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육개장을 손님들이 참 잘 드십니다 아침에 반찬을 차렸습니다 봉동 겉저리, 어묵 볶음, 멸치볶음, 새우젓 그리고 돼지고기 김치볶음입니다 후식으로는 요구르트를 내었습니다.

김치를 그냥 내려다가 돼지고기 듬뿍 넣고 볶았습니다 이렇게 요리를 하면 김치만 낼 때보다는 세 배 정도 김치가 더 들어갑니다 그만큼 우리 손님들이 좋아하십니다 치아가 좋은 분이 드뭅니다 그래서 김치도 약간 볶아서 부드러워지면 한결 드시기가 좋습니다.

서울에서 은경자매님이 좋은 고춧가루를 많이 가져오셨습니다 아오스딩 형제님도 오셨습니다 오늘은 계란말이보다는 계란 프라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지민이가 내일이면 "백일"입니다 지민이 엄마가 백일떡을 한 상자 뜨거울 때 가져오셨습니다 얼마나 예쁜 백일떡인지요! 먼저 동네 고마운 분들께 하나씩 나눠드렸습니다 그 다음에는 화수시장에서 노점 장사를 하시는 아주머니께 하나씩 나눠드렸습니다 그런 다음 우리 손님들 중에 떡을 유난히 좋아하시는 분들께 나눠드렸습니다.

지언이 동생인 지민이가 민들레국수집에 엄마랑 처음 왔을 때가 생후 예순 닷새 되던 날입니다 혼자서는 뒤채지도 못하던 아기가 엄마 품에서 방긋 웃는 모습이 얼마나 황홀하게 예쁘던지요!

점심 무렵에 꽁치조림을 만들었습니다 꽁치를 만 원어치 샀는데 덤으로 다섯 마리나 더 주십니다 무를 두텁게 깔고 꽁치조림을 했는데 오늘 봉사하러 오신 븐들을 위한 특식입니다 아주 맛있습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맛입니다 우리 손님들도 어찌나 좋아하시는지요 다음 번에는 꽁치조림을 좀 많이 만들어서 우리 손님들을 위한 특식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오후에 잠시 틈을 내어서 허리 치료를 하러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내일과 모레 이틀동안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반찬과 밥 마무리를 해버렸습니다 밥이 모자라면 떡국을 끓일까 했는데 마침 연안부두 아녜스 자매님이 오셨습니다 연안부두 어시장 장사하시는 자매님들이 태안에 가서 기름제거 작업을 했는데, 고마운 분이 식사를 대접해 주셔서 준비해 간 밥과 국과 쇠고기 반찬이 그냥 남았다면서 가져오셨습니다 온기가 그대로 있습니다 급히 쇠고기 볶음을 데워서 밥과 함께 내었습니다 그 많은 밥과 반찬이 말끔하게 나뉘어졌습니다

어제 극세사 전기요를 전해드렸던 경희 할머니가 저녁을 드시러 오셨습니다 경희할머니는 일흔 다섯이십니다 이젠 치아가 부실하셔서 단단한 음식을 드시기가 어렵습니다 밥에 쇠고기 불고기를 비벼서 참 맛있게 드십니다 조금 싸서 드셨습니다 전기요 어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얼마나 따뜻하고 보드러운지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합니다.

우리 손님들은 참 착합니다 반찬이 수북하게 담겨져 있으면 먹고픈 만큼 양껏 드십니다 그런데 담겨져 있는 반친이 적으면 다음에 먹을 사람을 생각해서 조금만 가져갑니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조금 남은 반찬이 깨끗하게 비워지면 다시 내려고 했습니다..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조금 남아 있으면 착한 손님들이 다음 사람을 생각해서 조금만 가져가던가 아니면 안 가져가십니다 그걸 몇 년만에야 눈치챈 저는 참 어리버리 합니다 앞으로는 반찬이 충분이 있으면 우리 손님들이 잘 드시도록 충분하게 내어놓아야겠습니다.

요즘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분입니다 한쪽 눈이 실명되었습니다식사를 참 많이 하십니다 국도 오늘은 세 그릇이나 드셨습니다 쉴 곳을 찾아 떠나면서 오늘은 어디서 자나.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내일은 국수집 문을 열지 않는데 어떻하지요 그랬더니 내일은 굶어야 하나. 가슴 아프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