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다가옵니다.

참새들이 민들레국수집 문 앞에까지 다가와서 짹짹거립니다. 먹을 것을 달라고 합니다. 먹을 것을 나눠주면 동무들까지 불러서 함께 잘 나눠먹습니다. 참새들은 독점할 줄 모릅니다. 먹을 것이 충분하면 동무들을 불러서 함께 나눠먹습니다. 아기 참새들에게는 큰 참새들이 먹을 것을 양보해 줍니다.

연안부두에서 힘겹게 장사를 하시는 성당 자매님들이 김치며 생선이며 틈틈이 보내주십니다. 아침에 차비를 드렸으니 절대 택시비를 더 주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택시로 물건을 보냈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곧 택시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보퉁이로 두 개나 내려졌습니다. 당연히 맛있는 생선이겠거니 하고 생선 잘 받았다고 문자 메시지를 드렸습니다.

생선을 다듬으려고 보따리를 열었습니다. 세상에! 생선이 아니고 귀하고 비싼 소고기와 삼겹살입니다. 급히 문자 메시지를 다시 보냈습니다. 추석 명절에 손님들께 소고기국을 끓여드릴 수 있게 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농부들을 생각합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김을 매고 가을에 추수합니다. 풍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농부는 한숨을 쉽니다. 쌀이 대풍이어서 헛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쌀이 남아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손님들은 밥 한 끼 먹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손님들은 힘겨운 생활에 제일 먼저 치아가 상해버립니다. 치아가 성치 못하니 먹을 것이 있어도 제대로 씹을 수도 없습니다. 소화시키기도 어렵습니다. 계속 악순환이 되어버립니다.

솔향 봉사단과 함께 고마운 분께서 민들레국수집에 찾아오셨습니다. 치과의사선생님이십니다. 치과 진료를 무상으로 하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에 모시고 갔습니다. 날짜를 잡아서 우리 손님들 치과 진료를 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우리 주헌씨 치아를 살펴보셨습니다. 주헌씨 치아도 몇 개가 남지 않았습니다. 먼저 주헌씨 치과 치료를 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박영두씨도 치과치료를 부탁드렸습니다. 영두씨는 예순이 넘었습니다. 혼자 삽니다. 소원이 치과 치료를 받는 것입니다. 틀니를 해 넣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민들레의 집 식구로 받아들였습니다. 집세 낼 돈을 모아서 틀니를 해 넣기로 했습니다. 한 해 동안 정말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이 겨우 백만 원입니다. 백만 원가지고 는 치과에 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영두씨는 얼마 전에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어서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틀니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월부터 주헌씨와 영두씨의 치과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그냥 해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주헌씨와 영두씨는 믿기지 않는 표정입니다.

문씨 아저씨가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하소연을 합니다. 만 원어치 껌을 사면 서른 개 정도 됩니다. 저녁에 술집을 돌아다니면서 손님들께 하나에 천 원씩 받으면 다 팔아야 삼만 원입니다. 그러면 껌 값을 빼고 이만 원이 수입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경쟁자가 많아서 하루에 만 원 벌기도 벅차다고 합니다. 문씨 아저씨는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할 때부터의 VIP 손님입니다. 그 전부터 껌 장사를 했습니다. 200년도에는 문씨 아저씨가 웰셋방이지만 그래서 자기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유인숙 쪽방에서 살다가 이제는 빈집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갑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는데도 그렇습니다.

오늘은 돼지 한 마리 요리하는 날입니다. 작은 돼지입니다. 된장 풀고 생강, 양파, 대파 듬뿍 넣고 커피도 조금 넣었습니다. 지금 잘 끓고 있습니다. 새우젓도 좋은 것으로 장만했습니다. 오후부터는 우리 손님들께 돼지고기 수육을 대접할 예정입니다. 우리 손님 맘껏 드시게 하면 참 좋을 텐데 몇 점씩 맛만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토요일에도 문을 엽니까

이번 토요일에도 문을 열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번 토요일에는 문을 안 여는 대신 본래 쉬는 날인 금요일(10월 2일)에는 문을 엽니다. 그리고 토요일인 추석날에 굶는 분을 위해서는 컵라면을 나눠드릴 예정입니다. 토요일인 추석에는 집에서 잔치를 할 생각입니다. 민들레 식구들과 출소한 친구들이 오면 함께 점심 먹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추석 다음날인 일요일(10월 4일)에도 정상적으로 국수집 문을 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