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 16장에서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이 만나를 저마다 먹을만큼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필리핀의 BMBA 마을(행복마을) 사람들은 죽을만큼 열심히 일해도 먹을 게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집에 쌀이 없는 것이 제일 겁이 납니다.  겨우 아홉살 사내아이인 짐보이가 집에 쌀이 없다고 말합니다.  동생이 여섯이나 있는 리카메이 여자애가 집에 쌀이 없다고 걱정합니다.  처음 우리 아이들이 밥만 죽어라 입에 퍼 넣는 것을 보고 참 속이 상했습니다.  일곱 살 여자애가 집에 쌀이 없답니다.  쌀을 5킬로를 비닐봉지에 담아 주었더니 무거워서 들지를 못합니다.  친구가 거들어서 둘이 같이 들고 가기도 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쌀 걱정하는 것이 속 상해서 엄마나 아빠가 직접 와서 쌀 떨어졌다고 말하고 쌀 5Kg씩 나누자고 했습니다. 

엄마 아빠들이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쌀을 주려면 모든 가정에 똑같이 줘야지 쌀이 떨어진 집에만 주는 것이 공평하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엄마 아빠들이 민들레 장학금을 지원받는 날, 집에 쌀이 없는 가정에는 5Kg씩 드리겠다고 했더니 세상에나!  모두 손을 들었습니다.  모든 가정에 쌀을 한 봉지씩 나눠드렸습니다. 울며 겨자먹기였습니다.  쌀이 없다고 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장학금 받으러 참석 못했던 가정에서도 찾아와서 쌀을 달라는 것입니다.  아!  이해를 못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원의 서 베네딕도 수사님이 초안을 잡아 영어 번역을 친구분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영어를 필리핀 말로 에빌라 선생이 번역해서 장학생 모임에 엄마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곳 필리핀에서 오래 산 후배에게 부탁해서 집에 쌀이 떨어진 가정을 위해 쌀을 나눠드린다는 것을 설명했더니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아직 몇 가정은 반발입니다.  왜 공평하게 나눠줘야지 게을러서 일도 하지 않아서 쌀 떨어진 집만 쌀을 주느냐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웃을 도우려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도와야지 게으르고 일도 안하는 사람을 도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의사가 병든 사람에게 필요하지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조 아우구스띠노 변호사님과 고마운 분 몇 분의 도움으로 "민들레 쌀 뒤주"를 만들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죽어라고 일해도 아이들 먹일 쌀조차 구하지 못한 가족에게는 한 번에 5Kg씩 선물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집에 쌀 떨어지는 제일 겁나는 일은 이제는 더 당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가 뼈만 남았어요.

십시일반으로 한 숟갈씩만이라도 나눕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