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에게 옆에 있는 성 판크라씨오 성당에 가서 성탄 풍경을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이메일 답장이 왔습니다.

"아빠, 산 판크라씨오 성당에 갔는데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어요.  구유도 없구요.  너무 가난해서인가요?"

필리핀에서는 9월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쇼핑몰에서 캐롤이 흘러나오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입니다.

11월이면 곳곳에 성탄 장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민들레국수집도 11월초에 마당에 성탄 트리를 만들었습니다.  조금 걱정을 했습니다.  우리 개구장이 아이들이 성탄 트리를 가만히 놓아두고 보기만 할 것인가였습니다.  성탄 트리 장식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한 듯 구경합니다.  어떤 아이는 살며시 손을 대 봅니다.  몇날 몇밤이 지나도 희한하게도 아이들이 보기만 합니다.  절대 손을 대질 않습니다.  11월부터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프라이드 치킨을 만들 때는 크리스마스 파티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신이 납니다.  캐롤을 부르고 박수를 치면서 정말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듯 행복해 합니다.  며칠 전에는 마르코 형제님이 프라이드 치킨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민들레국수집 크리스마스 파티는 12월 23일에 하기로 했습니다.  프라이드 치킨도 두 조각씩 하기기로 했답니다.  아이들에게 또 크리스마스 선물보따리도 주기로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성탄 구유 꾸미기도 한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는 직원들이 쉬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시기 동안 며칠은 문을 열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보타스 시티의 산 로꿰 성당 급식소와 말라본 시티의 파라다이스 채플 급식소에서는 크리스마스 당일만 문을 닫을 뿐이라고 합니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계속 식사 제공을 하기로 자원 봉사자들이 정했다고 합니다. 

필리핀의 크리스마스는 가족들의 축제입니다.  그런데 가족들이 너무 많아서 선물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통 한 가족이 아홉 여덟 명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삼촌과 고모들 그리고 외삼촌까지 생각한다면 엄청난 숫자입니다.  또 대부 대모님과 대자들까지 한다면 선물을 해야할 사람은 엄청 많습니다.  그래서 선물하느라 돈이 모자랍니다.  필리핀에는 13월의 월급이라는 풍습이 있습니다.  일년을 일하면 한달치 월급을 매년 크리스마스 이전에 줘야 합니다.

12월 16일부터 9일간은 성당마다 특별 미사가 있습니다.  새벽이나 저녁에 성탄맞이 미사를 드린답니다.  심방 가비라고 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