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월)

지난 토요일에는 데레사 자매님이 어묵을 20킬로나 선물해주셨습니다. 어제 반을 조리를 했습니다. 손님들이 자유롭게 드시도록 했더니만 그 많은 어묵조림을 순식간에 드셔버렸습니다. 그래서 남은 어묵은 오늘 조림을 했습니다. 손님들께 알맞게 접시에 담아드렸습니다. 오늘은 그나마 골고루 손님들께 맛보시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두부조림이나 가지반찬 달걀장조림, 계란 프라이, 계란찜 그리고 어묵조림은 손님들이 참 좋아하십니다. 힘든 노숙생활에 가장 먼저 치아가 손상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김치는 잘 드시지만 맛있는 김치를 드셔본 기억들이 별로 없으신지 처음 오신 분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담아갑니다. 콩나물 반찬은 치아가 약한 분은 드실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런데 숙주나물은 모두들 좋아합니다.

고기반찬은 삼켜도 된다면서 참 좋아하십니다. 김치는 치아 때문에 못 드신다는 분도 고기반찬은 괜찮다고 하십니다.

화수성심의원에서 달걀을 열 판이나 보내주셨습니다.

토요일에는 동네의 어려운 가정에 쌀을 나눠드렸습니다. 처음에는 매달 20킬로 열다섯 포를 나눠드렸는데 점점 어려운 가정이 눈에 뜨이는 바람에 지금은 스물한 포와 10킬로 한 포를 더해서 나눠드립니다. 어려운 가정이 눈에 더 보이지만 민들레국수집의 여력이 모자라서 못 본 척하려니 참 힘이 듭니다.

어제인 주일에는 좀 더 일찍 국수집에 도착해서 밥을 하고 국을 준비해 놓고 반찬을 차려놓고 자원봉사자님들께 국수집을 맡기고 예수살이 여성 제자교육 간증 시간에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오후에는 손님들이 한가한 틈을 타서 이발을 했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제 가을이 온 듯 합니다. 아주 시원합니다. 국수집 오는 길에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들러보았습니다. 자유공원 올라가는 길에 우리 손님들 대여섯 명이 정자 밑에서 비를 피해서 술판을 벌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코올 중독입니다. 매달 이십일 후에는 우리 손님들이 술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전 여덟 시 반에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하니 주헌 씨도 국수집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통장에 돈이 입금되었을 텐데 아직도 술을 드시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합니다. 제발 술을 끊을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솥에 쌀을 안쳐놓고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손님이 많이 올 것입니다. 말린 미역 600그람을 물에 불렸습니다. 제일 큰 국솥에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까나리 액젓을 넣고 마늘과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했습니다. 아주 구수하고 깔끔합니다.

반찬 준비하고 쌀 씻고 그러다가 밥 하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5인용 전기밥솥에 밥이 가득 있었는데 스무 명이 밥을 푸니까 솥이 비었습니다. 가스밥솥의 밥이 뜸이 들 동안인 15분 동안 손님들이 비오는 데도 불구하고 기다렸습니다.

고마운 분이 보내주신 안전화를 우리 손님들께 제대로 도움주기 위해서 안전화 대여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하고 싶은 데 안전화가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난 후에 빌려간 안전화를 갚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아직 대여해 간 손님들이 돌려준 경우는 아직은 없습니다.

길을 지나다가 두 명의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밥을 드시고는 계산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냥 가시도록 했습니다. 어떨 떨 했을 것입니다. 반찬을 남겼다고 저에게 혼이 났기 때문입니다.

손님들이 벌써부터 추석에는 문을 여는지 물어봅니다.

추석 전날인 금요일에는 문을 열고, 추석날은 안 열고, 추석 다음날인 주일에는 문을 여니까 굶지말라고 당부합니다.

우리 손님들은 명절이 제일 서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