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 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년을 두고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김남주-

200년 만우절에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면서 칠판에 적어 놓고 마음 흔들릴 때마다 외웠던 시입니다

2005년 2월말에 KBS2 TV의 인간극장에 민들레국수집의 이야기가 방영된 적이 있었습니다 거의 년 가까이 지나서 이번주에 재방송되고 있는 국수집 이야기를 봅니다

고마운 이웃분들, 착한 우리 VIP 손님들, 민들레 식구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봅니다 돌아가신 분도 많습니다 이제는 하늘나라로 가신 분들의 모습을 보면 좀 더 잘 해 드릴걸 아쉽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앞의 교회 뒷편에서 노숙하고 있는 형진씨가 있습니다 다른 노숙인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찬바람 부는 교회 뒷편 으슥한 곳에서 잠을 잡니다 동네분들이 힘들어하십니다 식사를 못하게 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려나 했는데 굶으면서도 옮길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어 다시 식사할 수 있도록 했더니 어찌나 꿀맛처럼 드시는지, 제가 참 못됐습니다 술을 너무 좋아해서 방을 얻어드릴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문씨 아저씨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한데서 잠을 자니 감기가 더 심합니다 감기약이 없는지 물어봅니다 함께 용원약방에 가서 감기약 사흘치를 지었습니다 약방 어르신께서 아주 조금 받으십니다.

오늘은 쇠고기 육수에 떡국을 내었습니다 김치와 고추장아찌, 오징어젓갈, 조기 구이, 김, 어묵 조림입니다 후식은 없습니다

천사같은 착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 덕택에 우리 손님들은작은 행복이나마 누립니다 갈비탕을 생전 처음 먹어보셨고, 삼계탕을 처음먹어본 사람도 많습니다 보신탕도, 염소탕도, 사슴고기도 드셔보셨고요 귀한 명란젓이 감자 으깬 것인 줄 알고 듬뿍 담았다가 짜서 쩔쩔 매신 분도 계시고요 브로콜리가 무엇인지 몰라서 남기기도 하시고, 귀한 음식들은 무엇인지 몰라서 못 드시면 하나하나 설명해 드리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제주할머니처럼 치아가 부실한 분들을 위해서만 겨우 계란 프라이를 해 드렸지요 윤 아오스딩 형제님이 온종일 계란말이를 하시면서 우리 손님들께 맘껏 드시도록 했더니 여덟 판인가 아홉 판을 요리 한 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다섯 개 미만으로만 가져가게도 했고요.

오늘도 고마운 전화가 많이 왔습니다 고마운 분도 많이 찾아오셨습니다 지난 번 김장 때 생새우가 너무 비싸서 겨우 한 상자만 사서 김치속 버무리는데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분이 펄펄 뛰는 생새우 두 상자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국수집인데 쌀도 필요한지 물어보시곤 한 가마니 들여주신 분도 계시고요 멀리 포항(제가 포항 영흥국민학교 졸업했습니다)에서 김치를보내주시기도 하고요 전라도에서 쌀을 택배로 보내주시고 그렇습니다 하루가 금새 지나갑니다.

내일과 모레는 민들레국수집 쉬는 날이어서경로식당에는 자존심 상해서가지 않는 젊은 친구들을 위해서 컵라면도 나눠드리고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