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는 아흔이 넘으셨습니다

엄마는 늙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안북도 용천군에서 어머니는 태어나셨습니다 쌍둥이십니다 선네와 후네라고 어릴 때 불렸답니다 "후네"가 우리 엄마입니다 선네와 후네는 평생 한 번도 싸워보거나 다투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동네 어른께서 과자를 주시거나 누룽지를 주시면 반으로 나눠서 큰 것은 선네 언니 드리고 조금 작은 것은 당신이 드셨다고 합니다 선네 언니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반으로 나눠서 조금 큰 것은 동생 주고 조금 작은 것은 자기가 먹고 그랬으니 싸울 틈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아마 후네이신 우리 엄마가 살고 계시니 중국 아니면 이북 이딘가에서 선네 이모님도 분명 살아계실 것입니다 엄마 얼굴 안에 선네 이모님이 숨겨 있습니다.

엄마는 열여섯에 나의 아버님을 만나 결혼하셨습니다 자식을 열하나 낳으셨습니다 넷은 어릴 때 홍역으로 하늘나라로 가고 겨우 일곱만 남았다고 합니다.

우리 일곱 남매는 전부 태어난 곳이 다르다고 합니다 큰누님은 신의주, 큰형님은 만주, 작은 누님은 서울, 작은 형님은 부산,나는 부산 범냇골입니다 여동생은 경북 영천, 남동생은 경북 안동입니다

남동생인 안젤로 신부가 겨우 돌이 지났을 무렵 아버님이 중앙선 철도 단천역 근처에서(경북 의성군 단천면)열차사고로 크게 다치셨습니다 곧바로 안동 도립병원에 옮겨졌습니다 "요한"으로 조건부 대세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곧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아버님이 마흔 아홉이셨다고 합니다 그때 나는 겨우 여덟 살이었습니다.

큰형님 말씀이 아버님과 어머님은 한 번 다투셨다고 합니다 자유당의 이기붕을 찍을 것인가 민주당의 장면박사를 찍을 것인가 다투셨는데 어머니가 판정승을 하셨다고 합니다.

육이오 전쟁 때는 가족이 흩어졌다고 합니다 아버님이 범일동 성당에서 피난살이를 하는 가족을 찾아오셨습니다 성당에 가면 분명 가족을 찾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으셨다고 합니다.

마흔 둘에 혼자가 되신 우리 엄마는 풀빵도 파셨습니다 삯바느질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일곱남매를 키우셨습니다 그렇게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보면 "제발 착하게 살아라"고 당부하십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