘 먹습니다.  두 번은 더 먹으려고 합니다.  어떤 아이는 다섯 번이나 먹었습니다.  네 살짜리 꼬마도 밥 욕심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꼭꼭 삼킨 다음 먹으라고 손을 붙잡아야 합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우리 아이들은 집에 쌀이 떨어지는 것이 제일 무섭습니다.  쌀이 떨어지면 굶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겨우 열 살인 짐보이가 어느 날 아침 일찍 민들레국수집에 찾아왔습니다.  인사하고 편지를 내밉니다.  서툰 영어와 필리핀 말을 섞어서 쓴 편지입니다.  집에 쌀이 없답니다.  아빠는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고 자기에겐 돈이 없답니다.  쌀을 나눠주었습니다.

리까메이는 열세 살 소녀입니다.  장녀이고 동생이 여섯입니다.  아빠는 막노동을 하러 다니지만 일거리가 있으면 하루 겨우 300페소(7500원)를 법니다.  일거리가 없는 날이 더 많습니다.  리까메이는 언제나 쌀 걱정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민들레국수집에 나오지 않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엄마 아빠가 별거하기로 했고 아이들은 고아원에 맡겨졌다고 합니다.  가난 때문에 결국은 가정이 파탄이 나 버렸습니다.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에 오는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잘 먹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엄마들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아이들은 조금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남겼다가 엄마에게 내밉니다.  엄마들은 밥 달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자기 아이에게 밥을 먹게 해 주는 것만도 고맙다고 합니다.  그런데 엄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서 엄마들께도 밥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들은 하나 둘 집에 있는 아기들을 데리고 와서 밥을 먼저 먹입니다.  그러면서 제 눈치를 봅니다.  아이들을 밥 못 먹게 하면 어쩌나 불안해합니다.  민들레국수집 아이들 가족이라면 누구나 오셔서 식사할 수 있다고 했더니 참 좋아합니다.  아이들 가족이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당에 마련했습니다.  마당에 천막을 치고 음식을 나누니 동네 잔칫집처럼 되었습니다.  

동네 잔칫집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은 좋은데 덩달아 가슴 아픈 광경을 자주 봐야 합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온 가족이 점심 한 끼를 때우려고 오는 모습과 아픈 아기를 끌어안고 어쩔 줄 모르는 엄마들을 보는 것입니다.

가난한 집에 아이들은 많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씻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이라서 아기들이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이 주일 동안이나 아픈 아기를 끌어안고 어쩔 줄 모르는 엄마도 있습니다.  뎅기열에 걸려 아기가 죽을 것 같은데도 엄마는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수두에 걸려서 열꽃이 피었는데도 속수무책입니다.  엄마들은 아기들이 아파도 병원이나 약국에 갈 생각조차 못합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아기를 끌어안고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옵니다.  엄마들을 모아 놓고 당부했습니다.  아기가 아프면 먼저 약국이나 병원에 가서 치료비가 얼마나 드는지 알아본 다음에 민들레국수집으로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아기들의 약값이나 치료비는 100페소(2,500원), 200페소(5,000원), 많아야 700페소(17,500원) 정도입니다.  신기하게도 아기들이 약을 먹으면 금세 좋아집니다.  약을 거의 먹어보지 않았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오는 아이들 가정은 식구가 많습니다.  식구는 많은데 아빠나 엄마의 일거리가 없습니다.  온종일 일해도 이삼백 페소를 법니다.  그 돈으로는 1Kg에 40페소(1,000원) 내지 50페소(1,250원)하는 쌀을 충분하게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집에 쌀이 떨어질 때가 자주 있습니다.  9살인 알루까드 집은 아홉 명입니다.  롬멜 집은 열 명입니다.  론나 집도 열 명입니다.  짐보이 집은 보통보다는 적습니다.  겨우 여섯 명입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어떨 때는 온 가족이 식사하러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 쌀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 살펴보고 집에 쌀이 떨어졌는지 확인하고 5Kg씩 쌀을 나눠드립니다.  그랬더니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공평하게 모두에게 쌀을 나눠주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모두가 집에 쌀이 떨어졌다면 필요한 만큼 나눠드릴 수 있으면 나눠드리겠지만 쌀이 있는 집이나 없는 집이나 똑 같이 나눈다는 것을 공평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을 때처럼 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만나는 한 집에서 하루 필요한 만큼 가지는 것입니다.  남겨 둔 것은 구더기가 꾀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후원 은인들의 도움으로 5만 페소(1,250,000원)을 마련해서 ‘민들레 쌀뒤주’를 만들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아이들 가정에 쌀이 떨어졌을 경우 긴급 지원을 하기 위한 ‘민들레 쌀뒤주’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착한 분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라이자 메의 가족은 일곱 명입니다.  아빠가 경비원입니다.  그런데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행복마을의 조그만 방에 세를 사는데 월세가 1,000페소(25,000원)랍니다.  쌀을 5Kg 담아 드렸습니다.

마놀로는 69세입니다.  민들레국수집 앞 무덤에서 혼자 삽니다.  매일 점심 가져다 드립니다.  주일에는 혼자 직접 해서 드셔야 합니다.  쌀을 2Kg 도와달라고 합니다.  가져다 드렸습니다.

짐보이 그라씨아 가족은 일곱 명입니다.  아버지가 일이 없습니다.  집에 쌀이 떨어졌는데도 미안해서 더 달라는 말을 못 합니다.  오늘 온 가족이 식사하러 왔기에 확인하고 쌀을 5Kg 담아 드렸습니다.

롬멜 가족은 열 명입니다.  아빠는 길거리에서 필리핀식 라면을 끓여 팝니다.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글로리아 아주머니가 주니엘의 다리를 보여줍니다.  피부병인데 아무래도 심각한 것 같아서 약국에 보냈습니다.  제대로 씻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박테리아 제거 비누 10개를 사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쌀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쌀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쌀 5Kg을 담아 드렸습니다.

죠비타 아주머니도 집에 쌀이 없다고 합니다.  쌀 5Kg을 담아 드렸습니다.  죠비타 아주머니는 자녀 둘과 함께 삽니다.  월세를 얻어 삽니다.  월 500페소(12,500원)입니다.  얼마나 허름한 집인지 놀랐습니다.  어느 날 죠비타 아주머니의 딸 버지니아가 얼굴에 상처가 났습니다.  왜 그런지 물었더니 떨어져서 다쳤다는 것입니다.  죠비타 아주머니의 집을 가 보고서야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이층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지붕도 반쯤 덮여있고 벽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바닥은 꺼질 듯 출렁거렸습니다.  딸이 자다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집주인이 사는 모양새가 죠비타 아주머니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셋집이지만 고쳐드리기로 했습니다.  

죠비타 아주머니가 소원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조그만 화장실을 갖고 싶다고 합니다.  소원을 들어드리겠다고 했더니 어린이처럼 좋아합니다.  덕분에 공사비가 좀 더 들게 생겼습니다.  35,000페소(875,000원)의 건축 재료비와 몇 명의 인건비가 포함된 금액이 나왔습니다.  

죠비타 아주머니는 매일 아침 민들레국수집 마당을 쓸어줍니다.  그러면 한 달에 500페소를 드립니다.  그것으로 방세를 냅니다.  그런데 몇 달 전에 폐결핵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나라는 결핵약도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한 달 약값이 1,960페소(49,000원)입니다.  거기다가 결핵은 소모성 질병이어서 약만 먹어서는 안 됩니다.  음식을 제대로 잘 먹어야 합니다.  방세도 낼 형편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태국 방콕에 사시는 교포께서 여섯 달 동안 약값과 영양식을 먹을 수 있도록 비용을 보내주시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죠비타 아주머니가 지난 석 달 동안 약을 잘 복용했습니다.  이제 기침도 나지 않고 살만 해 졌습니다.  이번 달치 약값으로 받은 것은 그만 생활비로 써 버렸습니다.  잘 타일러서 여섯 달 동안은 약을 꼭 먹어야 한다고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다시 약값을 드리고 곧바로 약을 사서 영수증과 함께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워서 어쩔 줄 모릅니다.  다시는 약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전에 태국 방콕에 사시는 교포께서 좋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죠비타 아주머니에게 닭발을 푹 고아서 드시게 하라는 것입니다.  닭발을 200페소(5,000원)어치 사왔습니다.  깨끗하게 손질된 닭발이 3Kg이나 됩니다.  몇 시간을 마늘을 넣고 푹 고았습니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났습니다.  내일부터 한 대접씩 아침 마당을 쓴 다음에 드시도록 해야겠습니다.

마리 앤 가족은 성당 이층 처마 밑에서 삽니다.  마을에 화재가 난 후 성당 마당에서 지내던 가족들을 모두 마을로 보내드렸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마리 앤 가족이 성당 이층 방에서 지내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방이 아니고 처마 밑이었습니다.  마리 앤의 엄마인 멀씨 아주머니는 마을의 자기 집터에 다시 집을 짓기 위해서 얼마나 아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공사비가 턱없이 모자랍니다.  조금만 도와달라고 아주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함께 마을에 가서 집터를 봤습니다.  개울 옆입니다.  물이 자주 넘치는 곳입니다.  아래층은 블록을 쌓아야 합니다.  콘크리트 기둥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층은 합판으로 지어야 합니다.  지붕은 함석을 올립니다.  대략 4만 페소(1,000,000원)은 있어야 한답니다.  도와드리겠다고 했더니 깜짝 놀랍니다.  미국의 민 헬레나 자매님께서 마리 앤 어머니께 전해달라고 천 달러를 보내주셨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마리 앤 가족은 본래의 자기 집으로 돌아갑니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이고 인격적으로 어려운 이웃의 곁에 있어주면서 조금만 거들어드리면 놀랍게도 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인데도 자연스레 서로 남을 배려하기 시작합니다.  서로 도우면서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아이들이 삶은 땅콩을 좋아합니다.  땅콩을 삶아서 간식으로 한 대접씩 나누어주었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들이 땅콩을 까서 옆의 친구에게 서로 먹여 줍니다.  혼자 먹겠다고 욕심 부리지 않고 서로 나눠 먹습니다.  아니 옆의 친구에게 주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놀랍습니다.   
(공동선언 기고했던 글입니다)

오양희 15-04-12 10:14
 
민들레 국수집안에서 행해지는 모든것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첫 발걸음 입니다.
고향풍경 15-04-12 09:19
 
좋은 글 감사합니다.
늘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민들레 국수집!
친구처럼 편하고 가족처럼 의지가 됩니다. 곁에서 응원하고 함께하겠습니다.
태봉이 15-04-12 00:42
 
필리핀 민글레 국수집으로 인해 행복이 더해집니다.
따뜻하고 희망찬 민들레 국수집 풍경이 새롭네요.
민들레 국수집 화이팅, 응원합니다!
양선애 15-04-11 23:08
 
서영남 대표님.
좋지 않은 날씨에도 이 어려운 필리핀 가족들과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덕분에 이분들이 행복함을 보시는 것 같습니다.
지창열 15-04-11 22:28
 
새로운 희망이 만들레 공동체 안에 파릇 파릇 합니다.
매일 매일 민들레 풍경을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민들레수사님과 베로니카님의 진심 생명 존중과 사람대접 정신이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유성은마리아 15-04-11 21:19
 
세상을 아름답게 해주는 민들레 국수집의 존재자체가 참 소중 합니다.
민들레 수사님 베로니카님 감사해욤!!^^*
차소정루시아 15-04-11 19:02
 
상처받고 사회에서 외면당한 시대의 아픈 분들도 민들레국수집 안에서 다시금 희망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대접받고 살수 있는 세상을 위해 애쓰시는 기부천사님들과 서영남대표님과 베로니카님의 마음속에 뜨거움으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유주환 15-04-11 17:37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려 하는데...
민들레 후원자 분들은 그러지 않으시는 듯 합니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이완준 15-04-11 16:46
 
크든 작든 사랑은 모두 같고, 특별합니다.
후원자분들 모두 행복하시길...^^
강은성 15-04-11 12:00
 
나누는 일에도 이기심이 끼어드니, 참 고민이시겠습니다.
사람들이 조금씩만 양보하고, 이해하며 좋은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성미젬마 15-04-11 11:38
 
없는 사람들을 믿어주고, 도와주시는 서영남대표님을 존경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했듯이 참 쉽지 않을 일일텐데...
항상 진실된 마음으로 그들을 섬겨주시니...
민연화 15-04-11 11:16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필리핀 민들레 국수집의 향기.
늘 헌신하시는 서영남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