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눈이 이렇게 펑펑 내리는 것은 참 오랜만입니다 눈길을 밟으면 뽀도독거리는 소리가 나서 참 좋은데, 염화칼슘을 너무 많이 뿌려서 눈길이 아니라 진창길입니다 오후 늦게야 눈발이 멈췄습니다 화도고개에 찬바람이 쌩쌩 붑니다.

5인용 전기밥솥 두 개로 지금껏 손님 대접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오시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하루에 몇 차례나 밥이 뜸 들 시간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그래서 전기밥솥 하나 더 동원했습니다 이제 전기밥솥 삼형제가 손님들이 드실 맛있는 밥을 해 냅니다 그런데 오늘은 전기밥솥 삼형제마저 밥에 뜸 들 시간이 모자랄 뻔 했습니다.

동태매운탕, 돼지불고기, 배추김치, 달걀 프라이, 콩나물, 시금치나물, 고추장아찌를 내었고요 후식으로 귤을 두세 개씩 드렸습니다.

요즘은 처음 보는 얼굴이 참 많습니다 노숙하는 분이 아닌 분들도 많이 눈에 뜨입니다 막노동 일거리가 없어서 며칠 굶다가 어쩔 수 없이 찾아온 손님입니다 양말도 신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오늘은 오전에 허리 치료를 하기 위해서 병원에 갔습니다 이제는 99% 나은 것 같습니다 허리 디스크가 심해지려는 증상이 보이면 이젠 조심해야겠습니다 전에는 그런 증상이 허리 디스크의 시작인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허리 치료를 하고 민들레국수집으로 왔습니다 손님들이 너무 많이 오셨는지 봉사자 분들이 늦은 점심을 들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상한 풍경입니다 단골 손님 한 명이 술에 취해서 떠들고 있는데도 조용히 주정을 받고 있습니다.

"연의씨가 돼지고기를 사서 가져왔어요."

연의씨는 단골손님입니다 술에 취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데 돈이 나왔는지 술에 취했습니다 방세를 내면 20일 후에 며칠 소주 몇 병 마실 여유가 있어서 취한 모습을 볼 경우가 많습니다 봉사자들의 식사가 끝나고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손님들이 들어오는데도 자리를 차지하고 당당하게 떠들고 있습니다.

억지로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선물 가져온 자기에게 이래도 되는거냐며 욕을 합니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연의씨 선물을 돌려주었습니다 선물이 아니라 "코걸이용"입니다

몇 차례나 돼지고기 사건으로 소란스러웠습니다 다시 끌어내면서 국수집 셔터를 내려버렸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한 지 거의 오년 가까이되었는데 생색내는 것을 처음봅니다 거만한 부자들이나 생색내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셔터를 내리고 술 취한 연의씨를 주정을 혼자서 막고 있는데 눈은 펑펑 내리고요 찬바람은 불고요 그런데도 끊임없이 우리 손님들은 찾아오십니다 할 수 없이 다시 셔터를 올렸습니다.

어제 저녁에 베베모임을 하면서 곁드려 기성씨 송별식도 했습니다 일산의 비오&엘벳 부부가 기성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저녁 무렵에 기성씨가 아주 좋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잘 살아서 행복해지면 참 좋겠습니다.