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필리핀에 들어온 이래 오늘 처음으로 아침 미사 때 성당에 선풍기가 하나도 돌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필리핀은 매년 1월 9일은 키야포의 날이라고 해서 블랙 나자레노 축제가 3일 동안 열립니다.  400여년 전에 도미니코회 수사들이 멕시코에서 만든 예수님 십가자상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배에 불이 났습니다.  십자가가 불에 그을려 까맣게 되었지만 멀쩡했습니다.  그 때부터 키야포 축제가 시작되었답니다.  검은 십자가 행렬이 있고 십자가를 만지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멀리서부터 맨발로 키야포 지역 성당에 물려와서 십자가 행렬에 참여합니다. 

아기들이 약을 먹은 후에 많이들 좋아졌습니다.  약효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아기들이 얼마나 아팠을까.  또 엄마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어제는 Mr.Park 베이커리 사장님 가족과 실장님이 조리기구와 모든 것을 준비해 오셔서 민들레국수집 마당에서 소세지 넣은 튀김 도너츠를 500개나 만들었답니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요!  앞으로 매달 한 번씩 민들레국수집에서 빵 봉사를 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답니다.  고맙습니다.

길고 긴 성탄과 새해 연휴 동안 돈이 있고 살만한 사람들은 행복했겠지만 우리 비엠비에이 마을 사람들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은 일거리가 없고 수입조차 없어서 쌀 떨어진 집이 수두룩합니다. 

어제 짐보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집에 쌀이 없답니다.  엄마를 모셔오라고 했습니다.  짐보이 엄마와 함께 온 다른 엄맏 역시 집에 쌀이 없답니다.  쌀 5Kg을 봉지에 담아 드렸습니다.  앙트와네트가 겨우 여덟 살인데 오후에 집에 쌀이 없답니다.  에빌라 선생에게 통역을 부탁했습니다.  엄마는 일하러 가서 집에 안 계시고, 아빠는 돌아가셨답니다.  집에 동생만 있답니다.  동생들이 너무 배고파해서 자기가 밥을 해서 같이 먹어야 한답니다.  세상에!  밥 할 줄 안답니다.  쌀을 들고 갈 수 있도록 2Kg을 봉지에 담아 주었습니다.  그래도 무겁습니다.  친구인 리노아가 같이 들어 줍니다. 

오늘은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장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날입니다.  아이들에게 직접 주지 않고 엄마들에게 드립니다.  오전 10시에 국수집에 모여서 이름 확인하고 아이들 공부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부탁하고 엄마들에게 장학금을 드립니다.  매달 500페소씩 드리고 필요한 학용품을 나눠드립니다.  

아이들이 공놀이의 천재들입니다.  어제부터 농구대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용접기를 빌려와서 우리가 직접 제작해야 합니다.  분도회 수사님 두 분께서 아이들에게 한글공부를 잘 가르칩니다.  필리핀에 우리말 소리가 우렁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