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월)

메리 크리스마스!

덕남씨가 참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11시까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오후 시쯤 자전거를 타고 스피커로 트로트 노래를 꽝꽝거리면서 왔습니다 이삿짐도 없습니다 식사하시도록 했습니다 이사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냥 연안부두 옥상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합니다 곰곰 덕남씨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고아원에서 자라고 별이 열 세 개가 쌓이는 동안 한 번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의를 받아본 적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왕에 얻어 놓은 방은 다른 분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성탄 밤미사 때도 생각하고 자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용진씨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12월 25일(화)

아침에 인천교통방송에 민들레국수집 이야기가 방송되었습니다.

콩나물 김치국에 쇠고기를 조금 볶아서 다시 끓였습니다 한결 맛이 좋아졌습니다 돼지불고기를 맘껏 드시도록 내었더니 이제는 조금 덜 드시겠다는 분도 계십니다 참 기분이 좋습니다 열 시도 되기 전에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십니다 성탄선물로 양말과 귤을 몇 개씩 드렸습니다

백일 커플(이젠 이백일이 가까워 집니다), 배문기 총각과 누나가 성남에서 오셨고요 박보은 학생과 동료 학생도 왔고요 아가다 할머니와 바울라 할머니도 오셨습니다 최신호 님도 오셨고요.

성탄의 기쁨을 참 많은 분들이 오셔서 나눠주셨습니다 잘 나누고 우리 손님들 잘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용진씨가 식사하러 왔습니다 식사 후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70년생입니다 IMF 이후에 여러가지 사정으로 가정이 풍비박산이 되고 혼자가 되었습니다 몸도 아프고 그렇습니다 동가식 서가숙하는 신세입니다 이년 전에 우연히 국수집을 지나가다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겨우 살았다고 합니다 전에 제가 물어보았습니다 "언젠가 햇빛 들 날이 오겠지요 그때 은혜를 갚겠다"고 했습니다 그냥 바라본 보아서는 햇빛 들 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깊이 생각해 보고 12시에 짐을 갖고 오라고 했습니다 12시에 용진씨가 왔습니다 이불과 전기장판 그리고 밥솥과 수건 등등을 손에 손에 들고 용진씨가 살 집으로 갔습니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말 자기가 살아도 되는지 물어봅니다 열쇠를 드렸습니다 용진씨에게 성탄 선물을 드렸습니다

한겨레신문사 권복기 기자님이 오셨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점심도 함께 나눴습니다

조금 전에는 봉사자들과 함께 케이크 나누기를 했습니다 성탄노래를 부르면서 손뼉 쳤습니다 민들레(강아지)도 함께 노래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