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토) 맑음

봄입니다 꽃섬고개에 바람이 불어도 따스합니다.

열무 마흔 단, 얼갈이배추 마흔 단을 샀습니다 무도 여섯 자루나 샀습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KT&G 복지센터에서 무공해 친환경 오이(25개 들이) 20상자를 선물로 받아왔습니다 채소가 엄청 비싼데 그나마 행복합니다 오늘은 솔향봉사단에서 학생들과 엄마들께서 오시는 날입니다 김포야채 가게에서 하루 지난 싱싱한 미나리를 선물해주셨습니다.

며칠 전에 돼지고기 140킬로가 넘는 양을 불고기로 재워서 이틀 동안 손님들께 드리고도 몇 통이 남았습니다 오늘 오후 2시까지 손님들께 내었더니 불고기가 떨어졌습니다.

오늘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에서 베로니카께서 보낸 분을 면담했습니다

희원씨(가명)는 57세입니다 말띠고 12월이 생일입니다 한쪽 눈은 십여 년 전에 실명이 되었고, 남은 한쪽 눈은 인공수정체를 넣었는데 잘 안 보인다고 합니다 시력이 겨우 0. 정도입니다 그리고 대장에 구멍이 나 있어서 참 고민이라고 합니다 영등포와 용산 근처의 드롭인 센터에 몇 년을 지냈다고 합니다 어제 저녁에는 용산역에서 밤을 보냈다고 합니다

젊어서는 페인트칠을 하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교도소에는 벌금 이십만 원을 못 내어서 사흘 갇혀 있어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혼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제들이 있지만 왕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린 지 삼년 쯤 된다고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병원도 조금은 안심하고 다닐 수 있고 치료받을 수 있고 노숙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괜찮은데 겨울에는 갑자기 쓰러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원인은 병원에도 가보지 못해서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 근처에 살면서 봉사도 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합니다 방을 구해드렸다고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것은 받아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저 편하게 근처에서 지내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겨우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아주 허름한 방이 있는데 있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감지덕지라고 합니다 며칠 깊이 생각해보고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되겠다. 마음먹었으면 짐을 챙겨서 오시라고 했습니다

봄맛을 가득 담아 김치도 담그고 깍두기도 담갔습니다.

동인천역에서 무임승차로 오는 우리 손님들을 좀 봐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