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일(월)

비가 올 것 같습니다. 꽃섬고개에 바람이 세게 붑니다. 꽃잎이 비처럼 떨어집니다.

한 동안 국수집에 오지 않던 부부가 있었습니다. 간혹 길에서 보면 깔끔한 모습이었습니다. 참 잘 사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국수집에 식사하러 옵니다. 오늘 물어보았습니다. 쫄딱 망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종환씨네 집세 내야하는 날입니다. 종환씨는 늙으신 어머니와 단 둘이 삽니다. 지난달에는 방세 십만 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하루 전에 며칠만 기다려달라면서 찾아왔습니다.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월 달 한 달 동안의 총 수입금액이 얼마였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삼월 한 달 동안 2만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환경지킴이 일을 조금해서 번 돈입니다. 며칠 지난 다음에 꼬깃꼬깃 접은 만 원짜리로 십만 원을 가져오셨습니다. 반을 나눠 할머니께 드렸더니 고마워 어쩔 줄을 모릅니다. 두 가족이 먹을 쌀과 달걀 두 판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4월에는 십만 원도 못 번 모양입니다. 대신 집세 십만 원을 송금해 주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한 번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미안해서 나타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며칠 전에 베로니카께 주민등록만 살릴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분의 주민등록을 살려드렸습니다. 과태료 팔만 원, 주민증 새로 발급받는데 오천 원, 사진 찍는데 오천 원, 차비 만원을 드렸습니다. 그제 민들레희망지원센터의 베로니카께 찾아와서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주민등록은 살리고 즉시 찜질방에 취직이 되었다고 합니다. 자리가 있었는데도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취직을 할 수 없었는데 곧바로 취직해서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나이가 58년 개띠이고 오랜 노숙생활로 몸도 약해서 찜질방에서 잔일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딱 자기에게 맞다고 좋아합니다.

우리 손님 한 분이 억지로 먹었다고 합니다. 밥을 거의 다 먹었는데 돼지불고기가 나오니 더 안 먹을 수 없어서 겨우 먹었다고 투덜거립니다. 또 한 분은 치아가 없어서 김칫국물에 밥을 드시는 분인데 돼지고기는 듬뿍 덜어 드십니다.

내일 한 분이 전화 연락이 오면 서울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 봐야합니다. 지난 토요일입니다. 점심 무렵에 치과에 갔다가 왔습니다. 기다리는 손님이 계십니다. 서울에서 오신 분인데 연세가 예순 일곱입니다. 혼자 살고 있고 형제자매들은 미국에 이민가 있고 그래서 심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보호자가 되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초생활 수급자이고 구청에서 심장수술을 하면 긴급의료지원을 해 주기 때문에 보호자만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셨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침마당에서 보고 찾아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