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날 먹을 양식조차 떨어졌는데 어려운 가운데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은 아무 것도 주지 않으면서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 배부르게 먹어라. 고 말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믿음도 이와 같습니다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5-17).

갑자기 날씨가 너무 추워졌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추위에 적응할 시간조차 없이 혹독한 겨울을 맨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화도고개에는 더욱 세차게 찬바람이 붑니다 어제 눈발이 날리다가 다행스럽게도 눈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일찍 국숫집에 도착했습니다 반찬을 차리고 있는데 서울에서 오신 손님이 삐쭉 문을 열어봅니다 새손님 한 분과 함께 왔습니다 아홉 시 십 분입니다.

"너무 일찍 왔죠"

"추운데 빨리 들어와요 등에 맨 가방은 밖에 두고요."

반찬 준비하는 동안 몸을 좀 녹이면서 커피를 마시게 했습니다.

청계천 공사가 되면서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노숙하게 된 분이고요 한 사람은 노숙한지 며칠 되었다고 합니다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치고 오래 치료를 하다보니까 일도 하는 것이 어렵고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새파랗게 언 몸으로 오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최대한 식사를 천천히 합니다 뜨거운 동태국이 맛있다고 합니다.

세상의 희망을 봅니다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학년인 유스띠나와 소피아가 설거지를 하러 두 번째 왔습니다 우리 손님들을 어려워하지 않고 상냥하게 인사하고 서빙도 잘 합니다

우체국 집배원이시면서 쉬는 날에는 도와주시러 오시는 최신호님도 오셨습니다 아가다 자매님과 바울라 자매님도 오셔서 손님 시중을 잘 들어주십니다.

오후에는 조금 한가했습니다 너무 추운지 손님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얼마나 추울까!

2007년도 이제 내일이 지나면 마지막입니다 참 많은 분들이 작은 민들레국수집을 도와주셨습니다 얼마나 선하신 분들인지... 고맙습니다.

올해 민들레 식구가 된 VIP손님만 열 두 명이나 됩니다 성훈씨, 규원씨, 근철씨, 보봉씨는 다른 곳으로 가셨고요 성욱씨, 동현씨, 금숙씨, 원식씨, 복례씨, 기성씨, 용진씨, 창환씨는 민들레국수집 근처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슴 아프게도 만순씨가 하늘나라로 가셨고요정근씨와 주헌씨는 알코올 치료를 위해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고요 성돈이네 네 가족, 성일이네 가족, 태준씨와 대성씨그리고 선호씨는 행복하게 지내고 있고요 그렇게 느슨하게 이웃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공부방이 문을 닫는 곳이 생기기 시작할 것입니다 기준에 미달된 공부방은 정부에서 지원을 끊을 우려가 많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희망입니다 그래서 전세자금 모금을 했는데 백일만에 목표달성을 했습니다 내년 4월초에 민들레국수집 5주년 기념으로 시작했으면 합니다 고마운 분들이 지금도 계속 (가칭) 민들레공부방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서울역에서 지내시는 젊은 친구가 올해 제 마음을 짠하게 했습니다 "고기가 없네." 반찬을 둘러보고 그냥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서울역에서 고기 좀 먹으러 왔는데 고기가 없으니 얼마나 속 상했겠습니까!어제 젊은 친구가 와서 행복하게 돼지불고기와 계란말이를 듬뿍 먹고 자유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오후에 다시 와서 또 듬뿍 배부르게 먹고 서울역으로 돌아갔습니다

오후 다섯 시에 문을 닫고, 봉사자 분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연수구에서 부부가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셨습니다 전주에서 인천으로 이사온지 4개월이 된다고 합니다 어려우실텐데도 불구하고 귀한 쌀을 내려놓으셨습니다 커피 한 잔 대접해 드렸습니다 아마 다섯 시 40분쯤 되었을 것입니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화교분이신데 단골 손님입니다 근처에 사시는 분인데도 자주 오전 여덟 시 전에 오셔서 마음 아프게 만드는 분입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시간을 놓쳤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밥을 차려드렸습니다 계란 프라이를 해 드리려니까 괜찮다고 합니다 미안해서 그렇답니다 두 개를 해 드렸더니 어찌나 달게 드시는지요 하루가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