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국수집에 왔습니다. 아침 일곱 시인데 캄캄합니다. 드롭인 센터에서 잠자던 우리 손님들은 아침 여섯 시에는 밖으로 나와야한다는데 이 캄캄한 새벽에 무슨 생각을 할까 가슴이 먹먹합니다.

오늘 국은 배추 우거짓국인데 맛을 내려면 좀 오래 끓여야하기 때문입니다. 국솥에 불을 붙여놓고 나비(고양이)와 장난을 치다가 차 한 잔 마시면서 글을 씁니다. 나비가 옆에 다가와서 몸을 비빕니다.

어제였습니다. 새벽에 전화가 왔습니다. 깜짝 놀라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민들레 식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인드라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 걱정 말고 곧바로 119에 신고하라고 했습니다.

몇 년 전에 민들레 식구 한 분이 돌아가신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돌아가신 민들레 식구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119에 신고하면 무연고자로 구청에서 알아서 처리를 하기 때문입니다.

119에서 경찰에 연락을 했고, 경찰이 와서 현장을 조사했습니다. 그런 다음 구청에서 엠블런스를 보내어 시신을 실어갔다고 합니다.

인드라는 두 달 반 정도 전에 민들레국수집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생긴 이래 처음 온 외국인 VIP손님이었습니다. 용산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데 심장병으로 아주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되었습니다.

인천의료원 공공진료팀의 도움으로 인드라가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그렇게 그동안 먹지 못했던 약도 복용하면서 안정을 취했습니다. 그러다가 상태가 안 좋아서 입원을 했습니다. 엿새 전에 아주 좋은 모습으로 퇴원을 했습니다. 몸무게도 많이 줄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에는 친구를 만나고 와서 기분이 좋다고 했습니다. 웃는 얼굴로 잠자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이제는 하늘나라에도 민들레의 집이 생겼습니다 나마스떼.

산위의 마을에서 바자회를 한 후 남은 옷을 보내왔습니다. 덕택에 필리핀으로 보낼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충분히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포동 자매님께서 청정채를 아주 아주 많이 가져오셨습니다. 직접 양주에 있는 농장에 가셔서 수확하셔서 가져오십니다. 어제 하루 종일 데쳐서 급속 냉동시켰습니다. 겨우내 우리 손님들이 드실 맛있는 된장국이 될 것입니다.

민들레 책들레에서는 아이들 독서를 유도하기 위해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내놓았습니다. 아이들이 신나서 책을 읽고 동그라미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서로 더 많이 읽으려고 애를 씁니다.

고마운 분이 보내주신 돈까스는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 내려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오늘은 우리 손님들께 잡채를 만들어 대접하려고 합니다. 당면은 14킬로 한 상자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돼지고기와 시금치 그리고 버섯과 당근, 양파를 넣고 간장으로 간과 색을 맞추고 참기름으로 맛있게 버무리면 우리 손님들이 참 맛있게 드실 것입니다.

나비가 계속 같이 놀아달라면서 장난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