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사랑의 홀씨를 세상에 전하다.
영등포 노숙인 임시 보호소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새벽 5시 30분정도 보호소를 나와야 합니다.
새벽에 나온 노숙인들은 전철역에 멍하니 앉아있거나 목적지도 없이 전철을 타고 전철안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무료함을 달래기도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아침 7시쯤 광야교회
식당 부분에 길게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기다려야 아침 식사를 할수있습니다.
식사는 국과 밥 그리고 극소량의 반찬이 제공됩니다. 더 달라고하면 더주기는 하지만 눈치를
봐야하고 때때로는 짜증섞인 핀잔을 들어야 할때도 있습니다. 국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극소량의 반찬 때문에 맨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노숙인들은 그렇게라도
아침을 해결할수 있는 광야교회가 있어서 다행이고 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교회 관계자가 아니라 개미처럼 일해서 세금 내주시는 국민들에게 감사할일이지
정부지원받는 교회 관계자에게 감사할일은 아닌데 말이지요 진심이 아닌 마음으로 찬송을
억지로 따라 부르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관리자에게 꾸벅 인사하면서 밥을 얻어먹어야 하는....
이건 진정한 나눔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등포에 노숙인 분들은 아침 9시가 되면 영등포역에서 동인천행 열차에 오릅니다.
영등포에서는 여러곳에서 무료급식을 하지만 앞서 언급한것처럼 열약한 환경의 식사를 해야하고
마땅히 시간을 보낼곳도 없어서 동인천으로 내려옵니다.
동인천에 내려오면 정말 먹을만한 식사를 할수있고 독서나 샤워나 컴퓨터,휴식등을 할수있고
독서 지원금 3,000원도 받을수 있습니다. 식사도 줄을 서서 오랜시간 기다려야 하는것이 아니고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가면 바로 식사가 가능합니다.
진심도 없는 믿음을 강요하거나 권의적으로 통제하는 이도 없습니다. 특히 배고픈 노숙인에게
식사량을 마음대로 정할수있는 자율 배식은 행복이기도 합니다.
저는 영등포 임시보호소에서 생활했습니다. 아무런 희망도 의지도 없었습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무료함도 느끼지 못할정도로 모든걸 다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살아가고 있다가 어느날 민들레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독서지원금을 받으면 막걸리나 한잔 사서 공원에서 마셔야 겠다고 생각하고
책 내용을 그림 그린듯 베꼈습니다. 오로지 막걸리를 먹기위해서 였죠
그런데 독후감을 쓰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책내용을 베낀것에 불과하지만
책을 봐야하고 옮겨 써야하죠 읽기만 한것 보다 읽고 쓰니 저도 모르게 책의 내용이
머리속에 정리되었습니다. 그렇게 독후감에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중요함을
깨닭게 되었습니다. 노트 1권을 다 채워 갈때쯤 희망도 마음속에 많이 채워져 조금씩이나마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설현장에도 나가고 공장일도 가끔 하면서 새삶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방도 얻어서 시설에서 자거나 노숙을 하지 않습니다.
이모든 축복은 민들레 홀씨에 담겨있는 사랑 때문일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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