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1일.
'당신은 정말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구나'
요셉의원에 봉사를 나간다고 통보()했을 때 돌아온 아내의 말이다.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걱정없이 살면 좋으련만, 사실 걱정이 더 많아지는 것이 문제다.
해결해야하는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주일에 몇시간 진료봉사를 결정한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진료를 안하니 오히려 신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다. 예전에 진료실에서는 하고 싶었던 것이 정말 많았는데, 사무실에 앉아서 기획을 해야한다고 떠들때엔 멍하니 시간만 보낸다. 그러면 파트타임으로 진료라도 해야할까 집 생활비도 모자란데.. 여러 고민을 하다가 진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봉사하는 것으로 결정한데는 또 이유가 있다.
진료로 돈을 벌면 가정의 화목()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마음이 약해질 것만 같았다. 이미 어려운 결정했고 나를 믿어주고 따라주는 직원들이 있고, 투자자가 있는데 내 마음이 흔들리는 일은 해선 안된다. 게다가 사실 비뇨기과 의사가 파트타임으로 일할 곳도 별로 없다. 일반의나 미용관련해서 한다면 모를까.
요셉의원으로 결정한 이유는 과거 선우경식 선생님에 대한 조사를 하고 포스팅하면서 알게된 것도 있고 부산에서 알게된 돌파리의 블로그 운영자이신 플라치도 선생님을 통해 천주교의 사회 속 실천 운동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부모님과 목사가 되려고 준비중인 동생이 들으면 서운해하겠지만.
이주노동자들을 진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은 것도 있다. 건강협회에 운영위원이라고 멋지게 사진도 찍고 직함도 받았지만, 실무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블로그를 통해 열심히 홍보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하는 일이 가끔 주변에 소개하는 정도가 전부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어서 금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만 생각해보니, 이 몸뚱이를 움직여 봉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아들이 아빠 직업이 '의사'라는 것에 무척 프라이드를 느끼고'의사는 사람을 도와준다'고또래 친구들에게 자랑하는데 아마도 유치원에서 직업관련 교육을 할 때마다 자랑을 하는 것 같다.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가 아빠 직업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한다는 말을 들은 것(선생님 한명도 아니고 유치원 옮길 때 마다!)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들한테, 아빤 좀 다른 의사라고 설명이 가능할 때 까지는 아들을 거짓말 쟁이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이상이 면허 썪히지 말고 1주일에 4시간 봉사를 하자 결정한 배경이자 스스로 나에게 하는 구질구질한 변명이다.
때마침 요셉의원에 나오시던 비뇨기과 선생님이 최근 사정이 생기셨고, 또 내가 낮시간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에 때문에 열열한()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 진료해보니 비뇨기과 환자는 거의 없다. 또 저녁에는 여러 과가 함께 진료를 하지만, 낮에는 거의 나 홀로 진료라 환자도 엄청나게 많았다. 4시간에 진료본 환자 수는 50여명 이상.
환자 상태도 심각하다. 조절되지 않는 당뇨에 위험한 생활습관으로 팔 다리을 잃을 위기의 환자도 있고, 협조가 되지 않는 더 나아가 무료진료를 해줌에도 불구하고 요셉의원에 적대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얼마전에는 소란을 피운 환자를 저지하던 봉사자가 몸싸움 중에 실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덜컥 봉사를 결정한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먹고 사는 것도 해결 못하면서 어줍잖게 봉사를 운운한 내 자신의 가벼움에 저주스러움을 느꼈다. 1주일에 순수 비뇨기과 환자는 3명 정도라고 하는데 이 3명만 진료하는 방법은 없을지 잔머리를 굴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의 답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가진 종교적, 직업적, 사회적 답을 여기서 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또다른 합리화를 하면서 한주만 더 버텨보자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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