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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인천시 동구 화수동 민들레국수집. 하나같이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하기 바쁜 노숙인 가족 틈에서 서영남(베드로, 59) 대표가 나와 인사를 건넸다. 얼굴에는 지난해 만났을 때보다 더 환한 미소가 보였다.
"글쎄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제게 일어났어요!"
노숙인을 위한 무료 국수집 대표로 잘 알려진 서 대표는 27일 포스코 청암 봉사상을 받는다. 지난해 국민훈장 석류장 수상에 이은 또 한 번의 값진 기쁨이다. 그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말할 수 없이 기뻤다"면서 "제가 꿈꾸던 일이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도와주셔서 가슴 터질 듯 감사한 마음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말하는 꿈은 필리핀 빠야타스 빈민촌 어린이를 위한 민들레국수집 공부방 개소다. 지난해 서 대표가 필리핀을 방문한 이후 이미 필리핀 어린이 100여 명이 그가 만든 '필리핀 스콜라쉽'으로 돈 걱정 없이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는 옷가지와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빈민촌을 방문하기도 한다. 청암 봉사상 상금 2억 원은 그 꿈을 이행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해 굶주린 필리핀 아이들이 자기 동생을 챙기고, 서로 위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그들을 위한 국수집과 공부방이 세워질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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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수집 인근에 있는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서영남 대표와 딸 서희(맨 오른쪽)씨. |
#사랑은 수고를 모르는 법
2000년 겨울, 서 대표는 25년간의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수도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세상으로 나왔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옷가지가 담긴 가방 하나 달랑 둘러매고 나온 그는 "세상 가난한 사람들과 한평생 살고 싶어서였다"고 고백했다.
수사 신분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되묻자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사는 일, 어렵고 힘든 일은 시간이 지나면 젊은 수사들에게 점점 빼앗길 텐데 그러기는 싫었다"며 "수도생활은 예수님 닮은 삶을 살고자 원했던 삶의 목표를 올바르게 인도해준 방편이었을 뿐, 어떻게 하면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이룰 수 있을지가 내 안에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세상으로 나온 후 인천 동구 송현동 달동네 월세방에서 교도소 출소자들과 지냈다. 그에게는 수도원에서 교정사목을 하며 알고 지내던 신자들이 십시일반 모아 건네준 생활비 400만 원이 전부였다. 이 시기 딸 서희(모니카, 29)씨와 함께 사는 강 베로니카(56)씨를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동인천역 앞 노숙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밥을 제공해주는 이들에게서 노숙인을 위한 따뜻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길게 늘어선 노숙인들에게 개밥 주듯 식은 밥을 전해주고 생색만 낼 뿐이었다.
2003년 그는 세상 가장 차디찬 바닥에서 추위와 배고픔 속에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살아가는 노숙인을 위해 민들레국수집을 열었다. 이후 서 대표의 '오병이어의 기적'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국수집에 오는 모든 노숙인을 'VIP손님'이라 생각하며 맞았다. 국수집을 열 때부터 세워온 철칙 △정부 지원 받지 않기 △후원회 만들지 않기 △공모사업 하지 않기 △부자들의 생색내는 돈 받지 않기는 지금껏 지켜지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매달 수천만 원의 성금과 각종 먹거리 재료들을 보내온다. 서 대표는 "하느님께서 그분들을 통해 주시는 하늘나라 선물"이라며 "신기하게도 하느님께서는 꼭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과 먹을 것을 보내주셔서 하루하루 기적을 체험하고 산다"고 말했다.
"정말 사랑한다면 수고를 모르는 법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굶주린 이들을 먹일 때 한 사람 한 사람 따뜻하게 대해주셨습니다. 하루하루 먹고 자는 게 가장 힘든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사람대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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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앞치마를 두르고 전국에서 오는 'VIP손님'을 맞는 서영남 대표. |
#민들레 홀씨 희망
민들레국수집이 있는 동네 일대는 어느새 '민들레 꽃밭'이 됐다. 민들레국수집, 민들레의 집, 민들레 꿈 공부방,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 민들레책들레도서관, 민들레희망지원센터, 민들레진료소, 민들레가게 등 서 대표가 민들레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공동체가 언덕을 따라 몇 걸음만 가면 연이어 나타난다. 모두 월세로 운영되는 이곳들은 집과 가게 등을 개조해 마련한 것이다.
300만 원으로 10㎡(3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민들레국수집은 현재 60㎡(18평) 크기가 됐다. 몇 년 전부터는 국수뿐만 아니라 대여섯 가지 반찬을 곁들인 뷔페식도 마련했다. 노숙인이 기한없이 머무는 민들레의 집에는 노숙인 15명가량이 살고 있다. 길게는 8년 넘게 사는 이도 있다. 서 대표는 그들이 웃음을 되찾고 홀로서기 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준다.
서 대표 강의와 노숙인 독후감대회가 끊이지 않는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는 매일 150여 명의 노숙인이 방문한다. 그들은 센터 내 샤워실에서 몸과 마음의 때를 씻어내며 희망을 찾는다. 어느새 이 동네 제2의 학교가 된 민들레 꿈 공부방에는 매일 100여 명의 어린이가 찾아와 맛있는 밥도 먹고 영화도 보며 함께 나들이도 간다. 공부방 운영은 딸 서희씨가, 민들레가게 운영은 아내 강 베로니카씨가 돕고 있다.
동인천역 지하상가에서 2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해온 아내 강씨는 가게 수익금 전부를 민들레 공동체 운영비에 보탠다. 그러면서 매주 목ㆍ금요일은 남편과 함께 경북 청송교도소 재소자들을 만나 영치금과 위문편지를 전달해준다.
"아빠, 내가 혼자 돈을 좀 모았는데, 이걸로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필리핀 아이들이 떠올랐어!"
어느 날 딸 서희씨가 급히 할 말이 있다며 아빠를 부르더니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그간 적금을 부어 모은 돈 100만 원이 들어있었다. 젊음을 하느님 사랑으로 불태워보자는 아빠 권유에 따라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아빠와 함께한 지도 어느새 5년이 흘렀다. 틈틈히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는 서희씨는 자꾸만 필리핀 어린이들이 눈에 밟힌단다.
서희씨는 "하느님은 아버지 기도를 너무 잘 들어주셔서 아버지가 가진 꿈은 하나씩 다 이뤄주시는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민들레 교우촌
민들레국수집 주변으로 민들레 공동체가 넓어지면서 이곳을 찾는 노숙인과 어르신이 더 많아졌다. 국수집만 하루 600여 명이 찾는다. 노숙인과 어르신이 몰려 불편하다는 동네 주민들의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그럴 때마다 모두가 더불어 살아야 함을 강조해온 서 대표는 얼마 전 국수집 근처에 또 다른 국수집을 차렸다. 이곳은 어르신을 위한 무료 국수집이다. 마침 지난 예수 성탄 대축일에 자리가 나 바로 얻었다. 4월 2일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 주례로 민들레국수집 10주년 및 새 국수집 축복 미사가 봉헌된다.
서 대표는 "현대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형제애를 잊고 개인주의에 빠져 삽니다. 우리는 욕심을 가지치기하고 이웃과 함께하며 고통과 어려움을 거름삼아 신앙의 참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대표에게 가슴 깊이 자리한 꿈을 물었다.
"초창기 한국교회 신자들은 산속 교우촌에 숨어 지내며 신앙을 면면히 지켰습니다. 주님 사랑으로 똘똘뭉친 그들은 형제애로 서로 도우며 살았지요. 관아에 끌려가 모진 박해와 고문을 당한 이들 중에는 젖먹이 아이를 두고 순교한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세상 것을 걱정하지 않고 기쁘게 순교할 수 있었던 것은 교우촌 형제들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에 형제애 가득한 민들레 교우촌을 만들어 지금처럼 주님 안에 행복하게 살렵니다."
인터뷰 끝에 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한 그릇 먹고 가라고 한사코 권유해서다. 말로만 듣던 국수 한 그릇. 그간 수많은 사람이 느꼈을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문의 : 032-764-8444, www.mindle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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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가필드님의 댓글
가필드 작성일
처음 인사올립니다.
민들레 수사님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제 생애에 잊을 수 없는 참사랑의 교훈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의 앞으로의 제 시간들을 결코 헛되이 쓰지 않고 소중하게 1분 1초를 사용하겠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몫에 최선을 다하는 수사님의 모습은 늘 아름답게 보입니다.

최성국님의 댓글
최성국 작성일
우리는 민들레국수집 10주년을 통해 가난한 이웃과 소통하며 희망으로 사는
민들레 수사님과 베로니카님과 모니카님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계속 승승장구 하시길 기원합니다.

박영선안나님의 댓글
박영선안나 작성일
사랑이꽃피는 민들레공동체를 힘차게 응원합니다.
민들레국수집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 탄생은 우리 모두에게 주는 큰 선물입니다.
늘 진심으로 헌신하는서영남대표님과 베로니카님과 모니카님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타로님의 댓글
한타로 작성일
인간극장에서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국수집을 통하여 민들레국수집을 알게 되었고 참 감동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것을 느꼈어요. 민들레국수집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고 은총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응원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국수집 탄생을 축하합니다.

노건희님의 댓글
노건희 작성일
민들레국수집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민들레국수집입니다.
지상에서 천국.... 민들레국수집을 큰 박수로 응원합니다.

강철민님의 댓글
강철민 작성일
세상을 편견으로 보았던 저의 시선을 부끄럽게 해준 '민들레 공동체' !!
가장 낮은 자리로 흐르는 그 따뜻한 풍경 안에서 얼음 같던 편견이 녹았습니다.
민들레 공동체 감동입니다.

박일성님의 댓글
박일성 작성일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즐겁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부형식님의 댓글
부형식 작성일
나른한 오후 기운이 사르르 빠져도 민들레 국수집 풍경만 보면 눈이 반짝 뜨입니다. 촛불은 자신을 태움으로써 어둠을 밝힙니다. 우리도 스스로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불태울 때, 그만큼 세상이 환하게 빛납니다. 메마른 제 가슴에 다시 사랑을 심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7회 포스코 청암봉사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김풍호님의 댓글
김풍호 작성일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뛰어넘게 만드는 민들레 국수집의 신비한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참사랑에 대해 묵상하던 중,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는 서영남 대표님이 떠올랐습니다.
이 시대의 모든 가난한 이웃들의 아버지가 되어주시는 서대표님께 우렁찬 박수를 보냅니다!!
서영남대표님의 청암봉사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배영수살비오님의 댓글
배영수살비오 작성일
민들레국수집의 10년 사랑의 흔적들이 아름답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희망의 길은 희망의 작은 걸음들로 이루어집니다.
희망의 삶은 민들레 국수집의 하루 하루 순간들로 이루어집니다.

치릴로님의 댓글
치릴로 작성일
세상에서 어둠을 빛으로 밝히는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는
민들레수사님과 베로니카님과 모니카님께 고마움과 감사를 전합니다.
민들레공동체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윤설아님의 댓글
윤설아 작성일
민들레 국수집은 희망입니다. 가난한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랑과 희망을 전하며
매일을 봉헌하도록 도와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포스코 청암봉사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민들레국수집 10주년도 축하드립니다.

김새롬님의 댓글
김새롬 작성일안녕하세요. 한겨레 신문에 한면 다 차지한 민들레국수집 일상과 세 가족분들의 환한웃음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너무나 감동이었습니다. 포스코 청암봉사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곧 다가오는 민들레국수집 10주년을 감사드리며 축하드립니다.민들레국수집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