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도고개에 찬바람이 매섭게 붑니다 손님들이 추위에 어쩔줄 모릅니다 목도리와 장갑이 몇 개있어서 나눠드렸습니다 노숙하는 분들에게는 사시사철 좋을 때가 없지만 그래도 여름이 좋아요 겨울이 좋아요 물어보면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다고 합니다 몇년 전에 우리 손님들의 마음을 체험해보고 싶어서 아파트 계단에서 하룻밤을 노숙을 해 보았습니다 밤이 얼마나 길던지요.

허리 아프다는 핑계로 동인천역 근처를 살펴보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대성씨보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아침 저녁 동인천역 근처를 살펴보면서 우리 손님들 중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매일 아침 대성씨로부터 동인천역과 지하상가에서 노숙하는 손님들의 근황을 듣고 있습니다.

교회 건물 뒷편에서 잠을 자는 희운씨가 있습니다 술을 끊을 수 있는지 물어보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보름 동안만이라도 술을 들지 않는다면 방 하나 얻어보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후에 술에 취해 있습니다 도울 방법이 보이질 않습니다.

쉰이 넘은 부부가 있습니다 여름 동안에 노숙하다가 가을에 여관 방을 얻었다고 했는데 어제부터 또다시 길에서 지냅니다 하루 방세가 만원인데 한달을 내지 못해서 쫓겨났다고 합니다막노동을 나간다고 하지만 새벽에 나갔다가 그냥 시간만 보냅니다 일하기가 겁이 난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막노동을 하면 뼈가 녹아난다고 합니다 며칠 끙끙 앓아야 합니다 그래서 일하는 것이 겁이 납니다 돈은 필요하고 일은 무섭고 그렇습니다.

일흔이 넘으신 다니엘 할아버지는 여름 동안엔 텐트를 치고 살았다고 합니다 요즈음은 처제 집에서 곁방살이를 하는데 눈치가 보인다고 합니다 오늘 동사무소에 오셔서 쌀을 조금 얻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부터 밖에서 고생하시지 말고 오시면 방을 얻어드리겠다고 해도 망설이십니다 너무 큰 신세를 지는 것 같아서 그렇답니다 오늘은 다시 제안 했습니다 겨울만이라도 방 얻는 것이 부담스러우시면 민들레국수집 이층에서 지내시라고요 생각해 보시겠다고 합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두 분의 봉사자가 오셔서 도와주셨습니다 주헌씨는 아가다 자매님을 도와서 선물 들어온 유기농 배추로 겉저리 김치를 버무렸습니다 큰 통으로 네 통이나 나왔습니다 주안성당 수녀님께서 구역장님과 함께 쌀과 반찬을 가져오셨고 설거지를 도우시려했지만 빈틈이 없었습니다 고마운 분께서 맛있는 김과 쌀을 우체국 택배로 보내주셨고요 도목사님께서 인절미를 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부광교회에서 국과 반찬을 보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